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장유유서

송현숙 논설위원 2021. 6. 6. 20:5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 후보가 6일 오후 울산시 남구 국민의힘 울산시당사를 방문해 당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유유서(長幼有序). 유교 도덕사상의 기본인 오륜(五倫) 중 하나로, 어른과 아이 사이엔 차례와 질서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 네 글자가 근래 자주 소환되고 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나타난 ‘이준석 돌풍’에 장유유서를 언급하면서 먼저 불을 붙였다. 정 전 총리는 특정 단어만 확대해석하지 말아달라고 해명했지만, 결과적으로 ‘꼰대’ 이미지가 도마에 올랐다.

그 후엔 ‘장유유서 법’이 화제에 오르고 있다. 대통령 출마연령을 40세로 묶고 있는 헌법이 대표적이다. 1952년 이승만 전 대통령 시절 선거법에 규정됐다가 10년 뒤 박정희 정권 때 헌법에 들어가 60년 가까이 대못처럼 고정됐다. 국회의원 피선거권 연령을 25세 이상으로 제한하고 금전적 장벽인 기탁금 제도 등을 규정한 공직선거법, 정당 가입 연령을 18세로 제한하는 정당법도 정치 참여 문턱을 높여온 ‘장유유서 법’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동안 선거철 불쏘시개로만 사용된 청년정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이들이 마이크를 쥐는 일이 많아지는 점은 반갑다. 다만 청년정치 모델이 정착된 선진국에선 청년을 키우고 응원하는 정치시스템과 문화 위에서 다양한 경험과 내공을 쌓은 ‘젊은 정치’가 꽃피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또한 젊은 사람들은 참신하고 개혁적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타인에 대한 관용이 없는 능력주의나 이기주의로 무장한 ‘젊은 꼰대’는 자칫 조직 전체를 파괴하고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늙은 꼰대보다 위험할 수도 있다.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 열풍을 불러오며 모든 세대에 사랑받는 배우 윤여정씨의 어록을 들여다봤으면 한다. “젊은 사람들이 센스가 있으니 들어야죠. 우리는 낡았고 매너리즘에 빠졌고 편견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런데 어른들이 젊은이들에게 ‘니들이 뭘 알아?’라고 하면 안 되죠.”(tvN 윤식당), “최고의 순간인 건 모르겠다. 최고가 아닌 최중(最中)이 돼 같이 살면 안 되나.”(아카데미상 수상 직후 ‘지금이 최고의 순간이라고 할 수 있나’라는 취재진 질문에). 성실함으로 쌓은 실력, 누구도 무시하지 않는 태도, 여기에서 나온 통찰력과 대안…. 모든 세대가 공감하고 사랑하는 정치의 조건은 기본적으론 같다.

송현숙 논설위원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