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조직개편안 놓고 서울시·서울시의회 서로 "내가 정당"..내부 문서로 살펴본 공방전

한대광 기자 2021. 6. 7.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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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가 7일 오전 10시부터 상임위원회를 열고 서울시가 의회에 제출한 조직개편안에 대한 심의에 착수했다. 서울시는 조직개편안에 대한 입법예고까지 거쳐 서울시의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수정이 불가능하고 원안대로 통과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운영위원회 등 3개 상임위원회는 시의회에서 조직개편안에 대한 수정이 이뤄진 사례가 빈번하다는 의견과 함께 서울민주주의원회 자문기구로 축소 반대 등 반드시 수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획경제위원회 심의에서는 수정안으로 접수된 안건 처리가 가능한지를 놓고 서울시와 서울시의원들 간의 공방이 오갈 전망이다.

경향신문은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각각 작성한 조직개편안 수정 여부에 대한 내부 문건을 확보했다. 경향신문은 이 문건들을 중심으로 양측의 입장을 비교·분석했다.

서울시가 최근 서울시의회의 조례 수정안에 대응하기 위해 작성한 ‘조직 관련 의원발의 조례 범위 검토’ 문서의 첫 장.


■ 서울시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 설치는 단체장의 고유권한”

서울시는 최근 ‘조직 관련 의원발의 조례 범위 검토’라는 제목의 내부 문서를 작성했다. 이 문서는 맨 앞 부분에 ‘지방의회에서 의원발의로 행정기관 등의 신설을 포함하는 내용의 조례를 제안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 보고서’라고 적고 있다. 서울시의회 운영위원회, 행정자치위원회, 도시계획위원회가 조직개편안에 대한 의견서와 수정안을 작성한 것에 대한 법적 대응을 위해 작성한 것이다.

서울시는 이 문서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 설치는 지방자치단체장의 고유권한”이라고 정리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집행기관에 속하는 행정기관 전반에 대하여 조직편성권을 가지고 있으며 고유권한에는 그 설치를 위한 조례안의 제안권이 포함되기 때문이라는 근거를 제시했다.

서울시는 이에 근거해 “지방의회가 행정기구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장의 고유권한에 속하는 사항의 행사에 대해 사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으로 법령위반”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또 “다만,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조례안으로 제안한 행정기구의 축소, 통합, 폐지는 의결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미리 자치단체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이러한 결론의 근거로 지방자치법과 대법원 판례 광주광역시와 서울 서초구 등이 법제처에 조직개편과 관련해 질의한 사례 등을 참조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 문서를 근거로 서울시의회가 조직개편안에 대해 수정을 요구하는 것은 법적인 근거가 없다는 견해를 내세우고 있다. 서울시는 또 서울시의회 300회 임시회(4월 19일~5월 4일) 회기 중 해당 상임위원회별로 조직개편안에 관해 설명하고 이를 반영한 수정안을 확정해 입법예고까지 했기 때문에 추가 수정은 불가능하다는 논리도 제시하고 있다. 서울시는 대안으로 시 집행부가 2차 수정안을 만들어 제출하면 다시 입법예고 등을 거쳐야 해서 301회 정례회(6월 10일~6월 30일) 개회 전까지 제출하기 힘들고 다음 회기로 넘기면 7월 초 정기 인사 등이 미뤄져 시정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다.

서울시의회가 2007년부터 최근까지의 조직개편 조례안 수정 실태를 조사해 정리한 ‘서울특별시 행정기구 설치조례 수정 사례’ 문서의 첫 장.


■ 서울시의회 “행정기구 조례 수정 2007년부터 11건 있었다”

서울시의회도 조직개편안에 대한 찬반 논란이 커지자 서울시의 행정기구 설치 조례가 시의회에서 수정된 사례에 대한 전수 조사를 벌였다. 결과는 ‘서울특별시 행정기구 설치조례 수정 사례’라는 제목의 문서로 정리됐다. 이 문서를 보면 2007년부터 최근까지 모두 11차례 서울시의 행정기구 설치 조례안이 시의회 심의 과정에서 수정된 것으로 집계됐다. 수정된 내용은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10건이 가결되었고 1건은 부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의회 의결 과정 중 수정된 내용 중에는 조직 명칭 변경이 가장 많았다. 특히 조례안으로 제출된 조직의 업무를 다른 조직의 업무로 바꾸거나 조례안의 조직을 없애거나 추가 또는 신설하는 예도 있었다. 대표적으로는 서울시가 2015년 3월 17일 제안한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의 경우 서울시의회 심의 과정에서 ‘서울시 소속’을 삭제하고 ‘(민관)합의제행정기관’ 신설로 수정됐다.

