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 막힌 소통 연 '립뷰 마스크' 탄생 비화

이충진 기자 hot@kyunghyang.com 2021. 6. 6. 16:2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포츠경향]

‘코로나 19’는 마스크를 일상의 필수품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새 마스크는 또다른 소외를 낳았다. 상대의 입모양을 보며 대화를 나누는 청각장애인들에게 마스크가 큰 장벽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청각장애인을 위해 입 모양이 보이는 마스크를 개발해 무료로 기부하는 마스크 제조사가 있어 눈길을 끈다.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을 에서 자주 보이는 일명 ‘투명 마스크’(정식명칭:립뷰 투명창 마스크)를 출시해 화제를 모은 방역 마스크 제조사 ‘더조은’이 그곳이다,

‘출시’라는 표현을 썼지만, 이 마스크는 개발 과정부터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기부용도로 만들어졌다. 실제로 회사는 출시 직후부터 청각장애인과 수어(수화)통역사들에게 마스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더조은 연구원들이 생산된 ‘립뷰 투명창 마스크’를 살펴보고 있다. ‘립뷰 투명창 마스크’는 기존 방역마스크에 사용되는 MB필터를 사용해 제작, 보건용 마스크 의약외품 등록을 위한 식약처의 KF-80, KF-AD의 기준을 충족한 마스크다. 더조은 제공


김희철 더조은 대표는 코로나 확산 초기에 공적마스크 공급을 위해 공장을 24시간 가동하던 중, 정확한 의사전달이 필요한 수어통역사의 경우 마스크 의무착용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수어 뿐 아니라 입모양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청각장애인들 역시 코로나19 사태 속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김 대표는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마스크를 개발키로 하고, 지난 해 3월 투명마스크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투명마스크는 기존 마스크의 생산 설비에서는 처리하기 어려운 공정이 갖춰져야 했다. 기존 마스크를 변형해 투명비닐을 붙이는 공정이 필요한데, 투명비닐 역시 방역에 충실한 원자재가 필요했기 때문.

김 대표는 국내 원자재 업체들을 비롯해 중국과 일본, 대만까지 이 투명비닐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 했지만 모두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결국 김 대표는 회사 내 연구소의 역량을 총 동원, 방역위생과 가격까지 만족할 수 있는 마스크 개발에 착수했다.

“무료 공급을 위해서는 제조원가가 낮아야 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자동화 생산설비 제작을 중심으로 연구했어요. 하지만 생산 가능 설비가 전무한 상황에서 설비투자와 설비개선을 지속할 경우, 원가가 자연스럽게 상승할 수밖에 없었어요. 답이 나오지 않았죠. 그렇다고 노력을 멈출 수는 없잖아요. 연구개발 방향을 수정해 별도의 투명비닐 부착(조립)이 필요 없도록 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어요.”

이렇게 더조은의 ‘립뷰 투명창 마스크’가 탄생했다.

‘립뷰 투명창 마스크’ 생산을 위해 더조은은 전 과정을 초음파융착방식으로 자동화한 것은 물론 투명창의 원자재 필름은 무독성으로, 여기에 김서림 방지처리를 더했다. 물론 개발 의도와 같이 코부분부터 턱부분까지 노출해, 입모양을 볼 수 있도록 최대한 넓게 투명창을 디자인했다.

더조은 연구원들이 ‘립뷰 투명창 마스크’를 선보이고 있다. 연구원들 뒤로 수 많은 표창 및 기술인증서류들이 보인다. 더조은 제공


“출시 직후부터 일주일 동안, 청각장애 관련 기관과 장애인들로부터 약 1만5000장의 기부 요청이 이어졌어요. 현재까지 약 3500장을 배포할 수 있었습니다.”

더조은 측은 마스크 기부 요청때 제품뿐 아니라 택배비까지 부담할 정도로 팔을 걷어부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립뷰 투명창 마스크는’ 의약외품 등록이 이뤄지지 않았다. 기존 방역 마스크와 같이 MB필터를 사용해 제작, 보건용 마스크 의약외품으로 등록하기 위한 식약처의 KF-80, KF-AD의 기준을 충족했지만, 투명창 필름이 신소재로 분류되기 때문에 추가적인 자료 준비가 필요했던 것.

“당장 청각장애인들에게 필요한 마스크라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출시를 서둘렀죠. 준비가 완료되는데로 의약외품 등록도 곧 추진할 예정입니다.”

김 대표는 더조은 홈페이지를 통해 생산 여력이 닿는데 까지 기부 신청을 계속 받는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사단법인 수와진의 사랑더하기와 지요장학회, 신협복지단 등과 함께 기부 확대를 위한 협력에도 나섰다.

“‘립뷰 투명창 마스크’의 개발목적은 상업화나 이윤추구가 아닙니다. 개발 취지에 걸맞게 무료로 배부하고 있고, 제품 개선을 위한 연구도 지속할 예정입니다.”

지난 4월 29일 더조은은 ‘코로나19 대응 유공 행정안전부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사진은 이날 표장을 전달한 정장선 평택시장(왼쪽)과 김희철 더조은 대표이사. 평택시 제공


더조은은 마스크 전문 제조업체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어려움을 겪는 사회취약계층을 위해 현재까지 마스크 160만장, 손소독제 1만5000개 등 방역물품을 무료로 지원해왔다. 이 공로로 지난 4월 행정안전부로부터 ‘코로나19 대응 유공 행정안전부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마스크 기부 문의:http://thegoodas.com, 031-684-9812.

이충진 기자 hot@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