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軍 "전범 신격화 막겠다".. 도조 히데키 등 유골 태평양에 뿌려

장근욱 기자 2021. 6. 7.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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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연합국 총사령부 참모 "전범 신격화 막기 위해 무덤 만들지 않을 것"
1946년 극동 국제군사재판(일명 도쿄전범재판) 법정에 앉아 있는 일본 A급 전범들의 모습이다. 이들은 1948년 11월 12일 징역 7년부터 사형에 이르는 중형을 선고받았다. 앞줄 왼쪽부터 도조 히데키 전 총리(사형), 오카 다카즈미 해군 중장(종신형), 우메즈 요시지로 육군 대장(종신형), 아라키 사다오 육군 대장(종신형), 무토 아키라 육군 중장(사형). 뒷줄 왼쪽 부터 하라누마 기이치로 전 총리(종신형), 도고 시게노리 외무대신(징역 20년), 시게미쓰 마모루 외무대신(징역 7년).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 총리를 포함한 일제의 A급 전범 7명을 화장한 유골이 태평양 바다에 뿌려졌다는 미군 문서가 발견됐다고 7일 일본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A급 전범의 유해가 어떻게 처분됐는지 공식 문서를 통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화장한 유골이 태평양이나 도쿄만에 흩뿌려졌을 것이라는 추측은 무성했으나, 이를 뒷받침할 만한 공식 문서는 발견된 적 없었다.

도쿄전범재판에 앉혀진 A급 전범들 - 1946년 5월 21일 극동 국제군사재판(일명 도쿄전범재판) 법정에 앉아 있는 일본 A급 전범(戰犯)들. 이들은 1948년 11월 12일 징역 7년부터 사형에 이르는 중형을 선고받았다. 앞줄 왼쪽부터 도조 히데키 전 총리(사형), 오카 다카즈미 해군 중장(종신형), 우메즈 요시지로 육군 대장(종신형), 아라키 사다오 육군 대장(종신형), 무토 아키라 육군 중장(사형). 뒷줄 왼쪽부터 히라누마 기이치로 전 총리(종신형), 도고 시게노리 외무대신(징역 20년), 시게미쓰 마모루 외무대신(징역 7년).

교도통신에 따르면 니혼(日本) 대학의 부교수 다카자와 히로아키는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이 보유하고 있던 미8군의 기밀 해제 문서에서 “요코하마 동쪽의 태평양 상공 약 30마일(48km) 지점에서 (사형된 전범들의) 유해를 뿌렸다”는 언급을 발견했다.

문서는 A급 전범 7명의 사형 집행 현장을 참관했던 루서 프라이어슨 미군 소령이 작성했다. 전범들은 1948년 12월 23일 오전 0시쯤 도쿄의 스가모 교도소에서 사형이 집행됐다. 시신을 실은 트럭은 두 시간 뒤 교도소를 출발해 오전 3시 40분 요코하마에 있는 미군 점령지에 도착했다.

오전 7시 25분 트럭은 다시 요코하마 인근 화장터로 출발했고, 30분 뒤 화장터에 도착한 시신은 오전 8시 5분 화장됐다. 화장된 유해는 다시 미군 간이 활주로로 옮겨져 미군 연락기에 실렸다. 요코하마 시정부에 따르면 당시 활주로는 화장터에서 2km 떨어져 있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13년 12월 26일 도쿄 야스쿠니(靖國) 신사 본당에 들어가기에 앞서 고개를 숙여 절하고 있다. 야스쿠니 신사는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등 A급 전범을 비롯해 청일전쟁, 러일전쟁, 조선침략, 중일전쟁, 태평양전쟁 등 일제가 일으킨 침략 전쟁에서 사망한 군인·군속 246만여명을 합사해 제사를 지내고 있다. /로이터 뉴시스

비행기에는 조종사 1명과 함께 프라이어슨 소령이 탔다. 소령은 문서에 “우리는 요코하마 동쪽으로 약 30마일 떨어진 태평양 상공으로 이동했고, 나는 광범위한 지역에 유해를 뿌렸다”고 적었다. 그러나 정확한 위치나 시간은 기재되지 않았다.

앞서 A급 전범 처형에 참석했던 윌리엄 세발드 연합국 총사령부 외교 최고 책임자는 자신의 책에서 과거 전범 유골의 처분에 대해 “무덤이 신격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화장된 유골은 흩뿌려질 것”이라고 썼다.

일본 데이쿄 대학의 요시노부 히구라시 교수는 “미군은 전범이 신성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뉘른베르크 재판에서 사형 선고가 내려진 나치 독일 전범의 유골도 강에 뿌렸다”고 했다.

도조 히데키의 증손자 도조 히데토시(48)는 “유골이 자연으로 돌아갔다면 다른 곳에 버려진 것보다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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