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펌프래..물 흡입 '시속 540km'
로봇·재난 구조 등 응용 기대
[경향신문]
코끼리는 자신의 코를 이용해 시속 540㎞라는 매우 빠른 속도로 물을 빨아들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콧구멍 지름과 코 내부의 빈 공간인 ‘비강’을 확장해 가능한 일인데, 향후 고성능 펌프 같은 신개념 기술을 연구하는 데 응용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진 등은 지난주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더 로열 소사이어티 인터페이스’에서 코끼리가 자신의 코를 통해 시속 540㎞로 물을 빨아들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KTX 최고 속도의 1.8배이다.
이번 연구에는 미국 애틀랜타 동물원에 사는 몸무게 3.4t, 나이 서른네 살인 ‘켈리’라는 이름의 코끼리가 활용됐다. 연구진은 간단한 실험을 했다. 수족관에 물을 일정량 채운 뒤 켈리가 수조에 코를 꽂고 빨아들이는 시간을 측정했다. 물 흡입이 끝난 뒤에는 수족관에 남은 물의 양도 쟀다. 그러자 코끼리 코가 가공할 만한 펌프 능력을 지닌 것이 확인된 것이다.
특히 연구진은 또 다른 서른여덟 살짜리 코끼리 코의 내부 구조를 분석해 독특한 사실을 발견했다. 초음파 장비로 들여다봤더니 코끼리는 물을 빨아들일 때 콧구멍을 30%까지 넓힐 수 있고, 코 안의 빈 공간인 비강의 부피도 64% 확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코끼리는 물과 접촉할 때 코의 구조를 좁은 국도에서 널찍한 고속도로로 바꿀 수 있었던 셈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생체 구조는 동물뿐만 아니라 미래 로봇의 능력을 연구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박에 대한 급유시스템이나 재난 현장에 갇힌 사람에게 공기나 물을 신속하게 다량 공급하는 기술 개발에 응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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