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형간염 국가검진' 도입..한국은 언제 현실화될까

헬스경향 장인선 기자 2021. 6. 7.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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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최근 시범사업서 비용효과성 재입증…더 이상 미뤄선 안 돼
미국 ‘국가 간염검사의 날’ 선포…C형간염 퇴치 박차
일본, 대만 등도 국가 차원 검진프로그램 가동

C형간염은 전 세계 바이러스성 간염 사망원인의 약 절반(48%)을 차지한다고 보고됐다. 무증상인 데다 예방백신이 없고 일상 속에서 쉽게 전파되지만 먹는 약으로 완치가 가능할 만큼 치료제 면에선 앞서 있다. WHO는 2030년 C형간염 퇴치 목표를 세우고 이에 적극 동참해줄 것을 전 세계에 강조하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코로나19 종식에 전 세계의 눈이 쏠려 있지만 이미 코로나19 발병 전부터 오랜 시간 퇴치대상이 돼온 감염병이 있다. 바로 C형간염. 세계 여러 나라는 WHO의 2030년 C형간염 퇴치선포에 발맞춰 관리 정책을 발 빠르게 마련, 자국의 C형간염 퇴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의 새 대통령 바이든이 5월 19일을 ‘국가 간염 검사의 날’로 선포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C형간염 퇴치 움직임이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C형간염 정책은 제자리걸음. 하지만 최근 질병관리청 주도로 시행된 C형간염 무료검진 시범사업에서 비용효과성이 또 한 번 입증되면서 우리나라도 WHO의 목표에 발맞출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대만, 일본 등은 일찍이 고삐 당겨

전 세계 여러 나라는 WHO의 퇴치 기조에 발맞춰 일찍이 자국의 C형간염 정책을 구축, 시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올해 초 ‘바이러스성 간염 퇴치를 위한 5개년 종합계획(2021~2015)’을 발표하고 체계적인 C형간염 관리에 들어갔다.

현재 미국은 18세 이상~79세 이하 모든 성인에서 C형간염검사를 권고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유병률이 0.07% 이상만 돼도 고위험군의 특정연령대만 검진하는 것보다 전 인구 항체검사가 더 비용효과적이며 유병률 1.0% 이상이면 선별검사를 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더 많은 비용을 초래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대만, 일본 등 아시아국가도 예외는 아니다. 일본은 2002년부터 C형간염 위험요인과 무관하게 모든 성인을 대상으로 C형간염 항체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대만은 WHO의 목표보다 5년이나 빠른 2025년을 C형간염 퇴치 목표 해로 세우고 이미 2016년 국가 차원의 C형간염 퇴치프로그램 부서를 조직, C형간염 퇴치를 위한 관련 정책 지침을 마련하고 45세 이상 검진 및 치료 지원을 진행 중이다.

■무증상에 백신 없어도 먹는 약으로 완치

이렇게 전 세계가 C형간염 퇴치에 고삐를 당기는 이유는 질병이 가진 고유 특성 때문. C형간염은 B형간염과 더불어 만성화돼 간경변, 간암 등 심각한 간질환을 일으킨다. 하지만 B형간염과 달리 국가검진항목에 포함돼 있지도, 예방백신이 있지도 않다. C형간염이 B형간염보다 만성진행확률이 훨씬 높은데도 말이다.

증상도 없어 일상 속에서 쉽게 전파되는데 실제 보고된 바에 따르면 C형간염 증상을 느끼는 경우는 약 6%에 불과하며 C형간염바이러스 감염의 약 40%는 전파경로가 불분명한 상태다. 무증상 감염환자가 또 여러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래도 C형간염은 치료제 개발에 있어선 발전을 거듭, 현재 먹는 약으로 8~12주 정도 치료하면 100% 가까이 완치할 수 있다. 현재는 대상성 간경변증이 동반된 환자들도 8주 정도 하루에 한 번씩 경구용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면 99%에 가까운 치료성공률로 완치 가능하다고 보고됐다.

단 이를 위해서는 잠재된 수많은 C형간염환자를 조기에 발견해 치료의 길로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 전 세계 여러 나라가 국가적 차원의 검진대책을 마련하고 나선 이유다.

■치료율 낮은 데다 무증상 잠재환자도 많아

비록 학계의 노력으로 국내 C형간염 인식은 과거보단 높아진 편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정책으로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다. C형간염은 간단한 혈액검사를 통해 감염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데도 현재 바이러스성 간염 중 유일하게 C형간염만 국가검진항목에 포함돼 있지 않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이준혁 교수는 “국내에는 약 30만명의 C형간염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들 중 실제 치료받은 환자 수는 약 20%에 불과하며 환자 대부분이 아직 진단되지 않은 무증상 잠재환자”라며 “질환 특성상 감염여부를 스스로 의심하기 어려운데도 조기에 검진받아 치료·완치될 수 있는 기회마저 놓치고 있어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C형간염 국가검진, 비용효과성 지속 입증

정부는 국내 C형간염환자가 너무 적어 비용 대비 비효율적이라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우선 40세 이상만이라도 검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연령대는 C형간염 발병위험이 높고 심각한 간질환으로의 이행이 빠르기 때문. 더 나아가 C형간염 단계에서 발견해 완치하면 국내에서 가장 높은 질병부담(높은 조기사망률 및 의료비용)질환 중 하나인 간경변증과 간암도 예방, 사회적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10년생존율이 23.8%에 불과한 간암은 국내 암 사망 2위로 사회경제적부담이 매우 큰 질환으로 꼽힌다.

이미 C형간염 국가검진 도입 시 비용대비 효과성은 다수의 연구를 통해 지속적으로 입증돼왔다. 최근 질병관리청 주도로 대한간학회가 시행한 ‘C형간염 무료검진 시범사업(2020년 9~10월 1964년 대상으로 무료검진 시행)’ 결과에서도 C형간염 감염위험이 높아지는 40~65세 대상으로 검사하는 것은 비용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준혁 교수는 “C형간염은 무증상인 데다 위중성에 비해 인지도가 낮아 국가가 적극 나서 조기 발견을 위한 국민의 행동을 촉구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국가검진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C형간염 잠재환자를 조기에 발굴·치료한다면 사회경제적 부담 감소는 물론, 2030년 퇴치 목표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헬스경향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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