서울시는 2012년 8월 17일 경제진흥실에서 문화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사항을 다루겠다고 조례안을 제안했으나 서울시의회 심의 과정에서 문화관광디자인본부 업무로 바뀌었다. 문화관광디자인본부 업무 중 일부가 신설된 셈이다. 2010년 8월 23일 서울시의회가 제안한 수질 보전, 토양오염 방지 등의 업무도 맑은환경본부에서 도시안전본부로 수정되어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김정태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은 “서울시의회는 서울시장이 제안한 기구에 관한 조례안에 대해 축소 또는 합치, 폐지 등을 의결할 수 있다”라면서 “조직개편안이나 예산안 모두 지방의회에서 자체 신설이나 추가는 불가능하지만, 수정은 언제든 가능하고 그동안 많은 실제 사례가 있었다”라고 밝혔다.

■ 수정안 수용 범위에 대한 이견 조율이 관건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사이에서 논쟁이 되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 권한은 현행 지방자치법의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 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 5조와 제36조2항에 정해져 있다. 이 규정을 보면 행정기구의 설치 권한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주어져 있다. 반면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제안한 기구에 관한 조례안에 대해 축소 또는 합치, 폐지 등을 의결할 수 있다.

현재 서울시의회 의원들은 서울시가 제출한 조직개편 조례안 중 주택정책실, 균형발전본부, 경제정책실, 시민건강국, 도시교통실 등 주요 개편안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는 견해다. 특히 상당한 표 차이로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이 광화문광장 사업 지속 등을 밝히면서 서울시의회와의 관계 개선에 나선 만큼 조직개편안이 10일 개회되는 정례회에서 통과되길 바란다는 견해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최근 의원들과 잇따라 조찬모임을 갖고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지난 4월 19일 개회된 서울시의회 300회 임시회에서 시의원들이 안건을 심의하고 있다. | 서울시의회 제공


서울시의회 의원들 사이에서는 그러나 일부 조례안은 수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운영위원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일부 수정안을, 도시계획관리위원회는 의견서를 작성해 기획경제위원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3개 상임위는 서울민주주의위원회를 자문기구로 바꾸지 말고 현행대로 합의제행정기관으로 유지하자는 것과 노동민생정책관 명칭을 공정상생정책관으로 바꾸지 말고 그대로 두자는 것이다. 또 도시공간개선단도 축소 대신 존치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이 밖에 아파트·택지지구 지구단위계획 수립기능을 주택정책실로 옮기지 말 것과 교육플랫폼추진반 신설에 대해서 반대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시의회 3개 상임위에서 제안된 수정의견이 어떻게 반영될지는 1차로 이날 심의에 착수한 기획경제위원회의 논의 결과에 달렸다. 서울시가 수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을 경우나 수정안 모두가 반드시 반영되어야 한다고 기획경제위원회에서 주장할 경우 파행이 불가피하다. 반면 기존 사례 등을 고려해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수정안이 논의되고 서울시가 동의하면 극적인 타결도 기대할 수 있다. 3선으로 전임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을 역임하고 현재 기획경제위원회 소속인 서윤기 의원은 “개인적으로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조직개편안이 원만하게 처리되면 좋겠다”라면서 “그러나 세계적 추세가 지방자치에서 시민들의 직접 참여가 확대되고 있음에도 서울시는 서울민주주의위원회를 자문기구로 축소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시민들의 의견을 자문만 받겠다는 ‘퇴행’이기 때문에 반드시 시의회 심의 과정에서 수정되어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한대광 기자 chooh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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