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호국영령 앞에서 여군 성추행·부실급식 사과한 문 대통령
[경향신문]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제66회 현충일 추념사에서 “군내 부실급식 사례들, 아직도 일부 남아 있어 안타깝고 억울한 죽음을 낳은 병영문화 폐습에 대해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다. 군 장병들의 인권뿐 아니라 사기와 국가안보를 위해서도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공군 성추행 피해 여성 부사관 사망사건에 대해 지난 3일 엄정 수사를 지시하고, 4일 이성용 공군참모총장 사의를 바로 수용한 뒤 직접 대국민사과를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추념식 후 찾은 피해 부사관 추모소에서 부모를 만나 “국가가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 군 통수권자인 문 대통령의 사과와 단호한 진상규명 지시는 군 기강 확립과 재발 방지의 전기가 되어야 한다.
피해 부사관이 외롭게 버틴 정황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 부사관은 국선변호사 조력을 거의 받지 못했고, 전속된 부대에서도 관심 병사 취급을 받으며 2차 가해를 당했다. 2년 전 공군 여장교가 상관의 강요·방조 속에 성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했으나, 제대로 된 조사 없이 인사 불이익만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국방부가 감사에 착수한 사실도 새로 확인됐다. 군 치부를 덮자는 위로부터의 압박을 거부했다고 피해자를 따돌리고 불이익을 주는 군 행태가 개탄스럽다. 뿌리 뽑히지 않는 악습은 반복될 것이 뻔하다.
문 대통령은 추념사에서 “이웃을 구하기 위해 앞장서고 공동선을 위해 스스로 희생하는 것이 애국”이라고 했다. 나아가 “보훈은 지금 이 순간, 나라를 지키는 일에 헌신하는 분들의 인권과 일상을 온전히 지켜주는 것”이라고 했다. 현충일에 새길 보훈의 현재적 의미를 장병들의 인권·복지 확대로 매김한 것은 의미 있고 시의적절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터진 곳에서 또 터지는 잘못된 구습과 악행의 근절이다.
현시점에서 군이 공동선을 세우는 길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뼈를 깎는 쇄신밖에 없다. 피해자 회유 등 조직적 은폐에 관여한 책임자들도 일벌백계해야 한다. 공군참모총장 사퇴로 사건을 덮으려 한다면 더 큰 여론 반발에 직면할 것이다. 여군들을 성적 대상화하는 일부 남성 군인들의 시대착오적 젠더 인식도 바로잡아야 한다. 해묵은 부실급식 문제도 정상화해야 한다. 국방예산 52조원 시대에 1식4찬의 기본지침도 지켜지지 않고 질도 형편없는 급식 논란이 꼬리를 물다니, 어이가 없다. 자식들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에게도 면목이 서지 않는다. 군은 장병 1인의 하루 급식비를 기존 8790원에서 1만원으로 내달부터 인상키로 했지만, 여기에서 만족해서는 안 된다. 군 사기와 직결된 급식 체계의 구조적 문제와 개선책이 없는지 장병 부모의 맘과 눈으로 살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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