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채드윅은 어딨는가

곽노필 2021. 6. 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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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필 ㅣ 콘텐츠기획팀 선임기자코로나19는 공기로도 전파될까?코로나 팬데믹의 전파 경로를 둘러싸고 분분했던 이 논란이 얼마 전 가닥을 잡았다.

세계 보건 정책의 양대 축이라 할 세계보건기구와 미국 보건당국이 잇따라 공기전파를 인정했다.

공기전파 인정으로 이젠 마스크 착용과 함께 환기가 더욱 중요해졌다.

공기전파가 다시 문제가 될 경우 공중보건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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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

[뉴노멀-미래] 곽노필 ㅣ 콘텐츠기획팀 선임기자코로나19는 공기로도 전파될까?
코로나 팬데믹의 전파 경로를 둘러싸고 분분했던 이 논란이 얼마 전 가닥을 잡았다. 세계 보건 정책의 양대 축이라 할 세계보건기구와 미국 보건당국이 잇따라 공기전파를 인정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공기 전파를 여러 경로 중 첫째로 꼽았다. 과학자들의 잇단 연구 성과와 문제 제기를 받아들인 결과다. 그동안 당국이 주목한 주된 전파 경로는 비말과 접촉 감염이었다. 이에 근거한 예방 수칙이 소독과 손씻기다. 공기전파 인정으로 이젠 마스크 착용과 함께 환기가 더욱 중요해졌다.

그러나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의 재발을 막으려면 개인이나 말단 조직의 예방 수칙만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생활과 업무 공간의 환기 실태를 살펴, 도시 전체의 실내 공기질을 끌어올리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에드윈 채드윅(1800~1890)

19세기 중반 영국의 사례는 기반을 다지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산업혁명 발상지인 영국은 도시문제의 발원지이기도 했다. 속속 들어서는 공장은 저임금 노동자들을 양산했고, 이들이 밀집한 빈민가의 비위생적 환경은 병원체 온상이 됐다.

그 무렵 발진티푸스가 번지자 왕립위원회의 에드윈 채드윅이 실태 조사에 나섰다. 공리주의 사상가 제러미 밴담의 제자인 그는 빈민촌을 찾아가 위생 실태를 조사하고 현지 건축업자, 경찰관, 공장 관리인 등과 면담했다.

그렇게 3년을 공들인 끝에 나온 것이 ‘영국 노동인구 위생 상태 보고서’(1842)다. 보고서의 핵심은 빈민들의 가난과 질병은 게으름이 아니라 끔찍한 생활 환경에서 비롯됐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사망률을 줄이려면 모든 가구에 깨끗한 물을 공급하고, 배수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를 실천하는 방법으로 제안한 것이 바로 상하수도 시스템이다. 채드윅은 상하수도를 인체의 ‘동맥과 정맥’에 비유했다. 개혁 열망이 넘쳤던 그는 조사와 출판 비용을 자비로 충당한 데 이어 직접 회사를 차려 상하수도 보급에 나섰다.

영국 정부도 실행에 착수했다. 그러나 증세를 부르는 그의 제안은 상류층과 의회의 반발에 부닥쳤다. 답보하던 상하수도 보급은 1848년 콜레라 확산에 놀란 정부가 공중보건법을 제정하면서 진척을 보기 시작했다. ‘시민 건강 보호’가 정부의 책임과 의무가 된 게 이때부터다. 하수도가 들어선 이후 리버풀 지역의 기대수명은 2배로 늘었다고 한다. 이후 상하수도 시스템은 현대 도시에서 콜레라 같은 수인성 질병을 퇴출시켰다.

2세기가 흐른 지금도 도시화는 현재진행형이다. 30년 후엔 전세계 인구 3명 중 2명이 도시에 살 것이란 전망이다. 도시인의 삶은 실내에서 이뤄진다. 공기전파가 다시 문제가 될 경우 공중보건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 한국은 특히 몇몇 대도시 집중이 심하다.

지금부터라도 도시 전체를 아우르는 실내 공기질 관리 시스템 구축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 우선 병원, 학교, 기업 등 시설별 특성에 맞는 실내 공기질 기준이 필요하다. 실내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관리하는 체계만 갖춰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이를 수시로 점검하고 신선한 공기로 갈아줄 수 있어야 한다. 건물마다 실내 공기 중 병원체를 걸러주는 장치도 있어야 한다. 이를 갖추려면 건축 비용은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전염병으로 입을 손실을 생각하면 감수하고도 남을 일이다. 신선한 공기는 학업과 업무 능률도 높인다.

인류는 질병과 싸우며 ‘먹을 것’과 ‘마실 것’의 위생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제 ‘숨 쉴 것’의 위생을 추진할 차례다. 코로나가 그 필요성을 일깨워줬다. 일군의 과학자들은 채드윅의 위생보고서와 같은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했다. ‘안전한 실내 공기’ 시대를 열 21세기판 위생보고서의 등장을 기대한다.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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