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현충일에 천안함 생존자 만나 "분노 않는 나라" 강조
訪美-취임4주년 등 文행사 직전.. 메시지 내는 '타이밍 정치' 이어가
전날 현충원 참배후 방명록에.. "분노하지 않는 나라 만들것" 남겨
사실상 대선 출사표 던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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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서울현충원서 참배하는 윤석열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이 5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원 관계자들과 함께 충혼탑 지하 무명용사비 앞에서 참배하고 있는 모습(위 사진). 이날 윤 전 총장은 방명록에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라고 쓰며 대선 주자로서 행보를 본격화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 제공 |
○ 野 “문 대통령 ‘나라답게’를 저격한 것”
윤 전 총장은 5일 현충원을 참배한 뒤 작성한 방명록 문구를 통해 대선 의지를 명확히 밝히면서 대선 행보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윤 전 총장은 올해 1월 4일 검찰총장 신분으로 현충원을 참배했을 때는 방명록에 ‘조국에 헌신하신 선열의 뜻을 받들어 바른 검찰을 만들겠다’고 글을 남겼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은 불과 6개월 만인 5일 현충원을 방문해선 ‘검찰’이 아닌 ‘나라’를 만들겠다고 썼다. 지난번엔 검찰의 수장으로서 글을 남겼다면 이번엔 나라의 수장이 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내비친 것이다.
특히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이 쓴 ‘분노하지 않는 나라’ 문구는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제19대 대통령선거 정책공약집 공약 표어가 ‘나라를 나라답게’였는데, 국민들에게 이를 연상시키며 ‘분노할 만한 나라가 됐다’는 함의를 담은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또 현충일을 계기로 해 안보를 중요시하는 보수 지지층의 지지를 자신이 담아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동시에 현 정권에 분노하는 반문(반문재인) 세력의 결집을 유도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윤 전 총장은 방명록 작성 후 충혼탑 지하 무명용사비와 위패봉안실에 헌화 참배하고 일반 묘역에서 베트남전, 대간첩작전 전사자 유족을 만나 위로했다. 다만 전직 대통령들의 묘역은 찾지 않았다.
○ “천안함 괴담 유포 세력” 사실상 여권 겨냥
윤 전 총장은 5, 6일 K-9 자주포 폭발사고 피해자 이찬호 씨와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 전우회장 전준영 씨를 각각 만나는 등 안보 행보를 이어 나갔다. 윤 전 총장은 5일 이 씨를 만나 “국가를 위해 헌신하다 부상당하거나 생명을 잃은 사람들과 그 가족들이 아픔을 치유하고 헌신에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안보 역량과 태세를 유지하기 위해 극히 필수적인 일”이라며 “청년들이 군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면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보훈이 곧 국방”이라고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은 6일 오후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전 씨의 집으로 찾아가 “천안함 괴담을 만들어 유포하는 세력들, 희생된 장병들을 무시하고 비웃는 자들은 나라의 근간을 위협하고 혹세무민하는 자들”이라며 “현충원 방명록에 ‘희생한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쓴 이유”라고 강조했다.
청와대와 국방부 등지에서 67일째 시위를 해온 천안함 생존 예비역 장병들은 이날 문 대통령이 방문한 현충원 곳곳에서 “천안함 폭침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을 밝히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문 대통령이 답하지 않는 사안에 대해 윤 전 총장이 화답한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 매번 文 일정 전 메시지, 대선 행보 임박
윤 전 총장은 문 대통령의 주요 행사 일정이 시작되기 전마다 정치적 메시지를 내는 ‘타이밍의 정치’를 해왔다. 지난달 17일 윤 전 총장은 문 대통령 방미 출국(19일) 일정을 앞두고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를 찾은 뒤 문 대통령이 반도체 관련 기업 총수 등과 함께 방미 일정을 시작하는 바로 전날(20일) 이를 언론에 공개했다.
또 윤 전 총장은 문 대통령 취임 4주년 기자회견(지난달 10일) 전날 문 대통령의 경제 기조인 소득주도성장 관련 비판 메시지를 냈다. 또 5·18민주화운동 기념일 직전 “5·18은 현재도 진행 중인 살아 있는 역사”라는 메시지를 내면서 정부 여당이 주도해 왔던 5·18 이슈 선점을 시도하기도 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이번 주 공보담당자를 선임하고 공개 활동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민의힘 전당대회(11일)나 대선 경선 일정 등을 검토하며 입당 시기 등을 조율하고 있다. 윤 전 총장 측근은 “본인 결심에 따라 입당 시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은 가변적”이라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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