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윤석열 검증자료 수집..벼락공부로 대통령 되기 쉽나"

민주당 대표 취임 한달 인터뷰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오후 국회 당 대표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취임 한 달을 넘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앞에 놓인 과제는 국민의 지지를 회복해 내년 대선을 승리로 이끄는 것이다. 송 대표는 6일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한겨레>와 만나 “백신·부동산·반도체·기후위기·남북관계 5개 과제에서 성과를 내면 이긴다”며 “민주당이 얼마나 변해서 정권교체를 바라는 이들을 흡수하는지가 과제”라고 밝혔다. 최근 ‘윤석열 파일’을 언급했던 그는 “검증할 자료를 모으고 있다”며 “윤 전 총장한테 수사받다 자살한 사람도 많고 무죄도 많았다. 환갑이 되도록 사람을 잠재적 피의자로 보고 수사만 하던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는 게 쉬운 일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문제에 대해선 ”국민적 공감대가 높아진 건 사실”이라며 “가석방 방안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상위 2% 종부세 ‘부자감세’ 아냐…정책실패 따른 과세불만 조정해야”

—당 대표 취임하고 한 달이 넘었다. 소회가 어떤가.

“제가 한 달 동안 공식일정 100번은 한 거 같다. 이렇게 일정이 많은 대표도 없었다고 하는데 그만큼 제가 절박한 생각이다. (당 대표실 벽을 가리키며) 저기 D-276일이라고 돼 있는데 내년 3월9일 오후 6시에 대통령선거 출구조사에서 ‘민주당 후보 당선 유력’으로 뜨는 게 목표다. 그 상상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174명 국회의원과 당원들에게 우리 입법활동이 내년 3월9일 국민 신임 다시 얻는 데 도움되는가 안되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해보자고 얘기하고 있다.”

—취임 직후 당-청 관계에서 ‘당 주도’를 강조했다. 당·청 관계 변화를 확실하게 느끼고 있나.

“당 주도로 가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당이 훨씬 더 공부해서 정부를 견인할 수 있는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그게 없으면 단순한 고집에 불과할 수 있다. 두번째로는 원팀으로 통합이 돼야 한다. 두 가지 요건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정권 이양기 앞두고 더욱더 당 역할이 중요한 거 아니냐고 얘기했고, 이건 제게 힘을 실어준 거 아니겠냐. 당선되자마자 바로 다음 날 전화하셔서 청와대 초청해서 대화도 나눴다. 원팀은 다른 말로 하면 대표를 중심으로 뭉치라는 뜻이다. 그런 면에서 당이 실력과 내용을 가지고 설득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 민심경청, 국민소통을 한 것으로 국민들은 ‘이렇게 생각한다’며 (정부를) 설득하고 있다. 인사청문회 문제도 갈등을 표면화하지 않고 당·청 간 긴밀한 조율로 풀었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논란도 당이 분열되지 않고 수용하는 분위기로 (풀었다). 조 전 장관 당사자는 물론 대선주자도 수용하는 분위기로 정리했다. 부동산 문제가 남은 과제인데 앞으로 의총에서 잘 풀어보려고 한다.”

—민주당 부동산특위에서 발표한 종합부동산세 상위 2% 부과 방침을 송 대표가 직접 만들었다고 들었다. 당 내부에서 ‘부자 감세’, ‘징벌적 세금’이라는 의견이 갈린다.

