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철환의 음악동네>늘 푸른 상록수처럼.. 바라는 세상을 향한 행진 멈추지 않다

기자 2021. 6. 7. 10:4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후배에게 들은 이야기를 음악동네 관찰자 시점으로 각색해서 옮겨본다.

돈보다 음악을 더 사랑한 교사의 순정과 진심이 녹아 있어서 무엇보다 좋았다.

김민기의 노래는 시(메시지)와 그림(이미지)과 음악(사운드)의 결합체다.

꾸미고 드러내는 걸 쑥스러워하면서도 바라는 세상을 향해서 행진을 멈추지 않았던 김민기는 음악동네의 상록수 같은 존재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철환 작가·프로듀서·노래채집가

김민기 ‘아침이슬’ 50주년

후배에게 들은 이야기를 음악동네 관찰자 시점으로 각색해서 옮겨본다.

‘어색해진 짧은 머리를/ 보여주긴 싫었어’. 한낮에 눈을 비비고 일어나 김민우의 ‘입영열차 안에서’를 흥얼거리는데 책상 위에 봉투 하나가 눈에 띄더란다. “오늘 그 돈 다 쓰기 전엔 집에 오지 마.” 엄마의 자상한 분부대로 대낮부터 학교 근처에서 이것도 먹고 저것도 마셨단다. 밤이 깊어 귀가할 시간이 됐는데 주머니에 돈이 조금 남았더란다. 무심결에 하늘을 봤더니 그날따라 별이 엄청나게 많더란다. 심란한 밤에 친구가 교정의 잔디밭에서 기타 치며 불러준 노래가 훈련 기간 내내 힘이 돼주더란다. ‘당신은 행복한 사람/ 아직도 남은 별 찾을 수 있는/ 그렇게 아름다운 두 눈이 있으니’. (조동진 ‘행복한 사람’ 중)

외국이라고 행복의 기준이 다를까. 원리퍼블릭(One Republic)의 ‘카운팅 스타스’(2013)엔 ‘돈을 안 세고 별을 셀 거야’(No more counting dollars/ We’ll be counting stars)라는 다짐이 나온다.

이 노래를 스트리밍서비스에서 다시 들었다. 내게 2021년 봄의 일부는 ‘글리’의 시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 합창클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고등학생들의 성장 스토리가 아침마다 나를 운동기구 위에서 걷고 달리게 했다. 지나간 드라마(2009∼2015)에 집중하게 만드는 덴 지나간 노래들의 힘이 컸다. 121부작짜리 뮤지컬드라마를 섭렵하는 그 기간 한마디로 몸은 정주행, 맘은 역주행이었다. 돈보다 음악을 더 사랑한 교사의 순정과 진심이 녹아 있어서 무엇보다 좋았다. 스타가 된 제자가 시상식에서 나를 키운 건 선생님이라고 고백할 때 서로의 눈에 맺힌 이슬은 진주보다 빛났고 영롱했다.

살면서 돈이 아니라 별 덕분에 행복했던 밤이 얼마나 될까. 그래서 내가 오늘 고른 ‘행복한 사람’은 대학로의 터줏대감 김민기다. 올해는 그가 태어난 지 70년, 대표곡 ‘아침이슬’이 나온 지 50년 되는 해다. 돌아보니 1시간 열변을 토하고 2시간 격론을 벌인 것보다 이 노래 한 곡을 합창하는 4분이 각자의 흐트러진 마음을 모으는 데 훨씬 유익했다.

눈치챘겠지만 나는 그의 찬미자다. 첫 만남부터 극적이었다. 미리 약속하고 만난 게 아니라 그냥 그가 보여서 빛의 속도로 다가갔다. 내가 근무하던 방송사 3층 라운지였다. 인사치고는 유별났다. “저는 선생님을 연구하는 사람입니다.” 표정은 온화했지만 음성은 낮고 묵직했다. “그렇게 하지 마세요.” 나는 그의 당부에 귀를 기울였을까. 내가 연구를 접은 건 그의 부탁 때문이 아니라 그의 행로를 계속 따라가기가 난감해서다. 그의 예술기행이 과거완료가 아니라 현재진행이므로 섣불리 연구서를 냈다가는 여행 도중에 기행문을 발표하는 형국이 될 게 뻔해서다.

김민기 트리뷰트 앨범 음원이 현충일 오후에 공개됐다. 굳이 메모리얼데이를 택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기념비(Memorial)는 마음에 세우는 비석이다. 김민기의 노래는 시(메시지)와 그림(이미지)과 음악(사운드)의 결합체다. 그의 노래마다 몇 장의 그림으로 그릴 수 있는 건 그의 바탕(전공)이 회화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막을지 모르지만 화가로서 김민기를 트리뷰트하는 전시회에도 가보고 싶다.

꾸미고 드러내는 걸 쑥스러워하면서도 바라는 세상을 향해서 행진을 멈추지 않았던 김민기는 음악동네의 상록수 같은 존재다. ‘글리’의 카메라는 출연자들의 전원합창과 함께 강당(핀 허드슨 오디토리엄)의 현판을 최후의 장면으로 잡았는데 그 메시지 역시 김민기가 걸어온 길과 흡사했다.

그 문장은 이러하다. ‘보이는 모습이 아닌 바라는 세상을 보라’(See the world not as it is, but as it should be).

작가·프로듀서

노래채집가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