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서 스마트폰 오래 사용하면 치질로 고생해요

권대익 2021. 6. 6.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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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서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하다간 항문 건강을 해치기 쉽다. 게티이미지뱅크

스마트폰이 없으면 일상생활이 어려워진다. 화장실에 갈 때도 스마트폰을 챙겨서 가게 된다. 볼일 보는 동안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는 자칫 항문 건강을 해칠 수 있다.

김문진 인천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스마트폰이나 독서 등으로 좌식 변기에 장시간 앉아 있을 때가 많은데 이는 혈액이 항문으로 심하게 쏠리게 해 치핵(痔核)을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치핵은 항문 점막 주위의 돌출된 혈관 덩어리를 말한다. 한자로 항문 질병을 뜻하는 ‘치(痔)’와 덩어리를 뜻하는 ‘핵(核)’의 합성어다. 치핵은 항문에 생기는 모든 질환을 포함하는 치질의 70~80%를 차지한다. 항문 점막이 찢어진 ‘치열(痔裂)’이나 항문 염증으로 구멍이 생긴 ‘치루(痔漏)’와 구분된다.

치핵은 항문 안에 생기는 ‘내치핵’과 밖에 생기는 ‘외치핵’으로 나뉜다. 내치핵은 통증 없이 피가 나거나 배변 시 돌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돌출된 덩어리가 부으면 심한 통증이 생기기도 한다. 배변 후에도 시원하지 않을 때가 많다. 외치핵은 항문 가까이에서 생기고 급성으로 혈류가 고여 혈전이 생기면 내치핵보다 통증이 극심하다. 항문 주위에서 단단한 덩어리를 만질 수 있고 터지면 피가 난다. 두 유형의 치핵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김 교수는 “치핵의 40%는 증상이 없지만 혈변이 있거나 혈전이 동반되면 통증이 있을 수 있고 항문 주변이 가렵거나 변이 속옷에 묻기도 한다”며 “출혈은 대부분 통증이 없고 주로 배변 활동과 동반돼 나타나는데 대변 끝에 붉은 피가 같이 묻어 나오는 형태가 흔하다”고 했다.

치핵 수술은 국내에서 백내장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시행되는 수술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8년 치핵 수술 건수는 17만4,015건이었다. 백내장은 40만2,371건이다.

치핵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다만 유전적 소인과 잘못된 배변 습관 등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 배변 시 과도한 힘주기, 장시간 변기에 앉아 있는 습관, 변비, 음주, 설사 등도 치핵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여성은 임신·출산으로 골반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치핵이 생기거나 악화할 때가 많다.

치핵 진단은 직장수지(手指) 검사를 통해 대부분 가능하다. 직장수지 검사로 확인되지 않는 환자는 항문경 검사를 시행한다. 빈혈이 심하거나 40대 이상에서는 종양 또는 다른 장질환과 구별하기 위해 내시경이 진행되기도 한다.

치핵은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약물이나 좌욕을 이용한 보존적 치료로 대부분 치료가 가능하다. 수술은 보존적 요법으로 증상이 개선되지 않거나, 출혈이 반복되거나, 가려움증이 해결되지 않거나, 통증이 호전되지 않거나, 피부 늘어짐으로 인해 불편하거나 제거를 원할 때 시행된다.

보통 돌출된 치핵 조직을 수술로 절제하는 방법, 원형자동문합기로 상부 항문관 점막이나 점막하층 절제 또는 고정을 통해 돌출된 치핵 조직을 항문관 안으로 되돌아가도록 하는 방법, 치핵 동맥을 묶어 치핵을 치료하는 방법 등을 시행한다.

치핵을 예방하려면 하루 20~30g의 섬유질과 1.5~2리터의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변기에 장시간 앉아 있는 것은 좋지 않다. 스마트폰 사용이나 독서 등을 금한다. 또 변비나 설사를 유발하는 약물의 복용은 피하고, 증상이 발생하면 따뜻한 물을 이용한 좌욕을 시행한다.

간혹 치핵을 포함한 치질이 오래되면 대장암 등 항문암으로 악화한다고 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다만 치루는 항문암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 김 교수는 “치질과 항문암이 공통으로 보이는 가장 흔한 증상은 항문 출혈인데,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 대장내시경이나 검진을 통해 치질 악화를 막고 조기에 암을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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