“내가 직접 만든 게 아니라 김진표 특위 위원장 등이 안으로 올린 것이다. 제가 특위 위원이 아니니까 직접 만든 건 아니지만, (특위안에) 동의하고 있다. 종부세를 보면 2주택 이상자 과세기준 6억원은 유지되고 있다. 양도세의 경우에도 1가구 2주택자가 1년 미만 양도할 경우에 (양도세를) 65%까지 올렸다. 3주택자는 75%까지 올렸다. 그걸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논란이 됐던 임대사업자에 대해서도 건설임대는 유지하지만, 매입임대는 갱신 안 하고, 신규허가 안 하고 종료된 것도 특혜 없애겠다는 것이다. 세 가지가 다 부자감세가 아니라 오히려 증세가 되는 효과를 유지하는 것이다. 단지 논란은 1가구 1주택자 조정해보자는 건데 ‘부자감세’라고 말하긴 어렵다. 집 한 채 가지고 있는 1주택자는 집 팔면 다른 집 사야 한다. 종부세는 1% 대상으로 봤는데 지금은 3.7%로 늘었다. 서울은 16%, 아파트는 25%가 대상이다. 4명 중 1명이 종부세 대상이다. 100만명이 넘어가게 된다. 그러면 본인들이 집값 올려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정부정책 실패로 집값을 올려놓고 여기에 과세하느냐는 불만이 생길 수 있다. 이걸 당연히 조정해야 하는 거 아닌가. 양도세도 지난해 서울 시내 평균 아파트 거래 가격이 12억이다. 양도세 비과세를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조정해주자는 게 부자감세인가 싶다. 이건 공시가도 아니고 실거래가다. 그 대신 양도로 인해 20억~30억씩 버는 사람들이 (장기보유하면) 최대 80% 공제 혜택을 받고 있다. 그래서 이것을 20억 넘으면 60%, 40억 넘으면 40% 등 공제를 줄여서 차익이 많이 남으면 더 과세하는 구조다.”

—종부세 손질에 대한 당내 반발도 만만치 않은데 ‘종부세 2% 안’을 꼭 관철시킬 계획인가.

“의총에서 결정하려고 한다. 질질 끌면 안 된다. 제가 임명한 특위에서 만든 안을 당연히 당 대표가 의원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이 상황을 특위 위원들이 아니면 잘 모르고 막연히 부자감세라고 보는데 조곤조곤 이런 면이 있다는 건 설명하려고 한다. 일부에선 정책 일관성을 얘기하는데 일관성을 유지하려면 임대사업자 특혜도 폐지하면 안 된다. 임대사업자를 누가 양성화시켰냐. 김수현 전 정책실장 때 우리 정부가 한 거 아니냐. 근데 워낙 집값이 오르고 (임대사업자에 대한) 종부세 합산 배제, 양도세 배제 등 너무나 큰 특혜라고 보기 때문에 우리가 조정하는 건데, 마찬가지로 종부세 부담도 조정해줘야 한다.”

“국민은 잠재적 피의자 아닌 주권자…윤석열 검증받아야”

—유력한 대선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파일들을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윤석열 파일’의 실체가 있는 건가.

“검증할 자료를 모으고 있다고 이해하면 될 거 같다. 그런데 윤 전 총장 쪽에서 짜증을 내는데 이재오 전 의원 말씀처럼 ‘준비가 안 돼 있는 거 아니냐’는 말씀을 인용하고 싶다. 김종인 전 위원장도 검사가 대통령 된 거 본 적 없다고 했다. 저는 이렇게 본다. 검사는 직업상 국민을 항상 잠재적 피의자로 사람을 본다. 형사부는 경찰이 잘했는지 못했는지 제3자의 입장에서 평가를 해볼 수 있지만, 특수부는 인지를 해서 그걸 옭아매서 수사하잖아. 윤 전 총장한테 수사받다 자살한 사람도 많고, 무죄도 많았다. 나이가 환갑이 되도록 사람을 잠재적 피의자로 보고 수사만 하던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는 게 쉬운 일인가. 대통령은 국민을 잠재적 피의자가 아니라 존중받아야 할 주권자, 내가 지키고 보호해야 할 국민으로 봐야 한다.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로 나를 만들어준 사람에 대해 경청할 자세가 돼 있어야 한다. 국민들은 (윤 전 총장에 대해) 의구심 가지고 있다. 벼락공부로 대통령이 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국민 입장에서 당연히 검증받아야 한다.”

