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논단] P4G가 ESG경영에 주는 시사점

여론독자부 2021. 6. 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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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수 숙명여대 교수·경제학
기업 지속성장 키워드 된 ESG 경영
범위·구체적 개념 명확히 정립 안돼
인증·공시제 등 제도적 뒷받침 통해
규제 아닌 신사업 창출 기회 삼아야
강인수 숙명여대 교수
[서울경제]

녹색 성장과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4G) 정상회의가 지난달 30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에서 열렸다. 50여 개국 정상급·고위급 인사, 20여 개 국제기구의 수장들이 참석한 화상회의에서 유엔이 선정한 지속가능개발목표(SDG) 가운데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탄소 중립 스마트 물 관리(SDG 6) △혁신적인 청정 에너지 솔루션(SDG 7) △지속 가능한 농업과 푸드 시스템 구축(SDG 2) △도시·파트너십을 통한 녹색 미래(SDG 11) △순환 경제 전략에 의한 제로 웨이스트 사회로의 전환(SDG 12) 등 5대 중점 분야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번 회의에서 채택된 ‘서울선언문’은 △녹색 회복을 통한 코로나19 극복 △지구 온도 상승 1.5도 이내 억제 지향 △탈석탄을 향한 에너지 전환 가속화 △해양 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노력 △각 나라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 등 실천적 내용을 담고 있다.

‘지속 가능성’을 핵심으로 하는 P4G 정상회의에서 탄소 저감과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이 함께 이뤄지는 혁신이 가능한 사례가 제시됐을 뿐 아니라 최근 열풍이 불고 있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선언적 차원’을 넘어 ‘실천’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기업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ESG를 고려한 경영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P4G가 환경(E) 중심이기는 하지만 내용이 구체적이고 실천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환경(E)은 사회(S)나 지배구조(G) 영역에 비해 선진국 주도로 국제적 논의가 훨씬 심층적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진 부분이 많다.

그러나 ESG가 서로 다른 환경·사회·지배구조 각각의 영역을 포괄하고 있고 업종별·기업별로 사업 환경이나 경영 방식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ESG의 범위와 구체적인 개념이 명확하게 정립돼 있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이는 ESG 경영 전략 수립의 ‘애로 요인’을 조사한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최근 설문 결과에도 잘 나타나 있다. ‘ESG의 모호한 범위와 개념’이라는 응답이 29.7%로 가장 많았고 이어 ‘자사 사업과의 낮은 연관성(19.8%)’ ‘기관마다 상이한 ESG 평가 방식(17.8%)’ ‘추가적 비용 초래(17.8%)’ 등의 순이었다. 이 결과는 ESG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과 체감도를 잘 보여주고 있다.

ESG 평가 요소가 광범위하고 다양할 뿐 아니라 동일 기업 내 E·S·G 각 영역 간 상관 관계도 낮고 평가 기관별로 각 영역별 평가를 통합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기업에 대해서도 최종적인 ESG 등급의 편차가 크게 나타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또한 ESG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커지면서 재무적 인센티브가 급증했지만 ESG의 정량적 평가, 인증, 공시제도 등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 그 결과 많은 기업이 ESG에 대해 정확히 알지도 못하면서 남들이 대세라고 하니까 ‘하는 척’ 흉내만 내는 ‘그린 워싱(green washing·위장 환경 운동)’ ‘ESG 워싱’을 할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기업 경영자는 ‘ESG에 어떻게 접근하고, 어떤 구체적인 경영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가’라는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다. 대부분 기업의 ESG 영향 평가 프레임워크들은 그 결과를 평가하는 데 그칠 뿐 경영자가 어떻게 다양한 ESG 이슈를 효율적으로 기업 운영 전반에 반영할 수 있을지에 관한 구체적인 ESG 경영 가이드라인은 제공하고 있지 않다. 돈을 ‘얼마나 벌었나’보다는 ‘어떻게 벌었나’로 평가 패러다임이 바뀌는 상황에서 과정에 대한 논의 없이 성과로만 ESG 경영을 평가한다면 기업의 궁극적인 지속 가능 발전이 저해될 수 있다.

ESG의 다면성, ESG 경영에 대한 사회적 합의 부재, 관련 경영 가이드라인 부재 등을 고려할 때 ESG를 기존 사업 모델에 체화시킨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다. 그러나 기업의 ESG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산업 생태계와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P4G가 시사하는 바와 같이 ESG를 규제로 인식하지 않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는 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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