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검찰, 성추행 기소의견 '한달 반' 질질 끌어..수사 '칼끝'

길윤형 2021. 6. 6.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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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피해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에 내몰린 이아무개 공군 중사 사건과 관련해 군 수사당국이 늑장·부실수사를 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국방부 당국자는 6일 "성추행 피해를 접수한 뒤 공군 제20전투비행단 군사경찰이 4월7일 가해자 장아무개 중사(구속)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군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이후 왜 신속한 수사와 기소가 이뤄지지 않았는지 국방부 검찰단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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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내 성폭력]4월7일 기소 의견 뭉개..피해자 5월21일 극단선택
군 검찰, 가해자 휴대폰 압수영장도 집행 안 해
부실·늑장수사 정황..'의도적 은폐' 여부 가려야
문재인 대통령이 6일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의 추모소를 찾아 조문한 뒤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추행 피해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에 내몰린 이아무개 공군 중사 사건과 관련해 군 수사당국이 늑장·부실수사를 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국방부 검찰단은 이 같은 부실수사가 사건의 축소·은폐를 위한 의도 아래 이뤄진 것인지 밝히는데 수사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국방부 당국자는 6일 “성추행 피해를 접수한 뒤 공군 제20전투비행단 군사경찰이 4월7일 가해자 장아무개 중사(구속)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군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이후 왜 신속한 수사와 기소가 이뤄지지 않았는지 국방부 검찰단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방부 발표 내용과 <한겨레>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숨진 이아무개 중사는 3월2일 성추행 피해를 당한 직후 휴대전화를 통해 자신의 상관이던 노아무개 상사(보직 해임)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다. 이 사실을 확인한 또다른 상관인 노아무개 준위(보직 해임)는 3일 저녁 이 중사를 불러 사건 무마를 시도한 뒤 뜻을 이루지 못하자 부대 대대장에게 보고했다. 대대장은 그날 밤 군사경찰에 이 중사의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이후 군사경찰은 3월5일 이 중사에 대한 피해자 조사를 마쳤다.

하지만 군사경찰은 그로부터 보름이 지난 3월17일에야 피의자인 장 중사를 조사했고, 다시 20일 넘게 시간을 끌다 4월7일 제20비행단 군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다. 군 검찰의 대응은 더 엉망이었다. 사건을 넘겨 받고도 두달 가까이 피의자 조사 등 수사를 뭉개다 5월31일 피의자를 처음 소환 조사했다. 애초 예정된 조사일은 6월4일이었지만, 이 중사가 5월22일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확인되자 부랴부랴 날짜를 당긴 것이다.

군 검찰이 장 중사의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고도 집행하지 않는 등 ‘부실 수사’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다.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은 6일 “공군에서 확인한 결과 공군 검찰단이 가해자인 장 중사의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고서도 집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의원의 설명을 보면, 공군 검찰단은 이 중사가 숨진 채 발견된 직후 “사건과 관련해 주변인 또는 사건 관계인들과 휴대전화로 주고 받은 내용을 임의로 삭제하는 등 증거인멸 시도가 우려된다”며 군사법원으로부터 장 중사의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았다. 하지만 실제 압수는 9일 뒤인 지난달 31일 장 중사를 상대로 한 군검찰의 첫 조사가 이뤄질 때 임의제출 방식으로 이뤄졌다. 장 중사에게 증거를 인멸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준 것이다. 국방부 검찰단은 이 같은 늑장 수사와 부실 수사 의혹이 사건을 축소·은폐하려는 목적 아래 이뤄진 것인지, 단순한 업무 태만 때문인지 가리는데 수사력을 집중할 예정이다.

한편, 유족들은 사건 수임 뒤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데도 면담을 미루는 등 사실상 피해자를 방치한 의혹이 있는 국선 변호인을 추가 고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국선 변호인은 3월9일 사건을 맡은 뒤 이 중사가 극단적 선택을 할 때까지 개인 사정을 이유로 단 한차례도 직접 면담을 하지 않았다. 그나마 전화 면담이 이뤄진 것도 선임 이후 두달이 다 되어가던 5월17일이었다. 유족들은 서욱 국방장관이 빈소를 방문했던 2일 제2~3차 가해에 가담했던 이 중사의 상관들은 물론 국선 변호인의 늑장 대응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터뜨린 바 있다.

길윤형 오연서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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