"생명유지의 '마지막 보루' 바다, 시간이 얼마 없다" 각국 석학들 공동 성명

조승한 기자 2021. 6. 7.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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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도 국제한림원연합회 '해양환경보호 성명서' 발표
해양환경 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경고의 내용을 담은 '해양환경보호 성명서'가 1일 발표됐다. 국제한림원연합회 제공

지난달 2일 인도 하지라항을 출발해 말레이시아로 향하던 화물선 MV X-프레스 펄호는 19일 스리랑카 콜롬보 인근에서 불길에 휩싸였다. 불은 13일간 이어지다 이달 1일에야 진압됐지만 화재의 잔해인 플라스틱 알갱이들이 콜롬보 해안을 뒤덮으면서 해양생태계에 심각한 위협을 주고 있다. 콜롬보 시민들이 나서 해안가를 청소하고 하루에 200봉지 넘는 알갱이를 수거했지만 역부족이다. 환경단체는 지금도 최악의 바다 환경오염이라고 평가하지만 배가 침몰해 컨테이너에 담긴 화학 물질까지 유출될 경우 상상할 수 없는 피해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해양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현재 바다가 마주한 위기 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각국 최고 석학들의 모임인 국제한림원연합회(IAP)는 이달 1일 현재의 해양환경 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경고의 내용을 담은 '해양환경보호 성명서'를 냈다. 국내 과학기술 석학들의 모임인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발의를 주도한 이번 성명에는 각국 65개국 75개가 넘는 한림원과 관련 단체들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석학들은 성명에서 “지구의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장치인 해양 환경이 상상보다 훨씬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며 "인류 생존을 위해서라도 바다 환경을 보호하고 지속가능하게 이용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획과 플라스틱은 해양 생태계 위협하는 최대 주적

바다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매우 중요한 생태계이다. 이산화탄소의 50%가 해양에서 정화되고 지구 산소의 75%를 공급한다. 기후조절하는 기능은 바다가 주는 주요 혜택이다. 해양학자만이 아닌 물리, 화학, 생명, 공학 등 각 분야의 석학들이 바다에 주목하는 이유다. 

하지만 바다는 무관심속에 무분별한 인간 활동과 그 결과로 차츰 심각하게 병들어가고 있다. 지금도 연간 어획량의 34.2%가 불필요게 남획된 것이고 어획량의 59.6%는 사실상 자연의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이다. 토지 간척과 해안 개발이 늘면서 해양 생물 서식지는 물론 해초지, 산호초, 굴밭, 맹그로브숲 같은 연안서식지도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전체 해양쓰레기의 80%를 차지하는 플라스틱은 매년 800만t씩 바다로 흘러 들어가 해양생물을 위기에 빠드리고 있다. 바다로 흘러들어간 플라스틱 폐기물은 어류는 물론이고 최상 포식자인 해양 포유류의 몸을 옭아매 직접적으로 목숨을 빼앗고 있다. 나머지는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돼 생태계 먹이사슬을 통해 다시 인간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한 먹을거리가 되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공

○한국도 플라스틱 해양 방출 자유롭지 않아

각국 한림원 단체가 해양 생태계 위기에 각국과 과학자들이 나설 것을 촉구한 것은 처음은 아니다. 국제한림원 연합회는 지난 2009년 해양산성화 성명서를 내고 기후변화와 바다 산성화에 따른 해양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의 구체적이며 과학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한민구 한림원 원장은 “이번 성명서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는 바다와 인류에 대한 주의를 환기하고 전 세계에 변화를 촉구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성명서는 바다가 인류 생존과 번영에 반드시 필요한 공간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바다의 건강과 서식지 파괴, 환경오염물질, 기후변화, 남획을 주목할 과제로 지목했다. 이번 성명서 작성위원장을 맡은 김수암 부경대 자원생물학과 명예교수는 “전문가 토의를 거쳐 전 인류에 적용할 과제를 뽑았다"며 "다른 나라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주목해야 할 주제들을 엄선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이 속한 북서태평양은 전체 바다의 6%에 불과하지만 어획량은 전 세계의 25%를 차지하는 주요 어장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북서태평양이 심각한 남획 위험을 겪고 있다고 보고 있다.

북서태평양의 플라스틱 오염 문제에서 한국도 자유로울수 없다. 한국은 실제 이 해역을 둘러싼 국가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플라스틱을 소비하고 있다. 한반도와 일본 열도에 둘러쌓인 동해와 한반도와 중국 사이에 자리한 황해의 지리적 구조 때문에 오염 물질이 큰 바다로 나가지 못한채 이들 해역을 오염시키고 있다.  기후변화가 불러온 해수면 상승도 영향을 준다. 지금도 서해는 매년 2.4mm씩, 동해는 2.7mm씩, 남해는 2.1mm식 상승하고 있다.

한국은 해양 보호에 관한 성명서를 만들었지만 해양 관리에선 갈길이 멀다. 세계 해양 건강성을 평가하는 과학단체인 오션헬스인덱스에 따르면 한국의 해양 건강성 지수는 2019년 221개국 중 48위에 머물렀다.

○해양 환경 보호 대책 더 늦지 않아야

각국 석학들은 이번 성명에서 좀더 적극적 해결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과학자들은 바다가 지금의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각국 정부가 정책을 제대로 수립하도록 정보를 공유하고 환경 오염원을 제대로 평가할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각국 정부가 해양서식지에 대한 보호 대책을 만들고 기후변화가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상업적 어업을 규제하고 좀더 많은 시민들이 바다를 제대로 알도록 교육에 힘쓸 것을 주문했다.

김 명예교수는 “해양환경 보호 문제에 대해 선언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국민, 기업, 정부로 이어지는 실천의 시발점이 돼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깨끗한 바다를 우리 후손에게 남겨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제공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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