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중립 훼손' 檢인사, 침묵하는 與

권준영 2021. 6. 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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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장 이정수(왼쪽)와 서울고검장 이성윤. 연합뉴스

검찰 고위급 인사 후폭풍이 거세다. '친 정부 검사'로 분류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영전했고, 권력 관련 수사를 한 검사들은 줄줄이 좌천됐다. 정부가 '정치적 중립'이 핵심인 검찰 조직 내 주요 보직에 사실상 친정권 편향 검사들을 앉히면서 '정치적 중립성 훼손'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6일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한변호사협회 같은 법률가 집단도 이번 검찰 인사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 않다"며 "검찰 조직이 행정부라는 것은 맞지만, '준사법부'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사법부적 성격이 강하다. 정치적 판단에 의해 인사가 이뤄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신 교수는 "현 정부는 지난 2020년 7월 법무검찰개혁위원회에서 검찰총장 권한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가, 최근 6대 범죄 수사에 대해서는 검찰총장 허가를 받으라고 한다. 이는 총장 권한을 확대한다는 취지로 해석이 가능하다"며 "1년 전 총장 권한을 축소한다고 했다가, 지금은 다시 확대하는 행위는 정부 스스로가 '검찰개혁'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예상했던 대로 이뤄진 검찰 인사다. 정부 여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또 다른 악재를 추가했다고 본다"며 "정부가 그간 주창했던 '검찰개혁'의 명분은 추미애 전 장관이 윤석열 전 총장을 압박하면서부터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이 평론가는 "결론적으로 보면 이번 검찰 인사는 야당 공세의 명분을 만들어준 셈"이라며 "뒤집어보면 '권력형 비리 수사'에 대한 정부 여당의 절박함이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성윤 지검장은 주요 사건의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서울고검장 자리에 앉았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 군 휴가 미복귀 사건을 무혐의 처리했던 김관정 지검장도 사법연수원 26기 중 처음으로 고검장으로 영전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지근에서 보좌한 이정수 검찰국장도 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장에 보임됐다.

반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측근으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었던 한동훈 검사장은 일선 검찰청이 아닌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이동했다.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발령 나 한직을 벗어나지 못했다.

검찰 고위급 인사를 두고 여권은 침묵하고 있다. 반면 야권은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 '방탄검찰단' 등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은 "법무부의 검찰 고위간부 인사는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임기 말 문재인 정권이 자신의 퇴임 후를 보장하기 위해 호위대, 보호막을 철저히 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문재인 정권은 공권력을 산적들의 '전리품 나눠먹기식'으로 하고 있다"며 "형사 피고인 서울고검장을 만든 것도 모자라 정권 핵심 인사들의 비리를 뭉갰고, 윤 전 총장 찍어내기에 앞장섰던 친정권 검사들은 하나같이 승진, 영전시켰다"고 비판했다.

김근식 국민의힘 전 비전전략실장도 "무서운 대한민국 '방탄검찰단'의 탄생"이라며 "방탄소년단(BTS)은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는 자랑스러운 팀이지만, '방탄검찰단'은 대한민국의 치욕을 드러내는 오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동훈은 채널A사건 연루 의혹만으로 직무배제와 좌천시키고 수사팀이 무혐의로 결론냈는데도 복귀시키지 않았고, 이성윤은 김학의 불법출금 관련 기소된 피고인인데도 고검장으로 승진시켰다는 형평성 문제는 입에 올리고 싶지도 않다"고 직격했다.

안병길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피고인' 이성윤 서울지검장이 서울고검장으로 영전했다"며 "직(職)에서 물러나 민간인 신분으로 법의 심판을 받아도 모자란 마당에 영전이라니, 문재인 정권은 마지막까지 법치주의를 무너뜨리고 떠날 심산인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현정권 수사를 원천 봉쇄하는 검찰 인사를 단행했다. 인사를 통해 검찰을 길들이려는 시도는 어느 정권에나 있어 왔지만 이토록 노골적인 정권은 없었다"며 "대한민국 국법을 어지럽힌 문재인 정부의 범법 행위는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의당도 "피고인 신분인 이성윤 서울지검장을 서울고검장으로 승진시킨 것은 상식선에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대단히 부적절한 인사"라며 "형평성 논란이나 수사관여 시비를 피하려면 지금이라도 '피고인 이성윤'을 직무 배제하라"고 촉구했다.

권준영기자 kjy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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