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장자승계 원칙' 거부 구지은 대표, 아워홈 새 판 짜기 성공할까

김무연 2021. 6. 6.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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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아워홈 입사해 기업 실적 개선에 기여
사보텐 확장, 타코벨 도입 등 성과.. 10년 만에 매출액 2배↑
구본성 부회장 실형 선고 이튿날 주총 소집해 경영권 장악
IPO 두고 구 부회장과 충돌 가능성.. 백기사 구할 수도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지난 4일 아워홈 신임 대표로 구지은 전 캘리스코 대표가 선임됐다. 구본성 아워홈 부회장이 보복운전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지 하루만이다. 전격전을 연상시킬 만큼 빠른 행보다.

구 대표의 두 언니인 구미현(장녀), 구명진(차녀)씨가 장남 구 부회장이 아닌 구 대표의 손을 들어준 것은 범 LG가의 장자승계 원칙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낸 이례적인 일이다. 세 자매는 그간 이렇다 할 경영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아내와 아들의 임원 보수를 챙겨 구설수에 오른 구 부회장이 보복운전으로 실형까지 선고받자 더 이상 회사를 맡길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여진다. 구 대표는 구 부회장과는 달리 10년 넘게 가업에 투신해 경영 능력을 인정 받았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 왕좌 오른 구지은, 17년 간 아워홈 투신한 공신

구 대표는 범 LG가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인물이다. 아워홈의 창업주인 구자학 회장의 네 자녀 중 승계와는 가장 거리가 먼 막내딸이지만 유일하게 아워홈 경영에 참여했다.

구 대표는 아워홈이 진행하던 다양한 사업 가운데 특히 외식사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외식사업부장으로 재직 중이던 2007년 ‘사보텐’의 매장 수를 크게 늘리는 확장 정책을 펼쳤다. 사보텐은 2001년 론칭한 이래 2006년까지 전국 16개 매장을 운영하는데 그쳤지만, 2007년에만 매장을 15개 늘리며 고급 일식 돈까스 시장을 개척했다. 2015년엔 글로벌 외식기업 ‘타코벨’의 프랜차이즈사업을 시작했다

또한 구 대표가 재직하던 시절 아워홈은 중국 내 급식사업 확장에 속도를 붙였고, 이슬람 시장 수출을 위한 국제 할랄 인증도 획득하는 등 해외 진출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구 대표는 아워홈에 입사한 뒤 10년 동안(2004~2014년) 매출액을 5324억원에서 1조 3045억원으로 2배 넘게 끌어올렸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에는 부사장 직급에 해당하는 구매식재사업본부 본부장에 올랐다. 다만 부사장에 오른 구 대표는 돌연 5개월 만인 7월 보직해임 됐다. 이듬해인 2016년 1월 구매식재사업본부장 부사장으로 복귀했지만, 2개월여 만에 외식 자회사 캘리스코 대표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그 해 6월 구 부회장이 아워홈 대표이사로 선임되며 실권을 잡았다. 당시 업계에서는 구 회장이 범 LG가의 장자승계 원칙을 이어가기 위해 구 대표를 내쳤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전격전’ 방불시킨 주주총회, 가문에서도 인정했나

이번 ‘남매의 난’은 구 대표와 구 부회장의 부친인 구자학 회장의 묵인 없인 어려웠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구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아워홈 지분은 없지만 여전히 자식에게 일정 부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첫째 언니인 미현 씨는 2017년 구 대표가 구 부회장의 전문경영인 선임안에 반대하며 주총을 열자 오빠 편에 서 해당 안건을 부결시킨 바 있다. 당시 미현 씨는 장자승계 원칙을 지키고자 하는 구 회장의 뜻을 따라 오빠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인화의 LG’라 알려질 정도로 인성을 중시하는 그룹 분위기 상 구 부회장의 보복운전 혐의는 묵과하기 어려운 잘못이었을 것”이라며 “구 부회장의 편에 섰던 미현 씨가 구 대표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나 구 대표가 빠르게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도 아버지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겠느냐”라는 관측을 내놨다.

실적 개선·IPO 등 산적한 숙제 해결해야

업계에서는 구 대표가 아워홈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사업 확대를 위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고 투명 경영에도 일조할 수 있어서다. 일반 주주들이 높은 지분율을 보유하게 된다면 가족 간 합종연횡으로 경영권이 쉽사리 뒤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란 계산도 깔렸단 분석이다.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됐지만 구 부회장은 여전히 아워홈의 최대주주다. 아워홈 지분은 구 부회장이 38.56%를 보유하고 있고, 구 대표 지분율은 20.67%다. 미현씨와 명진씨도 각각 19.28%, 19.6%를 갖고 있다. 구 대표의 지분율이 구 부회장보다 적은 상황에서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구 부회장의 지븐율을 희석해 영향력을 축소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이런 이유에서 IPO 추진은 구 부회장과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만약 구 부회장이 지속적으로 구 대표를 상대로 소를 제기할 경우 IPO는 지지부진해질 공산이 크다. 주주 간 소송은 상장 심사의 결격사유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구 대표가 계획대로 기업 경영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결국 구 부회장의 지분율을 희석해 영향력을 축소해야 한다”라면서 “일반적으로 유상증자는 이사회 결정 사항인데, 구 대표가 이사회를 장악한 상황이기 때문에 유상증자를 진행한 뒤 재무적투자자(FI)를 백기사로 받아들이는 방법으로 구 부회장의 영향력을 줄이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구 대표는 아워홈의 실적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숙제도 안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단체 급식 수요가 크게 줄면서 아워홈의 지난해 실적 또한 악화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아워홈 매출액은 80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5% 줄었고 영업손실 119억원을 기록했다. 캘리스코 또한 외식 시장 침체로 90억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만큼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김무연 (nosmok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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