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천안함 입장 밝혀라" 생존장병 16명 현충원서 울분의 시위

원선우 기자 2021. 6. 6. 20:2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부, 음모론에 침묵.. 유공자 인정도 외면, 대통령 입장 밝혀야"
천안함 최원일(예비역 대령·왼쪽) 전 함장 등 생존 장병 16명이 6일 국립서울현충원 인근에서 시위를 마치고 현충탑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이들은 생존 장병의 국가유공자 지정, 천안함 폭침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 표명 등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고운호 기자

천안함 최원일(예비역 대령) 전 함장 등 생존 장병 16명은 현충일인 6일, 생존 장병들의 국가유공자 지정을 촉구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국립서울현충원 현충일 추념식장 인근에서 흩어져 1인 시위를 했다. 폭침 이후 11년이 지났지만 생존 전역자 34명 중 13명만 국가유공자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천안함 폭침에 대한 대통령 입장을 명확히 밝혀달라’는 팻말도 들었다. 추념식이 끝난 뒤 문 대통령 조화 옆에 팻말을 놓기도 했다. 최 전 함장 등은 “현충일은 나라를 지킨 사람들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날”이라며 “그런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리는 천안함 생존 장병들은 국가유공자로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생존 장병들은 지난 4월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가 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해 재조사를 결정했다가 철회한 사건을 언급하며 “관련자 처벌과 재발 방지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청와대와 국방부는 답변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4월 1일부터 이날까지 청와대·국방부 등지에서 67일째 시위하고 있다. 최 전 함장 등은 “정부는 ‘천안함 음모론’에 침묵하지 말고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천안함 장병들을 잊지 말아달라”고 했다.

현재 천안함 생존 예비역 34명 가운데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은 사람은 13명뿐이다. 현역은 유공자 지정 대상이 아니다. 최 전 함장은 “같은 배에서 같은 전투로 PTSD를 입었는데 어떤 장병은 후유증을 인정받고, 어떤 장병은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실제 천안함 김윤일 병장은 최근 PTSD를 인정받지 못하고 국가유공자 심사에서 탈락했지만 이튿날 배성모 하사가 유공자 7급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PTSD는 생명을 위협하는 신체·정신적 충격을 경험한 후 발생하는 정신적 장애가 1개월 이상 지속되는 질환이다. 천안함 생존 장병들은 폭침 1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PTSD를 비롯, 불면증과 악몽, 우울증 등을 호소하고 있다.

현행 ‘국가유공자 예우·지원법’과 관련 규정 등에 규정된 ‘상이’ 기준이 주로 물리적 신체 장애 판정에 치우쳐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외형적으로는 장애를 인식하기 쉽지 않은 PTSD는 아직도 판정과 심사가 까다롭다. 실제 국가보훈처가 제시하는 ‘전·공상 등 상이자의 상이 등급 판정 예시’를 보면 ‘한쪽 팔꿈치 미만 상실’ ‘한쪽 신장 적출’ ‘청력 장애’ ‘발가락 상실’ 등 장애 판정에 주력하고 있다.

미군은 PTSD를 100% 장애로 인정하고 있다. 그만큼 PTSD 후유증이 크다는 연구도 활발하다. 미군 장병이 극단 선택을 하는 주요 요인이 PTSD라는 분석도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국은 PTSD를 장애로 인정하는 데 소극적”이라며 “천안함 생존 장병이 겪는 PTSD가 전쟁 포로보다 심각하다는 지적도 있다”고 했다.

한 생존 장병은 “우릴 ‘패잔병‘으로 몰아가는 사회적 냉대를 견딜 수 없다”며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음모론자들은 사람인가 싶다”고 했다. 지난 4월 재부상한 ‘천안함 침몰 원인 재조사’ 논란도 이들의 마음을 멍들게 한 결정적 계기였다. .

최원일 전 함장은 “천안함 사건 이후 11년이 지났는데도 국가유공자 심사 대기자가 아직도 20명(현재 심사 중인 2명 포함)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을 따지려 지난 4일 세종시 보훈처 청사 앞에서 팻말 시위를 했더니 책임자가 나오기는커녕 경찰 기동대를 부르더라”고 했다.

보훈처는 “생존 장병들이 PTSD 등 사유로 유공자 인정을 받게 하기 위해 각종 지원을 하고 있다”며 “요건 미비 사유로 심사에서 탈락하더라도 진료 기록 등 서류를 보완해 다시 제출하도록 안내 중”이라고 했다. 생존 장병들을 경찰을 동원해 제지했다는 최 전 함장 지적에 대해선 “사전 고지되지 않은 집회 등일 경우 경비 요원들이 출동해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통상 절차인데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정치권과 군 안팎에선 보훈 심사 요건에 ‘국지전’ 항목을 신설, 천안함 같은 전투에 참가했던 장병들이 PTSD를 호소할 경우 무조건 유공자로 지정하는 법률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