—국민의힘에서 ‘이준석 돌풍’이 무섭게 일고 있다. ‘이준석 돌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상대 당 경선이니까 잘 지켜볼 수밖에 없다. 그런 현상은 긍정적으로 본다. 특히 대구에 가서 ‘박근혜 탄핵은 정당했다’고 말한 부분은 인상적이었다. 이를 계기로 국민의힘이 탄핵의 강 넘고 합리적 보수로 가는 게 대한민국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2030세대가 민주당에서 왜 국민의힘 지지로 옮겨갔다고 보나.

“민심경청 하다 보니까 (청년세대들이) 민주당은 우리 이야기를 듣지도 않고 대변하지도 않는데 어떻게 민주당 지지하냐고 말하더라. 가르치려 하거나 꼰대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자세가 안 돼 있었다. 2030 청년을 뭘 모르는 사람 취급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당장 우리 당 의원들에게 ‘초선 5적’이라고 말하지 않냐. 민주당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정당, 같이 아파하고 공감하는 정당으로 바뀌어야 한다. 청년들이 얘기가 저와 다르더라도 자유롭게 얘기할 기회를 줘야 한다. ‘이준석 현상’에 대해서 우리는 이동학 최고위원 제시했다. 둘은 대비된다. 82년생, 85년생 3살 차이인데 이 전 최고위원은 하버드 대학 나온 능력주의를 강조한다. 여성·장애인 할당제를 비판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능력주의는 한계가 있고, 구조적 불평등으로 인한 ‘흙수저 청년’들에 대한 고민이 있다. 이동학 최고위원은 그런 존재다. 지방대 나와서 아르바이트로 노동판 전전했다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의자 펼치는 아르바이트 왔다가 관심 가져서 민주당 입당했다. 누구처럼 발버둥 친 것도 아니고, 밑에서 꿋꿋이 19년 동안 봉사해왔다. 이동학 개인이 아니라 이동학으로 대표되는 흙수저 청년들 아픔을 대변하고, 능력주의도 존중하지만, 그 한계도 볼 수 있어야 한다. 제가 ‘누구나집 프로젝트’ 강조하고 있는데, 특히 청년 주거 해결할 수 있는 민주당을 만들기 위해 같이 협력하고 있다.”

—민주당이 2030세대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집 문제 해결하겠다. 주거문제 핵심이고, 주거문제 때문에 벼락거지 된 사람들이 주식에 영끌하고 암호화폐하고 있는데 주거문제 해결하는 게 가장 큰 것이라고 본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오후 국회 당 대표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백신·부동산·반도체 등 5대 과제 성과 내면 대선 이긴다“

—민주당에 86세대, 70년대 학번인 긴급조치 세대 정치인이 많아 세대교체가 정체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의 세대교체 필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세대교체라기보다 세대 융합, 조화가 부족하다. 더 많은 청년들이 발탁될 필요가 있다. 그나마 제가 된 게 좀 발전된 게 아니냐. 제가 80년대 학번이니까. 지난번에 후보 나오신 분은 저보다 5~6년 선배고, 86세대로는 처음으로 당 대표가 됐다.”

—대선 경선 연기는 가능한가.

“저희가 이 문제는 아주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당헌·당규에 나와 있는 대로 한다고 말씀드렸다. 대선기획단 만들어지면 (논의가) 구체화할 것이다.”

—최근 갤럽 여론조사에서는 정권교체 희망 50%, 정권 재창출 의견이 36%로 나타났다. 정권 재창출이 쉽지 않아 보이는데, 필승 카드가 있나.

