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카인드 - 뤼트허르 브레흐만 [황희의 내 인생의 책 ①]

황희 |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2021. 6. 6.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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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인간에게

[경향신문]

인류의 가장 큰 트라우마 중 하나는 유대인 학살이다. 특정 인종의 절멸을 욕망했던 히틀러가 우리에게 끼친 영향력은 아직도 유효하다. 가장 큰 절망은, 인간의 잔혹함이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다는 것을 우리가 알아버렸다는 사실이다. 근 40년 동안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가 널리 읽힌 이유도 그 때문이지 싶다. 많은 사람이 <이기적 유전자>의 논지에 동의했던 것처럼 나 또한 그러했다. 우리에게도 광주라는 아픈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인류에게 최악의 해로 기억될 2020년을 보내고, 새봄이 시작될 무렵 뤼트허르 브레흐만의 <휴먼 카인드>를 읽기 시작했다. 제목만 보아도 저자가 장장 530페이지에 걸쳐 말하는 바가 무엇일지 짐작이 갔지만, 코로나19가 가져온 위기와 절망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카인드한 휴먼(선한 인간)’에 대한 그리움은 절실했다.

지난해 예기치 못한 코로나19는 전 세계를 혼란에 빠트렸다. 여태 겪어보지 못한 엄격한 규제와 제재를 담은 지침들이 사실상 불가피했다. 달리 보면 인간의 기본권인 자유를 빼앗기는 일이어서 반발과 저항이 뒤따를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많았다.

놀랍게도 세상은 아름다웠다. 해외문화홍보원이 제작한 <참 이상한 나라>에서처럼 손수 마스크를 만들어 나눠주고, 기부금이 쏟아지고, 전국의 의사·간호사들이 거점 병원으로 몰려들었다. 참 이상한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위기의 순간에 인간은 기꺼이 자신의 이익 대신 공동체를 위한 선택을 한다는 <휴먼 카인드>의 이야기와 일맥상통했다.

인류가 얼마나 선한 본성을 가졌는지를 설명하는 이 두꺼운 책은 한마디로 K-방역으로 세계의 모범이 된 우리의 연대기였다. 장구한 인류사에서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주인공이 바로 우리라는 사실, 그야말로 진정 믿을 만한 희망이지 않겠는가.

황희 |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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