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인아, 네 뒤엔 내가 있다

장민석 기자 2021. 6. 7.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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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전 꼬마 원태인에게 홈런 날린 중학생 형 김상수,
6일 키움전에서 잇단 호수비로 원태인의 7승 도우미로
6일 키움전에서 3회말 박병호의 타구를 잡은 삼성 2루수 김상수가 글러브 토스로 2루에 공을 뿌리고 있다. / 허상욱 스포츠 조선 기자

삼성 선발 투수 원태인(21)의 성장 스토리는 이제 웬만한 야구 팬이라면 안다.

‘야구 신동’으로 불린 그는 꼬마 때부터 삼성 ‘찐 팬’이었다. 대구 경복중(착각하기 쉽지만 경북중이 아니라 경복중이다. 지금은 협성경복중이 됐다)에서 야구 감독을 지낸 아버지 원민구씨의 영향으로 장난감 대신 배트·글러브와 놀았다.

6살 원태인이 작성한 꿈의 멤버. 포수 김민수, 1루 김상수, 2루 구자욱, 외야 이재학(현 NC 투수) 등 눈에 띄는 이름들이 많다. / KBS스포츠 유튜브 캡쳐

2005년 꼬마 원태인을 소재로 한 TBC 프로그램을 보면 여섯 살 원태인이 작성한 나름의 올스타 멤버가 나온다. 연습장에 써놓은 이름은 모두 경복중 형들로 당시 아버지의 제자들이다.

투수는 원태인이며, 1루수가 김상수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 꼬마 원태인이 경복중 형들에게 공을 던지는 장면이 나오는데 한 중학생 형이 그 공을 쳐버려 담장 너머로 넘겨버린다. 그 ‘동심 파괴범’이 바로 경복중 3학년이었던 김상수다.

원태인이 작성한 올스타 멤버엔 2루에도 익숙한 이름이 있다. 삼성 최고 스타 중 한 명인 구자욱.

‘팀 원태인’의 포수는 김민수로, 지난달 홈런 2개를 치는 등 타율 0.326, 4타점으로 강민호의 백업 역할을 쏠쏠히 하고 있다.

6살 꼬마 원태인에게 홈런을 빼앗은 중학교 형 김상수. 오른쪽은 현재 김상수. / KBS스포츠 유튜브 캡쳐, 송정헌 스포츠조선 기자

6일 키움전은 원태인에게 매우 중요한 일전이었다. 4월 13일 한화전부터 5월 13일 KT전까지 파죽의 6연승을 내달리며 KBO리그 최고 투수로 군림한 그는 19일 키움전에서 박동원에게 3연타석 홈런을 맞으며 7실점으로 무너졌다. 27일 NC전에서도 6실점했다.

휴식 후 돌아온 원태인은 이날 키움을 상대로 썩 좋은 투구 내용을 보여주진 못했다. 볼넷을 5개나 내줬고, 안타도 3개를 맞았다. 하지만 요령 있는 투구로 5이닝을 1실점으로 버텼고, 삼성이 3대1로 승리하며 시즌 7승째를 따냈다.

원태인에게 ‘7’은 의미 있는 숫자였다. 지난해 원태인은 8월 4일 두산전에서 6승째를 챙긴 뒤 13경기에서 승수를 추가하지 못하고 8패를 당했다. 하지만 이번엔 3경기 만에 7승 고지를 밟았다.

그 소중한 원태인의 승리를 지켜준 일등공신 중 한 명이 16년 전 자비심 없이 꼬마 원태인에게 홈런을 날린 중학교 형 김상수였다. 김상수는 이날 호수비 퍼레이드로 후배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2회말 경쾌한 러닝 스로 송구로 발 빠른 김혜성을 아웃 처리한 김상수는 3회말엔 2루 베이스 위를 통과하는 박병호의 타구를 멈춰 세운 뒤 절묘한 글러브 토스로 1루 주자를 잡아냈다. 그는 3회말 이어진 2사 2·3루 위기에서도 이용규의 타구를 빠른 풋워크로 잡아내 이닝을 끝냈다.

김상수는 4회말엔 이지영의 날카로운 타구를 백핸드로 잡아 또 하나의 아웃 카운트를 잡았다. 그는 오승환이 마무리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9회말에도 역동작으로 타구를 잡은 뒤 점프 송구로 키움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지난 시즌 타율 0.304, 출루율 0.397로 맹활약한 김상수는 올해 타격 페이스가 떨어지며 타율 0.202, 출루율 0.307로 부진하다. 하지만 수비에선 여전히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6일 키움전에선 5번의 호수비로 꼬마 때부터 봐왔던 원태인의 7승 도우미가 됐다.

6일 키움전에서 7승을 올린 원태인 / 허상욱 스포츠조선 기자

원태인은 경기 후 “김상수 선배, 박해민 선배 등 야수들의 도움 덕분에 잘 버텼다. 야수 선배들에게 고맙다고 인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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