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부사관, 변호사 면담 한 번 못했다
군검찰은 두 달간 가해자 조사 안 해.."군 수사·사법제도 개선을"
[경향신문]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과 관련해 피해자와 국선변호사의 면담은 단 한 차례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을 넘겨받은 군검찰도 피해자가 숨진 채 발견될 때까지 두 달 가까이 피해자, 가해자 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군 관계자는 6일 “사건 신고 6일 후인 지난 3월9일 피해자의 군인 국선변호사(공군 중위)가 선임됐고, 5월14일에는 다른 군인 국선변호사(공군 중위)로 교체됐다”고 밝혔다.
국선변호사가 바뀐 것은 첫번째 국선변호사가 해외 신혼여행을 다녀와 보름간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이유를 댔기 때문이라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피해자는 첫번째 국선변호사와는 변호사 교체 문제 논의 등을 포함해 전화와 문자메시지로만 7차례 대화를 나눴고, 두번째 국선변호사와는 2차례만 연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와 국선변호사의 직접 면담은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피해자 사망 이후 민간인 변호사를 선임한 유족 측은 국선변호사들이 만들어놓은 자료 같은 게 아무것도 없던 상태였다고 밝혔다. 유족 측은 국선변호사 A씨를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소할 계획이다.
국방부는 “군 내 사건 조사 시 군사경찰이 의뢰인에게 국선변호사 안내문을 제공해 설명하고, 당사자의 신청 의사를 확인받으면 군검찰에 통보해 변호사가 선임되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군검찰이 성추행과 같은 예민한 사건을 경험이 부족한 초임 법무관에게 맡긴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게 군 안팎의 시각이다.
공군의 경우 공군본부 군인권센터와 양성평등센터 소속 초임 법무관을 성범죄 사건의 국선변호사로 관행적으로 선임하고 있다.
군검찰도 지난 4월7일 군사경찰로부터 가해자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받았으나, 피해자가 숨진 채 발견된 지난달 22일까지 피해자, 가해자 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해자 장모 중사에 대한 조사일은 6월4일이었지만, 피해자가 지난달 22일 숨진 채 발견되자 같은 달 31일로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군검찰은 피해자가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여서 피해자 조사를 미뤘다고 공군에 보고했지만, 그동안 가해자 휴대폰 압수수색조차 하지 않았다.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군검찰은 또 지난달 27일 장 중사의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고도 실제 압수는 같은 달 31일에야 임의제출 방식으로 이뤄졌다. 피해자가 소속된 제20전투비행단 군검찰 근무자는 법무참모와 검찰관, 부사관 등 3명이다. 전문적인 조사가 어려워 부실수사로 이어지기 쉬운 구조다.
국방부는 지난해 군사법원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고등군사법원을 폐지해 군사재판 항소심을 서울고등법원으로 이관하고, 장성급 장교 지휘부대의 보통검찰부를 국방부 장관 및 각 군 참모총장 소속 검찰단으로 옮기도록 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가 2015년 공개한 ‘군 수사와 사법제도 현황 및 개선방안 연구’ 용역 보고서를 보면 군검찰을 국방부 직속 독립부대로 두었을 때 권력기관화될 수 있다며 ‘검찰과 국방부 법률자문관이 협력해 군 형사사건을 수사하되, 기소는 일반 검사가 하는’ 독일식 모델을 소개하고 있다.
나아가 독일군처럼 평시에 특별군사법원 설치를 금지하고, 전시나 해외주둔인 경우에 특별군사법원을 둘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프랑스군도 민간법원에 37곳의 특별부를 설치해 군형법을 위반한 군에 대한 재판을 담당케 하고 있다. 한국군은 해외원정군 개념인 미군을 본떠 군검찰과 군법원을 두고 있으나, 군부대의 일반 검찰과 법원의 접근성이 좋은 국내에서는 오히려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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