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이 본 신간] 수영장 도서관 외

2021. 6. 6.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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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부커상을 받은 작가 앨런 홀링허스트의 데뷔작입니다.

에이즈의 유행과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극도로 악화했던 대처 수상 집권 말기인 1988년 출간되며 영국에서 처음으로 남성 동성애자들의 적나라한 성애와 생활을 주류 문학계 안으로 끌어오며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영국과 미국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이전까지 B급 하위문화의 한 장르로 취급받던 퀴어소설이 서머싯몸상, 스톤월 도서상, E.M.포스터상 등 굴지의 문학상을 휩쓴 이 작품의 성공으로 진지한 문학작품으로서 평가받게 되는 기준이 되는 책입니다.

제목 '수영장 도서관'은 사춘기 소년 윌이 최초로 성적 호기심을 만족하게 한 장소를 나타내는 은어로 학창 시절의 풋풋한 욕망을 상징하는 수영장 도서관은 이후 소설 속에서 윌이 거의 매일 드나드는 클럽 코리의 수영장으로, 찰스의 집 지하에 있는 로마 시대 목욕탕으로 변주되며 다양한 욕망의 장소로 드러납니다.

추리극처럼 뜻밖의 놀라움을 선사하며 펼쳐지는 중심 이야기를 축으로 로맨스와 상실이 섬세하고 예리한 문장, 비틀린 유머와 함께 겹쳐지며 타올랐다 스러지는 청춘의 빛과 그늘을 그려냅니다.

영국에서 수만 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사람들은 출근보다 병에 걸려 앓아눕는 것이 더 낫다고 응답했습니다.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 우리는 일 때문에 가장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고 여기며 일과 삶을 분리하는 '워라밸'이 불행의 고리를 끊을 방법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덴마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철학자이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CMO(최고마케팅책임자) 100인'인 모르텐 알베크는 워라밸이 근본적으로 잘못된 개념이라고 말합니다.

일이 삶이 돼선 안 되며 우리의 삶은 일터 밖에서 더 온전해진다고 말하는 워라밸에 대해 저자는 의사와 심리학자, 사회학자까지 동원된 수많은 자기계발서가 워라밸, 혹은 이에 근접한 생활방식이나 철학을 그토록 설파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조사와 연구에 따르면 여전히, 아니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이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우리가 살면서 기분이 좋지 못한 이유는 대부분 직장에서 기분이 좋지 못하기 때문인데 깨어 있는 시간 대부분을 보내는 일터를 분리해 낸다는 것은 '언어 조작'이고, 삶을 쪼갤 수 있는 헛된 믿음만을 준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분명히 워라밸의 효과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과 그 외 활동에 쓰는 시간 사이의 구분을 완전히 없애는 게 정답이라고 주장하진 않습니다.

개인이 어떻게 일터에서 의미를 찾고, 조직은 어떻게 구성원에게 의미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지, 그래서 궁극적으로 일과 삶이 '균형'을 넘어 '화해'한 사회로 나가는 법 등을 통해 이상적인 직장의 필수 조건을 제시합니다.

직장인에게는 일에 대한 철학서로, 의미를 전파하려는 리더들에겐 철학적인 경영서로써 결합한 독특한 관점이 돋보이는 저자의 책은 덴마크 현지에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일본 순정만화의 원류이자, 일본과 한국 로맨스 드라마의 원형으로 꼽히기도 하는며 소녀 소설이라는 장르를 개척한 작가로 평가받는 요시야 노부코의 소설로 '물망초'는 근대 여성이 겪어야 했던 억압과 사회적 편견 속에서 자아를 찾는 사춘기 소녀들의 이야기입니다.

군국주의로 접어드는 일본 사회를 배경으로 고등 여학교에 다니는 세 소녀 사이의 삼각관계에 집중하며, 사랑, 우정, 질투 등을 아름답고 서정적으로 묘사합니다.

십 대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하거나 상상해 봤을 법한 에피소드를 통해 소녀들은 어느 한 쪽만을 선택해 밀어붙이며 살아가는 것이 진리가 아니었음을 깨닫고, 엄혹한 현실에 맞서기 위한 여성적 연대감을 성장시킵니다.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셰익스피어와 괴테, 톨스토이 등의 작품과 함께 세계문학 전집의 한 자리에 자리 잡을 정도로 일본 여성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소설입니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시인인 원태연이 20여 년 만에 펴낸 에세이입니다.

