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제한에 총성없는 전쟁.. 식량안보 정부예산 고작 179억 [커지는 식량안보 우려]

김용훈 2021. 6. 6.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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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식량가격 12개월 연속 상승
뛰는 곡물값에 물가상승 압력도
식량자급률 높일 중장기 계획 필요
각국이 원자재 확보에 이어 식량안보를 둘러싼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상기후 등으로 생산량이 감소한 데다 코로나19 이후 국경봉쇄로 자국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수출을 제한한 국가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곡물을 실어나르는 화물운임도 크게 뛰면서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을 가중시키고 있다. 생산과 공급, 교역량 감소로 곡물가격이 뛰자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식량자급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월 식량價 전년比 40%↑"예고된 식량위기"

6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 식량가격은 지난 1년 동안 매월 상승했다. FAO가 매달 발표하는 세계 식량가격지수는 5월 전월 대비 4.8%, 전년동월 대비 39.7% 오른 127.1을 기록했다. 2011년 9월 이후 최고치다. 월간 상승률로는 2011년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이며 전년동월 대비 상승률은 2011년 이후 가장 높다. 전월 대비로는 12개월 연속 상승세가 이어졌다. 2007년 1월~2008년 3월 15개월 연속 이후 두 번째 긴 장기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식량위기는 지난해부터 예고된 사안이다. 지난해 3월 26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FAO 취둥위 사무총장은 "국제사회의 다양한 이동제한 조치로 국내외에서 식량의 생산·가공·유통 등에 즉각적이고 심각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식량위기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조짐도 심상찮았다. 코로나19 이후 28개국(EAEU 포함)이 수출제한 조치를 시행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자국에서 생산한 콩의 수출을 막았고, 6월부턴 밀·옥수수·보리·호밀 수출을 제한했다. 우리가 미국(2019년 기준 3억7200만달러), 호주(2억8100만달러)에 이어 세번째 많은 양의 밀을 수입하는 우크라이나(1억달러)도 지난해 4월부터 2개월간 메밀·밀·호밀 수출을 제한한 데 이어 그해 8월부터 현재까지 밀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식량안보' 예산은 고작 179억원

한국도 식량안보 전쟁의 사정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당장 곡물값 급등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 고조로 서민의 체감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령 곡물가격 상승으로 서민의 대표 먹거리인 라면 등은 가격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 실제 농심 등 라면 3사는 국제 곡물가격이 오르자 소비자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게다가 급등한 곡물가격은 사료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돼지·소고기, 우유 등 축산물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실제 5월 국제 육류가격지수는 2.2% 상승한 105.0, 유제품은 1.5% 상승한 120.8을 기록했다.

중장기적으로 식량안보에 '빨간불'이 켜졌지만 우리 정부가 쓸 수 있는 정책은 제한적이다. 단기적 수급불균형을 조절하는 방안도 만능은 아니다. 현재 정부가 내놓은 곡물가 안정책은 연말까지 식용옥수수에 긴급할당관세(0%)를 적용하고, 식품·사료업체에 곡물구입에 따른 대출금리를 인하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밀에 대해선 긴급할당관세도 쓸 수 없다. 식량위기 전부터 이미 무관세로 수입해왔기 때문이다.

근본책인 자급률 상승도 정부의 의지로만 해결되는 게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013년 발표한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을 통해 2017년까지 식량자급률 70.0%, 곡물자급률 32.0% 달성을 목표로 정했지만 2년이 지난 현재 목표 달성은커녕 오히려 뒷걸음쳤다. 곡물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품목은 밀이다. 이미 '제2의 국민주식'으로 자리매김했지만 밀 자급률은 2010년 이후 단 한번도 2%를 넘어선 적이 없다. 2010년 1.7%였던 밀 자급률은 2019년 오히려 0.7%까지 떨어졌다.

정부 대응이 미온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단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식량안보' 예산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밀 재배를 늘리기 위해 정부가 처음 예산을 편성한 시점은 2019년이다. 늦어도 지나치게 늦은 대응이란 비판이 나온다. 올해 식량안보 예산은 179억원이다. 그나마 지난해 34억원에서 대폭 늘렸지만, 여전히 2022년 자급률 9.9%로 정해둔 정부 목표 달성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전문가들은 자급률을 높일 중장기 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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