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하는 일본·방관하는 IOC..대한체육회는 어디에? [ST연중기획-한국체육, 새로운 100년을 위해⑪]

이상필 기자 2021. 6. 7.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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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올림픽 홈페이지에 일본 영토로 표기된 독도 / 사진=서경덕 교수팀 제공

스포츠투데이는 연중기획으로 '한국 체육, 새로운 100년을 위해'를 격주로 연재한다. '한국 체육, 새로운 100년을 위해'는 지난 100년간 화려한 성공 속에 가려진 한국 체육의 어두운 현실을 살펴보고,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한국 체육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편집자주》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도쿄 올림픽 개막이 다가오고 있지만, 어디에서도 올림픽 열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개최를 강행하는 일본 정부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무모한 태도 때문이다. 여기에 독도 표기 논란까지 벌어지면서 도쿄 올림픽을 바라보는 우리 국민들의 시선은 더욱 냉랭해지고 있다.

최근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된 성화 봉송 코스 지도에 독도를 일본의 영토인 것처럼 표기했다. 일본은 지난 2019년에도 도쿄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된 일본 지도에 독도를 표기해 논란을 일으켰었다. 당시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한 시정을 요구했었는데, 같은 논란이 2년 만에 재현됐다.

문제는 일본의 태도다. 지난 2일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한국의 독도 표기 삭제 요구에 대해 "다케시마는 역사적 사실로 보나, 국제법상으로나 일본의 영토"라면서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객관적 표기를 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고 적반하장의 태도를 취했다. 아예 올림픽을 '다케시마 홍보의 장'으로 이용하려는 모습이다.

일본과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은 IOC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그러나 IOC 역시 수수방관하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잡히지 않고 있다.

▲ 파렴치한 일본, 해결 의지 없는 IOC
이러한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일본 정부에 있다. 전 세계인의 축제이자 평화의 제전인 올림픽을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것은 올림픽 개최국이 가져야 할 태도가 아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남북 평화의 가교 역할을 하며 올림픽의 진정한 의의를 보여준 것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독도는 역사적으로 분명한 우리 영토이며, 현재 우리가 '실효지배'하고 있는 영토다. 일본 정부의 행위와 태도는 명백한 도발이다. 지금 일본 정부는 올림픽을 이용해 이웃국가의 국민감정을 자극하고 양국 관계를 파탄으로 이끌고 있다.

IOC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IOC는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를 정치적 행위라고 트집잡았다. 결국 징계위원회가 구성됐고, 박종우는 두 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또한 IOC는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일본이 한반도기에 표기된 독도를 트집잡자, 한국에 독도를 삭제할 것을 권유했다. 한국은 올림픽 본연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힘든 결정을 내렸지만, 이로 인해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한국 국민들도 분명 존재했다. 때문에 IOC는 이번 사건에서, 런던, 평창 때와 같은 스탠스를 유지하고, 일본 정부에 독도 표기 삭제를 요구했어야 한다.

평창 올림픽 개막식에서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는 선수들 / 사진=Gettyimages 제공


▲ 커지는 반일 감정, 정치권의 가세
납득할 수 없는 일본과 IOC의 태도는 반일 감정과 올림픽에 대한 회의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안그래도 코로나19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독도 문제까지 벌어졌는데 굳이 도쿄 올림픽에 참가해야하느냐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도 도쿄 올림픽 보이콧을 요구하는 청원글이 게재됐다.

정치권의 태도는 더욱 강경하다. 여권 대권주자로 꼽히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도쿄 올림픽 보이콧 가능성을 언급했다. 국회의원 132명은 지난 3일 '일본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의 일본 영토 지도 내 독도 표기 규탄 결의안'을 발의했다.

우리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외교부는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하고 독도 표기에 대해 강력 항의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는 IOC에 적극 중재를 요청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 마음은 뜨거워도, 머리는 냉정하게
다만 일각에서는 일본과 IOC에 대해 분노하더라도 냉정한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올림픽 보이콧 등 강경책을 채택할 경우, 가장 큰 피해를 받는 것은 선수들이다. 선수들은 올림픽만 바라보며 피와 땀을 흘려왔고, 코로나19로 올림픽이 연기되는 초유의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올림픽을 준비해왔다. 일본과 IOC에 대해 분노하고 있는 국민들도 올림픽을 준비하는 선수들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마음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올림픽 헌장 50조에는 정치적, 인종적, 종교적 선전을 금지하도록 돼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한 국가적, 정치적 대응이 오히려 일본과 IOC에게 정치적 중립성 의무 위반, 정치적 개입이라고 트집을 잡을 수 있는 빌미를 줄 수 있다. 실제로 일본 가토 장관은 한국의 올림픽 보이콧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올림픽 헌장에는) 스포츠와 선수를 정치적으로 부적절하게 이용하는 것에 반대하는 조항이 있다"고 대응했다. 독도가 분쟁지역처럼 여겨질 수 있는 여지를 준다는 점도 경계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 사진=DB


▲ 존재감 없는 대한체육회·이기흥 회장…어디서 무얼 하시나요?
때문에 지금 가장 적극적인 역할에 나서야 할 곳은 대한체육회다. 대한올림픽위원회(KOC)의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는 대한체육회는 가장 자유로운 위치에서 일본의 도발과 IOC의 방관에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이다. 게다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IOC 위원이기도 하다. IOC를 향해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다만 현 시점에서 대한체육회와 이기흥 회장의 역할은 지극히 미약하게 느껴진다. 독도 표기 논란과 관련한 대응에서 대한체육회와 이기흥 회장의 이름을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IOC, 일본올림픽위원회(JOC) 등에 몇 차례 항의 서한을 보낸 것 외에는 대한체육회의 활동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도쿄 올림픽 개막까지는 이제 한 달 여밖에 남지 않았다. 시간이 급박한 만큼 대한체육회는 국민에게 현 상황에 대한 정확한 설명과 앞으로의 대응 방안을 밝히고, 한편으로는 이번 사건이 정치적으로 과열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 이제는 대한체육회와 이기흥 회장이 위치에 걸맞는 역할을 해야하는 시점이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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