원태연 시인의 시(詩)는 문학적이면서 동시에 대중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데 시가 지닐 법한 난해함이나 시구가 품은 의미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기 때문입니다. 언어에 담겨 있는 감정과 느낌으로 독자와 공유하는 시인입니다.

"나는 너랑 같이 있을 때 행복해 보였고 나는 너랑 있을 때 반짝반짝 빛이 났다. 나는 너를 보고 있으면 너는 나와 너무나 달라서 나는 너를 외우고 너를 따라 해봤었지만 나는 네가 될 수는 없었다. 그러다 보니 나는 너에게 하고 싶은 말들이 점점 쌓이게 됐고 매번 너의 눈을 쳐다보면서 매번 처음 쓰는 편지인 것처럼 매번 마음속으로만 했던 나의 고백은 결국 나의 시가 되었다."

주변 사람들과 관계 속에서 겪은 상처, 사랑, 이별, 그리움, 성찰 등을 솔직한 문체로 써 내려갔습니다.

귀농한 청년 농부의 돼지 사육기입니다.

전직 군인이자 여행 작가인 저자는 스물여덟 살에 귀농하는 데 열악한 사육환경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채식을 하기로 합니다. 그러다 마당에서 동물을 길러보기로 하고 돼지 세 마리를 직접 키우며 공장식 축산과 육식 문화에 대해 고민합니다.

우리나라 돼지 99%가 창문도 없는 축사에서 6개월을 살다가 도축장으로 간다거나 항생제의 70%가 가축에 쓰인다는 얘기는 충격적입니다.

저자는 동물을 모두 대안 축산 방식으로 기르자 거나 모든 사람이 채식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개개인의 작은 선택이 모이면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하며 버려지는 비인기 부위 고기를 소비하면 사육용 가축의 수를 줄일 수 있고, 자연 축산 방식으로 생산된 고기를 먹으면 동물의 불필요한 고통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중요한 건 우리가 먹는 고기의 이면을 직시하고 어떤 고기를 먹을지 선택하는 것"이라며 "동물의 고통을 줄이는 방법을 찾아나가고, 인간과 인간이 먹는 동물이 상호 연결돼 있음을 알아야 한다"

1년간 돼지 세 마리를 키우고 도축을 통해 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기까지의 이야기와 저자의 감정이 흥미진진하게 담겨 있습니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독일 문호 헤르만 헤세는 "가장 위대한 도서관은 자연"이라고 말하며 나무를 평생의 벗이자 영혼의 쉼터로 여기고 살았는데 헤세가 생전에 나무와 삶에 대해 남겼던 21편의 시와 18편의 에세이를 모았습니다.

헤세는 나무의 생명력에 경탄하다가도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기도 합니다.

"마을에서 호수까지 작은 길이 나 있다. 보행로이자 염소들의 길. 나는 그 길을 자주 걷는데 여름철에는 수백 번 이상, 겨울에도 이따금 간다. (중략) 6월이면 이곳은 온통 월귤나무로 가득하고, 이 나무들을 모두 베어낸 너른 빈터에서는 햇빛이 비치는 날이면 일 년 내내 월귤나무와 에리카의 향기가 은은히 배어난다. 늦여름이면 이곳에서 수많은 색깔의 나비들이 날아다닌다."

빠르게 흘러가는 도시 한가운데에서 나무가 주는 느림의 미학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나무로 표상할 수 있는 자연이 서로 다른 형태를 맘껏 펼치는 다양성에 주목합니다. 헤세가 평생의 벗이자 영혼의 쉼터이던 나무에 대해 남긴 시와 에세이가 쉼 없이 살아가는 오늘의 독자에게 따스한 안식처로 다가옵니다.

한수정 작가가 참여해 헤세가 느낀 나무의 다정한 목소리와 따뜻한 위로를 서정적이고도 아름다운 삽화로 표현했습니다.

[MBN 문화부 이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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