“저는 제가 강조한 5가지 과제에서 성과 내면 이긴다고 본다. 국민들은 새로운 대통령과 174석 민주당이 협력해야 낭비와 비용을 줄이고 국가발전을 위해 전진해 나갈 수 있다고 판단할 것이다. 백신·부동산·반도체·기후위기·남북관계 등 5가지 어젠다를 강조했다. 부동산특위를 만들었고, 누구나집 프로젝트를 구체화할 예정이다. 백신은 생산 허브를 만들자는 제안을 했고 한미정상회담에서 글로벌 생산 파트너십이 합의됐다. 반도체도 특위를 만들어서 뒷받침하고 있다. 마지막 한반도 평화 문제를 풀기 위해 방미 계획을 가지고 있다. 다섯가지 과제에 대해 성과를 내게 만들 것이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의 요구를 민주당이 변화해 흡수하는 게 과제다. 정권교체를 안 해도 민주당에 희망이 보인다고 하면 정권을 맡기지 않을까 본다. 변화를 강조하려는 게 친문 쪽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대통령과 차별화하려고 하는 거 아니냐고 방어적으로 볼 게 아니라 정권을 재창출해야 대통령을 지키는 것 아니겠냐.”

—방미계획 일정이 구체적으로 잡힌 건가.

“문재인 대통령도 청와대에 5당 대표를 초청해 ‘펠로시 하원의장과 미 의회 지도부 만나면서 한미 간 단순한 합의 넘어서 전략적 동맹 수준으로 합의했기 때문에 의회의 절대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했다. 후속조치 차원에서 필요하다. 북미 관계 푸는 돌파구 만드는 문제를 계속 고민해왔다. 시기가 빠듯해서 어떤 시기를 잡을지 고민 중이다.”

“이재용 가석방 방법도 있어…청와대 고민 중, 이해한다“

—재계를 중심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론이 나온다. 이 부회장의 사면에 대한 의견은?

“전당대회 경선 때 ‘삼성이 글로벌 기업답게 개인의 리더십에 의존하는 조직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가야 하지 않냐’고 얘기했다. 그러나 지금 코로나 재난 국면이다 보니까 특히 반도체는 미·중 간 경쟁 있고, 반도체 경쟁도 삼성이 핵심이고 코로나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핵심이다 보니까 이재용 부회장을 풀어서 활동하게 해달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높아진 건 사실이다. (이 부회장 사건은) 국정농단 구속 건이 있고, 제일모직 합병 불구속 기소돼 있고, 프로포폴 역시 기소돼 있다. 삼성은 지금 (이 부회장을) 빨리 풀어달라는 거 아니냐. 그러면 사면이 아니라 가석방 등이 있을 수도 있다. 뭔지 모르지만 청와대가 어떤 방법으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청와대 고민을 이해한다.”

—7일 권익위의 민주당 의원들 부동산 전수결과가 나오는데 문제 된 사람들은 출당 시키나.

“지금 말하긴 그렇고 (조사 내용을) 받아보고 판단하겠다”

—한달 간 당을 이끌면서 가장 잘한 점과 아쉬운 점을 한가지씩 꼽아달라.

”변화의 희망을 보여준 것 같다. ‘송영길이 이전 민주당과는 다르게 활동하네’라는 인식을 준 것 같다. 첫날 이승만·박정희 묘역 참배해서 논란이 있었다. 이준석 후보나 김종인 위원장은 박근혜 탄핵 잘 했다고 하고 5·18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며 ‘합리적 보수’ 표방하는데 민주당은 도그마에 갇혀 있었다. 전반적으로 변화 시도했고 공감대 만들고 있다. 유능한 개혁과 내로남불 극복하는 언행일치 정당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제가 말하기 그렇고, 지금까지 열심히 해왔다. 시간이 저한테 많지 않다. 열성 당원들은 검찰·언론개혁 안 하냐고 하는데 유능한 개혁을 말했다. 윤 전 총장이 사표 내기 전까지 얼마나 갈등이 많았냐. 그런 (갈등을) 최소화시키고 실질적 성과를 만들겠다. 언론·검찰개혁은 조용하게 준비하고 있다.”

서영지 송채경화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