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마이크론 최첨단 D램 양산..삼성전자 SK하이닉스 앞질렀다

이종혁 2021. 6. 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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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초 '1α'나노 D램 양산
176단 3D 낸드 신제품도 공개
이달 대만 A3 D램 증설 착수
성능·수율 검증 안돼 지적도
韓, 투자 적기 놓칠땐 점유율 하락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최첨단 D램·낸드플래시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보다 먼저 선보인 데 이어 양산도 앞서가면서 차세대 메모리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마이크론은 여세를 몰아 이달부터 대만의 첨단 D램 공장을 증설해 본격적인 점유율 확대에 나설 태세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들이 투자 적기를 놓치며 마이크론에 추격을 허용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일 대만 '컴퓨텍스 2021' 포럼 기조강연을 통해 1α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LPDDR4x D램의 대규모 양산을 발표했다. 마이크론은 AMD·에이서 같은 고객사에 1α나노 D램을 공급 중이다. 마이크론의 1α나노 D램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14나노 D램에 해당한다. 14나노 D램을 대규모로 양산하는 건 마이크론이 세계 최초다.

메로트라 CEO는 176단 3차원(3D) 낸드 기반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신제품도 이날 공개했다. 마이크론은 작년 11월 세계 최초로 176단 낸드 양산을 시작했는데, 생산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의미다. 메모리 양대 제품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제치고 기술 선두를 꿰찬 것이다.

마이크론의 다음 목표는 점유율 확대다. 마이크론은 대만 타이중 A3 D램 공장 증설을 이달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A3는 12인치 웨이퍼 기준 월 5만~6만장 수준의 증설이 가능하다. A3는 1α나노 D램 생산 거점으로 육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6일 "핵심 공정이 달라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기술을 직접 비교하긴 어렵다"면서도 "마이크론이 극자외선(EUV) 없이도 기술 격차를 좁힌 건 무서울 정도"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 176단 낸드를 양산하지 못하는 상태다. SK하이닉스는 176단 낸드 개발을 완료했다고 지난해 12월 밝혔다. 그러나 양산은 아직이다. 양사는 176단 낸드 양산 시기를 올해 하반기로 제시했지만 전문가들은 연말께에야 가능할 것으로 본다. 14나노 D램 양산 시기 역시 올해 말께로 예상된다.

특히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투자에 역량을 집중하며 상대적으로 메모리 투자는 느슨해졌다는 평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수감으로 주요 투자건에 대한 결정 속도가 늦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는 14나노 D램과 176단 낸드 개발이 지연되고 있고, 투자 적기를 놓치면서 점유율도 하락 중"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마이크론이 반도체 공정 미세화의 주역인 EUV 노광장비를 쓰지 않고도 14나노 D램 개발에 성공한 것에 주목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0나노 초반급 D램부터 EUV 공정을 적용하고 있다. EUV는 1대당 2000억원이 넘는 초고가 반도체 장비로 네덜란드 ASML이 독점 공급하며, 대만의 TSMC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만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EUV 장비가 없는 마이크론은 한 세대 전인 심자외선(DUV) 기술로 첨단 메모리를 만든다.

마이크론이 한국과 일본의 메모리 공정 엔지니어들을 대거 영입하며 기술 개발에 속도를 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마이크론이 최근 들어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서 키옥시아(옛 도시바 메모리사업부) 출신의 경력직 엔지니어를 다수 채용해 미국과 일본 거점에서 생산 기술 개발에 투입했다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마이크론이 양산했다고 밝힌 1α나노 D램, 176단 낸드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제품과 동급의 성능을 갖췄는지 검증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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