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 선언한 셈".. 현충원 간 尹 "분노 않는 나라 만들겠다"

김주영 2021. 6. 6.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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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 전날 참배.. 정치권, 해석 분분
보통 유력 정치인들 취임 후 '1번 코스'
방명록에 '의미심장 글'로 해석 힘실어
김종인, 尹에 또다시 부정적 평가 내놔
"한우물만 판 사람이 잘 될 수 있겠나"
불만 표출, 뚜렷한 정치행보 주문 분석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이 현충일을 하루 앞둔 지난 5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윤 전 총장 측 제공
야권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현충일을 하루 앞두고 국립현충원을 찾아 참배하고, 방명록에 ‘조국을 위해 희생한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적으면서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한 것 아니냔 해석이 나온다. 한때 윤 전 총장을 높게 평가했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또 다시 윤 전 총장 관련 부정적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져 그 이유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6일 윤 전 총장 측에 따르면 그는 전날 지인과 함께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아 충혼탑 지하 무명용사비와 위패봉안실에 헌화와 참배를 했다. 이후 일반 묘역에서 월남전과 대간첩작전 전사자 유족 등을 만나 위로했다. 이번 참배는 4·7 재보궐선거 사전투표 후 두 달여 만에 공개된 윤 전 총장의 정치행보다. 그동안 윤 전 총장은 각계 전문가와 원로들을 만나는 등 ‘공부’에 매진해왔다. 최근 들어선 제1야당인 국민의힘 의원을 잇따라 만나는 등 정계 진출에 시동을 거는 모습을 보였다. 현충원이 보통 유력 정치인·공직자들이 임기 시작과 함께 가장 먼저 찾는 곳이란 점에서 윤 전 총장의 이번 행보에 특히 이목이 쏠렸다.

윤 전 총장이 현충원 방명록에 “조국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라고 적은 점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싣는다. ‘∼ 나라를 만들겠다’는 표현이 대선 출마를 암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윤 전 총장 측 한 관계자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선 출마를 거의 선언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반면에 윤 전 총장이 ‘골목길 경제학자’ 모종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를 만날 때 동행했던 장예찬 시사평론가는 “윤 전 총장이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와 보상제도 등에 관심이 깊어서 그렇게 쓴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장 평론가는 윤 전 총장과 2030세대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앞서 윤 전 총장이 현충일을 맞아 충남 아산시에 있는 현충사에서 출사표를 던질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는 등 그의 정계 진출 시점을 놓고 여러 관측이 나왔으나 대부분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이 6·11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가 선출되고 난 뒤 입당해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윤 전 총장은 일단 ‘제3지대’ 등을 전제로 한 캠프 구성은 하지 않을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대신 조만간 공보·수행 역할을 할 5명 정도 규모의 참모 조직을 꾸려 공개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이번 주에 참모진을 공개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재선 인천시장과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안상수 전 시장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지난 4일 만찬 자리에서 윤 전 총장을 두고 “세계적으로 봤을 때 검사가 바로 대통령이 된 경우가 없지 않느냐”면서 “한 분야(수사)만 오래 한 사람이 잘 될 수 있겠나”라고 회의적인 전망을 내놨다고 밝혔다. 안 전 시장은 또 “김 전 위원장이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여소야대 정국이 되고, 경제도 지금 엉망이 됐는데 이런 상황에선 정치력과 경륜이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당내 대선주자를 키울 생각을 하지 않고 외부에서 찾을 생각만 한다”고 꼬집었다고 한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3월 윤 전 총장이 사퇴한 직후 대선주자 지지율이 급등하자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며 긍정적 평가를 내린 바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을 떠난 뒤로는 윤 전 총장 등 야권 대선주자들을 겨냥해 “확고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 같다”, “100% 확신할 수 있는 후보가 있으면 도우려고 했는데 그런 인물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고 하는 등 180도 달라진 발언을 쏟아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김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과의 만남이 불발되자 우회적으로 불만을 털어놓고 있는 것이란 분석과 잠행을 이어가고 있는 윤 전 총장에게 보다 뚜렷한 행보를 주문하기 위한 목적의 질타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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