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 20번 언급한 문 대통령 "인류의 문제로 확장해야"

신은별 2021. 6. 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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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제66회 현충일 추념식 참석
문재인 대통령이 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6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해 추념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6일 현충일 추념식에서 '애국'을 여러 이름으로 불렀다. '공동선을 위해 스스로 희생하는 것' '인류에 대한 사랑' 등을 애국이라 부르며 "독립·호국·민주의 굳건한 뿌리를 가진 우리의 애국은 이제 인류의 문제로까지 확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애국의 개념을 확장시켜 국민 통합은 물론 감염병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제 연대의 기제로 제시한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된 공군 내 '성추행 피해자 부사관 사망사건'에 대해선 "국민들께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국민 통합·국제 연대' 기제로 강조

문 대통령은 이날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6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애국은 우리 모두의 정신"이라고 말했다. 사회 갈등 극복과 국민 통합 이데올로기로서 애국을 제시한 것이다. 취임 첫해인 2017년 현충일에도 "애국은 보수와 진보로 나눌 수도 없고, 그 자체로 온전히 대한민국"이라고 한 바 있다.

특히 애국의 개념을 확장했다. 고(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을 거론하고 "이웃을 구하기 위해 앞장서고 공동선을 위해 스스로 희생하는 것"이라고 했다. 기후변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전 세계적 문제에 대해서도 "이제 애국심도 국경을 넘어 국제사회와 연대하고 협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더 넓은 세상과 함께하는 것이 애국"이라며 "우리의 애국심은 공존 속에서 더 강해져야 한다"고도 했다. 포용과 공존을 위한 가치로 애국을 제시한 것이다. 이날 문 대통령의 추념사에는 '애국'이란 단어가 20번 등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6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현충탑에 분향하고 있다. 뉴시스

"병영문화 폐습 송구, 바로잡을 것"

문 대통령은 "국가유공자에 대한 진정한 보훈이야말로 애국심의 원천"이라며 "국가가 나와 나의 가족을 보살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을 때 우리는 국가를 위해 몸을 바칠 수 있다"고 했다. 유공자에 대한 예우를 강조한 것이다. 이어 "독립운동 사료를 끊임없이 수집해 한 분의 독립유공자도 끝까지 찾아낼 것"이라고 약속했다.

보훈에 대해선 "지금 이 순간, 이 땅에서 나라를 지키는 일에 헌신하는 분들의 인권과 일상을 온전히 지켜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최근 군 내 부실급식 사례들과 아직도 일부 남아있어 안타깝고 억울한 죽음을 낳은 병영문화의 폐습에 대해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다"며 "군 장병들의 인권뿐 아니라 사기와 국가안보를 위해서도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발생한 공군 내 성추행 피해자 부사관 사망사건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직접 사과한 것은 처음이다.

백마고지 유해발굴사업이 올 하반기부터 진행되는 점을 알리고, "유전자 채취에 유가족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추념식을 마친 뒤 현충원 내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신원확인센터를 방문해 발굴 계획을 들었다.

한미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대화와 외교가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이루는 유일한 길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향해 다시 큰 걸음을 내디딜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9·19 군사합의 이후 철거된 철조망을 이용해 만든 기념패를 호국영령 영전에 바쳤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6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한국전 참전 카투사 김재세 예비역 하사가 편지를 낭독한 뒤 단상에서 내려오자 맞이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文, 94세 유공자 직접 부축... 靑 "시나리오에 없던 일"

추념식에서는 한국전에서 팔과 다리를 잃은 윌리엄 빌 웨버 미국 예비역 대령의 영상 편지가 소개됐다. 웨버 대령은 5월 문 대통령의 미국 방문 당시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 착공식에 참석한 바 있다. 한국전 참전 카투사 김재세 예비역 하사가 단상에 올라 답장을 낭독했다. 두 사람은 메시지에서 한미동맹과 우정을 강조했다.

답사 낭독이 끝나자 문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단상에서 내려오는 김 예비역 하사를 직접 마중했다. 94세로 연로한 김 예비역 하사의 허리를 감싸안으며 부축해 자리로 안내했다. 시나리오에 없는 돌발 행동이었다는 게 청와대 측 설명이다.

한편 국립현충원 안팎에서는 천안함 생존 예비역 장병 10여 명이 '천안함 폭침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각각 1인 시위를 벌였다. 시위에 참가한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고통받는 전우들도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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