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vs 정용진' 자존심 건 이베이 인수전..쿠팡 잡으려다 승자의 저주 우려

이현승 기자 2021. 6. 7. 11:3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7일 이베이코리아 본입찰..신세계·롯데 완주 여부에 촉각
신세계, FI 제안·인수금융 검토..롯데도 자금조달 분주
몸값만 5조원..인수해도 시너지 날지 의문
사업 겹치고 추가 투자 불가피..IT인력 통합도 난제

“돈을 무리하게 투자한 후에 빅픽처(큰 그림)가 없다. 그게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의 가장 큰 딜레마다.” (국내 유통기업의 한 임원)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쿠팡에 대적할 국내 이커머스 상위업체로 발돋움하려는 기업들 간 ‘쩐의 전쟁'으로 흘러가고 있다. 유통업계에선 인수자는 승자의 저주(경쟁에선 이겼지만 과도한 비용을 치러 후유증을 겪는 상황)를 겪고 미국 이베이 본사만 웃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이베이 본사 입구. / 이베이 제공

7일 진행되는 이베이코리아 본입찰은 앞서 숏리스트(적격인수후보)로 선정된 △신세계그룹 이마트 △롯데쇼핑 △MBK파트너스 △SK텔레콤의 참여 여부와 숏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본입찰 참여 의사를 밝힌 또 다른 기업이 있을지 등이 관전 포인트다.

이번 인수전은 사실상 신세계와 롯데 간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오프라인 기반인 두 회사는 거래액 20조원이 넘는 네이버, 쿠팡, 이베이코리아와 경쟁하기 위해 자사몰인 SSG닷컴(신세계)과 롯데온(롯데쇼핑)을 키우고 있지만 거래액이 작년 기준 각각 3조9000억원, 7조6000억원에 불과하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지난 3월 2500억원대 지분 교환을 한 네이버, SSG닷컴에 투자한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등에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공동 참여를 물밑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금융권에 하남 스타필드를 담보로 인수금융을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하남 스타필드의 담보가치는 약 3조원으로 추정된다”며 “롯데그룹도 인수금융으로 일부 자금 조달을 검토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맞붙은 유통맞수 롯데vs신세계 / 그래픽=김란희

이베이코리아 미국 본사가 요구하는 매각가는 5조원 수준이다.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는 이베이코리아 매각 때 최대 1조원 가량의 인수금융 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통상 금융권은 기업가치를 EBITDA(세전·이자지급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 대비 10배로 잡는데 이베이코리아는 EBITDA가 1000억원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1조원을 뺀 나머지 금액은 인수자들이 직접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신세계와 롯데의 현금성 자산(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사용제한자산)은 1분기 기준 롯데쇼핑이 4조2000억원, 이마트가 1조9000억원이다. 그러나 롯데쇼핑은 총차입금이 작년 말 기준 16조4000억원에 달하고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4626억원 수준으로 이마트(7238억원)에 뒤처진다. 이마트는 돈은 더 잘 벌고 총차입금(6조2000억원)도 적지만 요기요, 스타벅스 잔여지분(50%) 인수를 검토중이어서 실탄이 계속 필요하다.

유통업계에선 문제는 이베이코리아 인수 이후라고 본다. 4조~5조원에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고 SSG닷컴, 롯데온과 기대한 만큼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지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두 회사가 매각가가 너무 높다고 주장하고 기업 밖에서 공동 투자자를 계속 찾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베이코리아는 쿠팡과 달리 직매입 없이 상품 중개만으로 돈을 버는데, SSG닷컴과 롯데온이 이미 하고 있는 서비스와 겹친다. 신세계, 롯데가 시너지를 기대할 만한 사업은 풀필먼트(보관·포장·배송·재고 통합 물류관리 시스템)이지만 이베이코리아의 물류센터는 경기도 용인·동탄·인천 3곳 뿐이어서 사업 규모를 키우려면 추가 투자가 불가피하다.

최근 개발자 몸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가운데 이베이코리아의 900명 인력 중 3분의1에 달하는 IT 인력을 인수한다고 보면 매각가가 비싸지 만은 않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지마켓, 옥션, G9 등 독자적인 플랫폼에 최적화된 개발 및 시스템 관리를 해온 이베이코리아 IT 인력들이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한 신세계, 롯데 조직과 유기적 통합을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해선 낙관론 만큼 의구심도 크다.

결국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과열되며 득을 보는 건 미국 이베이 본사 뿐이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은 쿠팡의 미국 뉴욕 증시 상장을 계기로 과열 양상이 됐는데, 두 회사는 성장성, 확장성 측면에서 전혀 다르다”며 “신선식품 배송,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음식배달 등 사업 모델이 다양한 쿠팡과 달리 이베이코리아는 오픈마켓이 전부인데도 불구하고 재작년이었으면 상상도 못했을 매각가 5조원이 책정됐다”라고 전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