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베로가 그토록 외우기 어려웠던 이름, 이젠 수베로의 남자 되나

장민석 기자 2021. 6. 6.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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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민이 한화 타선의 새로운 활력소로 떠올랐다. / 정재근 스포츠조선 기자

한화 팬들에겐 한동안 잊지 못할 날이 될 것 같다.

한화는 6일 창원 NC전에서 역사에 남을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1-9로 패색이 짙던 7회초 무려 8점을 뽑아내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린 뒤 8회에 결승점을 뽑아 13대10으로 이겼다. 한화의 미래로 꼽히는 2000년생의 날이었다.

정은원이 7회초 1사 만루에서 싹쓸이 3타점 3루타를 쳐 9-4까지 따라붙었고, 노시환은 다시 맞은 만루 찬스에서 그랜드슬램을 날려 경기를 9-8 접전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또 다른 2000년생인 조한민이 6회 솔로 홈런에 이어 7회 2사 후 중전 적시타로 9-9 동점을 만들었다. 10-9로 앞선 9회초에도 2루타를 친 조한민은 상대 투수의 폭투로 홈을 밟았다. 4타수 3안타 2타점 3득점 1볼넷의 눈부신 활약이었다.

대전고 출신의 ‘로컬 보이’ 조한민은 2019년 2차 8라운드(전체 73번)로 어렵게 한화 유니폼을 입은 선수다. 고교 시절인 2018년 이글스파크에서 홈런 두 방을 때려내며 스카우트들의 주목을 받긴 했지만, 타율이 0.202로 매우 낮았다. 하지만 타율에 비해 높은 출루율(0.346)과 안타의 절반가량이 장타인 점을 평가받아 프로 무대에 입성할 수 있었다.

조한민은 지난해 25경기에 나서 타율 0.220, 2타점을 기록했다. 시즌 후 상무에 지원했지만, 떨어졌다. 그런데 이 불합격이 조한민이나 한화 구단엔 전화위복이 될지도 모른다.

올 시즌 ‘리빌딩’이 전문 분야인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며 조한민에게도 기회가 많이 돌아갈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종아리 부상으로 시즌을 2군에서 시작했다.

유격수 등 내야 포지션을 소화하는 조한민에게 2루수 정은원, 3루수 노시환, 유격수 하주석 등이 버틴 한화 내야엔 낄 자리가 없었다. 조한민은 외야 수비 연습을 하면서 기회를 노렸다.

조한민이 6일 NC전에서 홈런을 치자 힐리가 다가와 팔뚝을 만지는 장면. / MBC스포츠플러스 중계화면 캡쳐

5월 26일 두산전으로 올 시즌 첫 경기를 시작한 조한민은 괜찮은 타격 실력을 선보였다. 지난 4일 NC전에선 멀티 히트를 기록하는 등 타격감을 끌어올렸던 그는 6일 NC전에서 인생 최고의 경기를 펼쳤다. 조한민의 올 시즌 타율은 0.333, 출루율은 0.429다.

이날 경기에선 라이온 힐리가 솔로 홈런을 친 조한민의 팔뚝을 잡으며 감탄하는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조한민은 경기 후 “프로에 왔을 땐 왜소했지만, 트레이닝 코치님과 함께 열심히 몸을 불렸다”고 말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부임한 수베로 감독에게 가장 큰 미션 중 하나가 한화 선수들의 한국 이름을 외우는 것이었다. 발음하기도 어렵고 비슷한 이름도 많았다. 수베로 감독은 “통역에게 30~40번 이름을 물어봤다”며 “특히 (김)민하와 (조)한민이 정말 헷갈렸다”고 말했다.

이젠 수베로 감독에게 조한민의 이름이 확실히 각인됐을 것 같다. 비록 팀은 9위를 달리고 있지만, 정은원·노시환에 이어 팀의 미래를 짊어질 수 있는 또 하나의 2000년생 스타 탄생에 한화 팬들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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