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서 깬 듯, 죽었다 소생한 듯…” 칭기즈칸 책사도 감탄한 책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2021. 6. 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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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禪書 양대산맥 ‘종용록’ 성본 스님, 해설 붙여 강설 펴내
禪問答 통해 창조적 사유 얻을 책
중국 양대 선어록으로 꼽히는 '종용록'에 대한 해설서 '종용록 강설'을 40년 연구 끝에 펴낸 성본 스님. /민족사 제공

“나는 서역에서 외롭게 몇 해를 지내다가 홀연히 이 답장(종용록)을 받고 보니 술에서 깨어난 듯, 죽었다 소생한 듯 뛸 듯이 환호했다. 동쪽을 바라보고 머리를 조아리며 재삼재사 펼쳐놓고 음미하면서 책을 매만지며 감탄하였다.”

칭기즈칸의 책사(策士)였던 야율초재는 1223년 스승이 보낸 ‘종용록(從容錄)’ 원고를 받고 이렇게 감탄했다. ‘벽암록’과 함께 중국 선서(禪書)의 양대 산맥이라는 ‘종용록'을 중국 선종사와 선어록 연구 대가인 성본(71·동국대 명예교수) 스님이 해설을 붙여 ‘종용록 강설’(전 8권·민족사)로 출간했다.

종용록은 중국 묵조선(默照禪)의 시조인 굉지(1091~1157) 선사가 쓰고, 조동종(曹洞宗)의 선풍을 떨친 만송(1166~1246) 선사가 해설한 선어록. ‘뜰 앞의 잣나무’ ‘개에게도 불성(佛性)이 있나’ 같은 알쏭달쏭한 선문답(禪問答) 100가지를 엄선해 해설[評唱]한 책. 책은 만송 선사의 제자로서 칭기즈칸의 막후 책사로 활동했던 야율초재의 간청으로 간행됐다. 책에서는 중국 역사와 고사·시문(詩文)을 방대하게 인용하면서 선문답 100건에 얽힌 맥락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나온 지도 벌써 900년, 한국 독자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아 성본 스님이 강설을 펴내게 됐다.

성본 스님은 “선(禪)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지상의 생활 중심 스케일인 중국 문화와 우주적 스케일의 인도 문화가 만나 탄생한 독특한 수행법”이라고 말했다. 특히 ‘안녹산의 난’과 같은 정치적 혼란기 중국 전통 문화로 돌파구를 찾기 어렵던 시절에 선(禪)이 등장해 당·송 300년간 문학·회화·서예까지 정신문화 전 분야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쳤다는 것. 이른바 ‘선(禪)의 황금시대’이며 종용록은 그 정수를 정리한 책이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21세기를 사는 한국인에게 ‘종용록’은 어떤 가치가 있을까. 성본 스님은 “현대사회에서 지식을 얻을 길은 많다. 그러나 창조적 지혜는 사유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선어록이 그런 창조적 힘을 길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주사로 출가해 참선 수행하던 스님은 조계종 종정을 지낸 서옹(1912~2003) 스님의 권유로 일본 코마자와대에 유학해 ‘중국 선종의 성립사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선의 역사와 사상’ 선과 다도’ ‘선불교란 무엇인가’ 등 여러 저서가 있다. 이번 ‘종용록 강설’은 그가 40년 연구 끝에 내놓은 결실. 스님은 “선어록의 정수를 다룬 책이기 때문에 함부로 낼 수 없어 정년 퇴임 후 집중적으로 연구해 이번에 출간하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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