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도 자연으로 되돌아가게..생분해 천연물감으로 그렸죠"
서울 PKM갤러리서 개인전
코로나로 자연에 대해 생각
관람객 있는 그대로 느끼게
60점 전시작 설명도 없앴죠
'인스턴트(일시적) 소속감'이 좋고 몸에 연기를 좀 더 붙여 보려고 영화와 드라마 촬영장을 누비던 그가 다시 전시장으로 돌아왔다. 서울 PKM 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 '말보다는'에 회화, 조각, 설치, 음악, 비디오, 공연, 대본 등 작품 60점을 펼쳤다. 회화 3점을 제외하고 모두 신작이다.
어쩐지 삐딱해 보이는 그는 3년간 준비한 전시작에 관련 설명을 없앴다. "이번 전시에 텍스트(text)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전시를 보러 다니면서 받은 핸드아웃(유인물)에서 인상적인 텍스트가 없었고 오히려 방해가 됐거든요. 작품과 곡을 설명하는 게 저한테 맞지 않아요."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추상화들 색과 선이 예전보다 정제된 것 같다. 그래도 무엇을 그렸는지 궁금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작가는 "지난 20년 정도 줄창 이야기해왔는데, 각자 DNA(유전자)가 다르고 살아온 환경 조건이 다르니까 한 명 한 명이 느끼는 게 맞는다"며 "내가 작업한 게 쓸모없는 무언가라고 해도 인정하고 받아들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언어로 표현이 안 돼서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든다고 한다. 작품 제목 '밝은 어두움' '드나듦' '청신호' 등은 그저 별명이자 애칭에 불과하며 즉흥적으로 그린다.
"연애가 어떻게 끝날지 모르고 하는 것처럼 그림 과정도 비슷해요. 막 그리기 시작합니다. 어느날 불쑥 시작됐다가 어떻게 될지 계속 지켜봐요. 그래도 이 일을 오래 하다 보니까 '저거 백현진 그림이구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긴 것 같아요."
예전 작품에서 자주 보이던 사람 형상이 사라졌고,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자연 분해되는 물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생전 처음 조수를 고용해 천연 소재를 찾는 일을 맡겼다고 한다. 천연 물감으로 그린 '생분해 가능한 것' 연작이 전시장에 걸려 있다.
"역병의 시절을 통과하면서 인간의 문명을 생각하게 됐어요. 음악은 실시간으로 사라지고 연기도 디지털로 저장되는데 그림은 계속 남아 항상 마음에 걸렸죠. '뭘 이렇게 물건(작품)들을 만들어낼까' 지겨워 죽겠더라고요. 이제 뒷동산에 버려도 분해되는 소재를 찾아 그림을 그리니까 마음이 편해져요. 컬렉터가 사서 보다가 자연으로 돌려보내 사라지면 진짜 멋있겠죠."
오는 7월 3일까지 전시.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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