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공세 더 거세진다..삼성전자 반도체 초격차 흔들리나

김승한 2021. 6. 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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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TSMC 인텔에 실적 밀려
총수 부재에 따른 투자 시기 늦어져
절대 왕좌 D램 점유율 서서히 하락
낸드도 경쟁 심화 이익 감소 전망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사진제공 = 삼성전자]
"반도체는 대형 투자 결정이 필요한데 총수가 있어야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일 대통령과 4대 그룹 대표 간담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 필요성을 에둘러 건의한 것이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경쟁이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대규모 투자 방안을 추가로 발표했지만 구체적 계획은 내놓지 못한 상태다.

이 와중에 경쟁사는 또 한 발치 앞섰다. TSMC는 일본과 밀월 관계를 강화하며 일본 정부에 20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받기로 했다. 또 120억달러 투자로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설립하겠다는 반도체 공장도 지난 1일 착공에 들어갔다. 삼성전자 주력인 메모리 분야 마저도 후발 주자들의 추격이 거세다. 한 마디로 K반도체 위기다.

삼성전자 영업이익 인텔·TSMC에 추월당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매출 19조100억원, 영업이익 3조37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7.8%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15.5% 감소했다. 올해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호황)'이 예고된 것을 감안하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이다.

삼성전자 측은 1분기 성적 부진에 대해 미국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가동 중단과 선단공정(최첨단 공정) 전환에 따른 초기 투자비 증가를 꼽았지만,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파운드리와 시스템 반도체 등 비메모리 부문의 부진에서 찾는다.

삼성전자는 선단공정인 5나노 파운드리에서 지속적으로 수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양품을 곧바로 생산해내지 못하면 버리는 웨이퍼가 많아 손실이 발생함은 물론,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 기업들이 생산을 믿고 맡기기도 어렵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시스템 반도체 부문도 아직 이렇다 할 수익을 못내고 있다. 소니에 이어 2위인 CMOS 이미지센서 정도가 체면치레하고 있지만 시장이 크지 않다. 증권가는 올해 1분기 삼성전자가 메모리 부문에서 3조5000억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올렸으나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부문에서 1000억원 정도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한다. 오스틴 공장의 손실을 고려해도 전 세계적인 반도체 및 파운드리 공급부족 사태를 고려하면 저조한 성적표다.

반면 파운드리 1위 기업인 대만 TSMC는 올해 1분기 역대급 실적으로 승승장구했다. TSMC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29억달러(약 14조5000억원), 53억6000만달러(약 6조원)로 모두 사상 최고였다. 삼성전자보다 매출은 4조원 이상 작지만 영업이익은 2배 가까이 높았다. TSMC는 지난해까지도 삼성전자와 영업이익에서 엎치락뒤치락 했으나 이번에 큰 차이로 삼성을 따돌린 것이다.

최근 중앙처리장치(CPU) 부문에서 AMD와 엔비디아의 위협을 받고 있는 인텔도 썩 좋은 실적을 내진 못했지만 매출, 영업이익에서 모두 삼성전자를 앞질렀다. 인텔의 1분기 매출은 197억달러(약 22조1000억원), 영업이익은 37억달러(약 4조1000억원)다.

경쟁력 확보가 관건인데...앞서가는 TSMC 인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70% 이상 점유율을 보이는 메모리는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30%에 불과한 반면, 남은 70%의 비메모리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의 점유율은 4%가 고작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K반도체가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부문의 경쟁력 확보가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전세계적으로 파운드리 공급부족 사태가 지속됐음에도 삼성전자는 비메모리가 약한 탓에 수혜를 보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에서 TSMC과 인텔 등 글로벌 경쟁 업체들에 비해 투자에서 다소 늦은 대응을 보였다.

앞서 TSMC는 추가 투자 계획을 밝히며 초격차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달 1일 TSMC는 성명을 내고 향후 3년간 1000억 달러(약 110조)를 반도체 생산 능력 확대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1월 발표한 올해 280억 달러(약 31조원) 투자까지 합치면 4년간 144조원을 투자하는 격이다.

또 최근에는 일본 정부가 TSMC에 약 190억엔(약 20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키로 하면서 든든한 지원군도 얻었다. 지난 1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달 31일 370억 엔(액 3738억원)에 달하는 '대만 반도체 TSMC 투자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TSMC가 이바라키현 쓰쿠바시에서 반도체 연구개발 거점을 조성하는 데 필요한 총 사업비 370억엔의 절반가량을 일본 정부가 부담하는 것이다.

지난 3월 인텔도 200억달러(약 22조원)를 투자해 애리조나주에 파운드리 공장 두 곳을 짓겠다고 밝힌 상태다. 2019년 4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30년까지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며 10년간 총 13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최근에는 38조원의 추가 투자도 발표했다. 당초 발표한 133조원과 합치면 총 171조원을 투자하게 되는 셈이 된다.

대만 TSMC의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출처 = TSMC]
올해 삼성전자의 대부문 투자가 메모리에 집중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삼성전자가 올해 41조원가량의 투자를 예고했지만 절반 이상이 메모리에 투자돼 TSMC와 비교하면 투자 규모가 떨어진다"며 "삼성전자와 TSMC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 언론의 이 같은 지적을 단순히 삼성전자 깎아내리기로만 치부할 수 없다"며 "최종 결정권자인 총수부재로 투자 늦어지면 경쟁에서 뒤쳐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설명했다.
절대 왕좌 메모리, 점유율 낮아져

메모리 반도체 분문에서도 삼성전자 위상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1993년 D램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른 후 줄곧 왕좌를 지켜왔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D램 점유율은 지속적인 하락세다. 2016년 46.6%에서 지난해 41.7%까지 떨어졌다. 후발 기업들의 추격이 거센 가운데 기술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삼성전자의 신제품 개발이 경쟁사에 비해 늦어진 결과다.

반면 마이크론은 같은 기간 20.4%에서 23.5%로, SK하이닉스도 같은 기간 25.6%에서 29.4%로 점유율을 늘렸다.

기술서도 후발주자들 추격이 거세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기존 제품 대비 속도가 2배 이상 빠른 DDR5 D램을 출시, 삼성보다 앞서 '세계 최초'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삼성전자와 다른 기업들 사이에 1년 정도의 격차가 있었지만 이제는 6개월 이내로 좁혀졌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말했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는 미국 마이크론 등이 낸드 2위 업체인 일본의 기옥시아 인수를 검토 중이다. 가능성은 낮지만 딜이 성사될 경우 규모의 경쟁 심화로 삼성전자의 이익 감소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점점 노골화되는 미국의 반도체 굴기도 우려된다. 지난 9일(현지 시간)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CBS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반도체는 미래 경제의 근간으로 최우선 순위이자 우리가 공격적으로 다뤄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김승한 매경닷컴 기자 winon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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