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테미스' 동참한 한국..대기업 우주사업도 '날개'

이새봄,원호섭 2021. 6. 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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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탐사' 민간프로젝트 시동
국가 미래 성장동력 새 기회
'한국판 NASA' 설립 시급

◆ 우주강국 코리아 ◆

한미정상회담 후속조치로 '한미 미사일 지침'이 해제되고, 미국 주도 유인 달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한국이 참여하게 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우주 진출 기회가 열렸다.

아르테미스라는 '우주 플랫폼'에 올라타게 된 만큼 로보틱스, 정보기술(IT), 인공지능(AI)뿐 아니라 바이오·의료 분야 국내 기업들이 언제든 우주의 문을 두드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내 과학기술계에서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나라 산업이 우주로 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만큼 우주전담조직 구성에 나서야 한다"며 미 항공우주국(NASA)과 같은 우주전담조직 구성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50년 만에 인류를 다시 한번 달로 보내는 국제 프로젝트에 한국 참여가 결정된 것은 우주개발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만한 성과다. 아르테미스는 국가 간 기술개발 프로젝트가 아니라 민간 기업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안형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연구위원은 5일 "국내 대기업들은 그동안 우주에 진출할 만한 동기가 없었다"며 "아르테미스 참여로 국내 기업들도 우주 비즈니스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일본·영국·이탈리아·호주·캐나다·룩셈부르크·아랍에미트(UAE)·우크라이나 등 기존 아르테미스 참여국과 마지막 참가국인 한국 간에는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 NASA 국장을 포함해 각 나라를 대표해 약정서에 서명한 인물은 모두 각국 우주전담조직 대표였다.

한국만 유일하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약정서에 서명했다. 아르테미스 약정서에 서명한 유일한 '비우주 전문가'인 셈이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한국이 우주를 과학기술 일부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우주는 우주안보·우주국방·우주경제·우주외교 등 안보와 산업, 외교 전반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더 이상 과기정통부에만 맡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 인구 5000만명 이상을 일컫는 '3050클럽'에 가입한 국가 중 우주전담조직이 없는 나라도 한국이 유일하다.

배터리·바이오·로봇…韓기업들 '우주행 고속도로' 올라탄다

우주인 전용 의료기기 시장 등
우주 관련 수혜산업 무궁무진

케냐·짐바브웨 등 16개 국가
최근 5년새 우주전담조직 신설
한국은 여전히 과기부서 총괄

"한국의 모든 산업이 우주로 향할 수 있는 플랫폼이 열렸다."

한미정상회담에서 우주 분야 협력이 주요 의제 중 하나로 논의되는 등 '변방' 취급을 받던 우주산업이 부상하고 있다. 반세기 만에 다시 한번 인류를 달로 보내는 국제 우주협력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한국이 참여국으로 결정되고,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개발 협력 논의가 진전되는 등 한미정상회담 후속 조치가 속속 나오면서 한국이 우주선진국으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탔다는 자축도 이어지고 있다.

방효충 KAIST 교수는 "위성항법시스템(GPS)을 최초로 구현한 미국이 KPS 개발의 실질적인 기술협력 파트너가 되면서 관련 신산업이 활성화되는 교두보가 마련됐다"고 밝혔다. 미국 협조로 KPS 개발이 본격화되고, 5~10㎝급 정밀 위치정보 서비스가 가능해진다면 드론, 자율주행차 등의 신산업에 더욱 속도가 붙는다. 교통, 통신 등 주요 인프라스트럭처 완전성도 보장될 수 있다. 현재 GPS는 군사용으로는 오차범위 ㎝급 위치정보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한국을 비롯해 민간에는 10~15m급의 정보만 제공하고 있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가입은 한국의 우주개발 의지를 국제사회에 표명했을 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에도 국제 우주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그리스 신화 속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 이름을 딴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이 첫 유인 우주 달탐사 프로그램이었던 아폴로 프로젝트와의 차이점은 민간기업의 참여다. 1970년대 아폴로 프로젝트는 미국 정부 주도 프로젝트였던 반면,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은 미국 주도의 국제 협력 프로그램이자 민간 참여 프로젝트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 등 우주기업뿐만 아니라 자동차 기업 GM 등 타 분야의 기업체들도 현재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경쟁력만 갖추고 있다면 한국 기업도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우주 분야로 사업 저변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안형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연구위원은 "GM이 월면차 개발에 참여하고 있듯이 현대차가 탐사로봇이나 월면차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경쟁력 있는 한국 배터리 기업들도 배터리를 통해 우주 분야에 진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4년 남녀 우주인을 달에 보내고 2028년에는 달기지를 건설하는 게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목표이기 때문에 기지에서 활용할 원자력발전과 식물 재배기술, 의료기기 등 여러 분야에서 진출을 타진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주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고속도로'를 위해서는 먼저 해결해야 할 숙제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학부 교수는 "지금 우주는 과학기술의 한 분야가 아니라 글로벌 무역전쟁에 이은 새로운 전쟁터"라며 "군대(전담조직)도 없이 전쟁을 어떻게 하느냐"고 열변을 토했다.

장 교수 말처럼 전 세계는 우주를 향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015년부터 5년간 무려 16개 국가가 우주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호주, 룩셈부르크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뿐만 아니라 케냐, 필리핀, 파라과이, 짐바브웨 등 상대적으로 국민소득이 낮은 국가들조차도 우주국 신설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최근 한국이 아르테미스 약정에 서명하며 우주에 대한 관심을 국제사회에 표명한 만큼 우주전담 조직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태식 한양대 특훈교수는 "중장기적 우주계획을 위해서는 조직의 영구성·당위성이 필요하다"며 "현재 한국의 정책 구조로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참여한다고 해도 우주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라운드 테이블에 초대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한국 우주정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하나의 국(거대공공연구정책국)이 총괄하고 있다. 그나마 10년 이상 장기 전망을 갖고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우주 분야를 책임질 거대공공우주연구정책관(국장급)은 2017년 이후 5년 동안 네 번이나 교체됐다.

지난 3월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을 총리급으로 격상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우주 전문가들은 여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당장 한국형 NASA를 만들 수 없다면 총리실 산하에 향후 우주전담 조직의 모태가 될 수 있는 전문위원회라도 시범적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매일경제도 3월 17일 '비욘드 그래비티: 항공우주강국을 위한 비상'을 주제로 열린 국민보고대회를 통해 우주위원회 위원장을 격상하고 이를 한국형 NASA의 모태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대통령의 언급 이후 우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부처 간 소통 부족은 여전한 실정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4월 말 정부와 기업의 정례적인 소통창구를 신설해 우주정책과 기술정보를 공유한다는 명목으로 '민관 우주정책협의회'를 발족·개최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서도 항공·우주 기업들과 우주산업 전략을 논의하는 '민관 우주산업 태스크포스'를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사실상 교통정리가 안 되고 있는 것이다.

[이새봄 기자 /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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