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40세' 폐지만큼 필요한 건 "젊은 정치 육성 시스템"

김상범 기자 2021. 6. 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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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바람'에 정치권 '대통령 출마 헌법 조항' 폐지론 확산
기존 정당들, 청년 인사 깜짝 발탁 뒤 '쓰다 버리기'식은 여전
청년 정치인·전문가들 "정당 내 재생산 구조 마련" 한목소리

[경향신문]

청와대 경비원들이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 2012년 12월19일 대통령 집무실과 회의실 등이 있는 청와대 본관으로 향하는 정문을 열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36세의 이준석 후보가 제1야당 대표가 될 수 있다면 마흔이 되지 않아도 대통령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장유유서’를 강요하는 정치권의 낡은 제도를 고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 선거 출마 연령을 40세로 제한한 헌법 조항을 폐지하자는 요구가 대표적이다. 수십년 된 헌법 조항이 오늘날까지도 청년 정치인들의 활동반경을 옥죄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동시에 ‘젊은 정치’에 무관심했던 기성 정당들의 책임도 함께 요구되고 있다. 피선거권 제한 폐지로 정치판의 ‘그릇’을 키우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를 새로운 얼굴과 신선한 콘텐츠로 채우려면 무엇보다 정당 내부에 ‘예측 가능하고 연속성 있는’ 청년 정치인 육성 시스템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통령 출마 자격을 40세 이상으로 제한한 헌법 조항을 폐지하자는 주장은 20·30대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번져나가고 있다. 지난달 30일 류호정·장혜영 정의당 의원과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국회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 선거는 특정 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라 시민 누구나 나설 수 있는 기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청년 최고위원도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의 ‘돌풍’은 더 이상 나이로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이 무의미해졌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중진급 정치인들도 가세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6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40세 이상 대선 출마 자격 제한은 풀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여권 대선 주자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지난 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기성세대가 청년을 배제하고 대선과 정치를 독점하려 한다면, 과거 독재정권의 횡포와 다를 바 없다”고 했고, 나경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도 25세 국회의원 피선거권 제한, 40세 대통령 피선거권 제한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통령 ‘나이 제한’ 규정은 69년 전인 1952년 대통령·부통령 선거법에 처음 등장했다. 1962년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주도한 5차 개헌에서 헌법 조항으로 격상됐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개헌안에 이 조항을 없애는 내용이 담겼지만, 당시 여야가 개헌 자체를 놓고 합의를 이루지 못한 탓에 무산됐다.

해당 헌법 조항의 삭제를 요구하는 측에선 해외 다수 국가에서 젊은 정치 지도자가 등장하고 있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은 모두 30대에 국가수반이 됐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분투하고 있는 청년 정치인들은 “제도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연속성 있는 ‘육성’ 시스템”이라고 강조한다. 정치인을 키워내지 못하고 매번 ‘쓰다 버리는’ 기성 정당의 한계에 대한 비판이다. 아던 총리를 비롯해 독일·스웨덴 등지의 정치인들은 대개 10대 시절부터 당원으로 활동하면서 정치 경력을 쌓는다. 정당의 재생산 구조를 마련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박성민 전 민주당 청년 최고위원은 “정치에 뜻을 품은 청년들이 당의 문을 두드리거나 경험을 쌓을 통로가 거의 없다”며 “그마저도 당대표의 의지에 좌우되는 경우가 상당수”라고 말했다.

이준석 후보는 2011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영입된 이후 10년간 ‘원외’ 신분을 벗어나지 못하고 주변부를 맴돌아야 했다. 이동학 최고위원도 20대 총선에서 낙천한 뒤 2년간 여의도를 떠나 있는 등 청년 정치인은 좀체 뿌리내리기 쉽지 않은 토양이다. 이 최고위원이 송영길 대표의 ‘깜짝 발탁’ 형식으로 복귀한 것 역시 청년 정치인의 진퇴가 결정권자 1인의 의사결정에 좌우되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젊은 정치인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예측 가능하고 연속성 있는’ 정치인 육성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천하람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은 “청년 정치인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다”라며 “지방의회에서부터 경험을 쌓아 중앙정치에 진출하도록 하면 아무리 초선이라도 8~9년의 의정 경력을 지닌 베테랑이 배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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