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계좌·삼성전자 소액주주 폭증.. '3대 머니무브' 봤더니

홍준기 기자 2021. 6. 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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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대 '머니무브'

회사원 김모(37)씨는 생애 처음으로 올해 증권 계좌를 만들었다. 그동안 여윳돈은 적금에 넣고 만기가 되면 정기예금에 다시 넣었다. 김씨가 20대 후반에 처음 입사했을 때는 주거래은행에서 연 4%가 넘은 이자를 보장해주는 상품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적금 이자율이 연 1%대 수준이고, 이자를 더 받으려면 은행이 요구하는 여러 가지 복잡한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김씨는 “신입 사원일 때는 어머니가 ‘주변 사람들 보면 주식에 투자하면 돈만 날리더라’며 계속 말리셨지만 이제는 투자하지 않으면 손해를 본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매월 여윳돈으로 우량주만 사두면 크게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6일 금융감독원이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개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계좌(잔고가 있는 활성 계좌)가 484만1913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은행 계좌는 447만5007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주식 계좌 증가 폭이 은행 계좌를 추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은행 계좌 중 입출금 통장의 수는 늘었지만, 적금이나 정기예금 계좌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과 가상 화폐 열풍에 밀려 적금과 정기예금 인기가 식은 것이다.

◇4월까지 늘어난 주식 계좌가 2020년보다 더 많아

올해 늘어난 국내 주식 계좌 수는 지난해 한 해 동안 늘어난 주식 계좌 수(411만4713개)보다도 더 많다. 지난해 국내 주식 투자 열풍이 불면서 ‘동학 개미 운동’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는데, 올해 초 새로 주식 투자에 뛰어든 사람이 더 많았던 것이다. 모든 연령대에서 주식 계좌가 늘었지만, 20~40대 투자자들의 계좌가 많이 늘었다. 30대(125만5972개 증가), 20대(116만4035개), 40대(99만9009개) 순으로 국내 주식 계좌가 많이 증가했다.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내가 아무리 투자를 못 해도 은행 이자보다는 더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젊은 투자자가 많아진 것이다.

삼성전자 소액 주주는 지난 1분기 기준으로 386만7960명까지 늘었다. 지난해 말보다 171만명가량 늘어나면서 지난 4월 말 기준 개인이 보유한 저축은행 계좌 수(390만7006개)와 비슷한 수준이 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에 투자해두면 주가 상승에 따른 평가 차익 외에도 배당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지난해 주식 투자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친구와 지인들의 사례를 접하고 우량주 위주로 안전하게 주식 투자를 시작한 사람이 많다”고 했다.

해외 주식 계좌도 올 들어 4개월 동안 115만4910개 증가했다. 지난해 늘어난 해외 주식 계좌 수(159만2409개)와 비교해도 적지 않은 수준이다. 해외 주식 계좌 역시 30대(38만2454개 증가), 20대(32만8556개), 40대(25만23개) 순으로 많이 늘었다. 50대와 60대의 해외 주식 계좌는 각각 11만3132개, 3만8432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주식이나 가상 화폐에 밀리는 적금

지난 4월 말 기준 은행 적금 계좌 수는 2725만개로 지난해 말(2893만개) 대비 168만개가량 줄어들었다. 적금 계좌 수는 80세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감소했는데, 특히 30대(56만7380개 감소)와 20대(55만6218개)에서 많이 줄었다. 정기예금 계좌도 2019년 861만개에서 지난해 772만개로 줄었고, 올해 4월 기준 727만개로 더 감소했다. 30대, 40대, 50대의 정기예금 계좌가 각각 10만개가량씩 줄어들었다. 또 60대와 70대도 각각 5만6000여개, 3만3000여개 감소하는 등 80세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정기예금 계좌가 감소했다.

주식뿐 아니라 가상 화폐도 은행 적금과 정기예금을 위협하는 ‘경쟁자’가 됐다. 올 들어 처음 가상 화폐 투자를 시작한 회사원 윤모씨는 “은행 이자 몇만원을 위해 돈을 묶어두는 것보다 원금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가상 화폐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했다. 지난달 3일 기준 국내 가상 화폐 투자자 수는 587만3000명으로 작년 말 대비 420만명가량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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