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발 인플레 우려] 너무 빨리 유턴한 기름값.. 전기료 인상 - 원가압박 악순환의 고리

박정일 2021. 6. 6.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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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전반 수익성 악화 가능성
車연료 상승에 소비 위축 우려도
정유업계엔 호재.. 적자 만회할 듯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삼성전자 제공>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국제유가가 너무 빨리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갔다. 수요증가가 주 요인이라는 점에서 정유업계에는 반가운 일이지만, 제조업 전반과 국민생활에는 원가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한국전력이 올해부터 적용한 연료비 연동제로 전기요금까지 오를 경우 제조업 전반의 수익성 악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잖아도 원자재 가격 압박에 시달리는 제조업체들이 판매가격을 인상하면 인플레이션, 소비위축, 경기침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두바이유를 비롯해 북해산 브랜트유, WTI(서부택사스유) 선물 가격은 지난 4일(현지시간) 일제히 상승세를 이어가며 코로나19 직전보다 더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WTI의 경우 2018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수요 급증에 대한 기대감이 주 요인이다. 이달 초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 OECD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가 감산의 점진적인 완화 기조를 유지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유업계에는 모처럼 찾아온 호재다. 코로나19에 따른 수요부진 등의 요인으로 배럴당 1달러 선까지 떨어졌던 싱가포르 기준 복합정제마진은 손익분기점 기준으로 알려진 4달러 선까지 육박했고,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 6달러 선까지 추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업계는 이 같은 시황에 힘입어 올해 2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지난해 적자를 만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 가능성과 이란 핵협상 등이 변수로 꼽히지만, 수요 증가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가파른 유가 인상은 다른 제조업에는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글로벌 경제가 충분하게 회복되기 이전에 유가가 과도하게 상승하면 비용 증가로 인한 부정적 요인이 커질 수 있으며, 인플레이션 압력 발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경계심리도 불가피해진다"고 말했다.

제조업계에서는 특히 전기료 인상에 따른 원가 압박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전력이 올 1월부터 전기료의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연초와 비교해 두바이유 가격은 38% 가량 상승했다.

화석연료가 여전히 국가 전력의 66%(작년 기준)를 차지하는 점과 최근의 국제유가 상승폭 등을 고려하면 올 하반기 전기료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반도체·디스플레이와 철강 등 전기료가 원가에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부품·소재업종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삼성전자와 현대제철 등은 국내에서만 연간 수천억원의 전기료를 내고 있다. 만약 전기료가 10% 가량 인상되면 수백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부품·소재가격 상승은 가전, 자동차, 건설업 등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전기료 뿐 아니라 주요 화학제품 가격 상승도 제조업체의 생산 확대에 부정적인 요인이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아시아 에틸렌 가격은 톤당 1076달러를 돌파하며, 1년 전(약 560달러)과 비교해 배 가량 가격이 올랐다.

휘발유 등 자동차 연료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 위축 우려도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6월 첫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지난주보다 6.7원 오른 1ℓ당 1554.1원을 기록, 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자동차 판매량 감소는 물론 운송비 상승에 따른 소비자 가격 상승, 여행수요 위축 등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재계에서는 곡물 등 식량과 공산품 원재료 가격 상승에 유가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인플레이션 압박이 가중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27.1포인트를 기록, 전년 동월과 비교해 39.7% 상승했다.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유엔이 24개 품목의 국제가격동향을 조사해 곡물, 유지류, 육류, 유제품, 설탕 등 5개 품목군별로 매월 작성·발표하는 수치다.

재계 관계자는 "원자재와 전기료 등의 가격 상승은 규모가 작은 기업일 수록 더 원가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코로나19 백신 보급에 따른 경기회복이 어느정도 이어지고 기업들의 수익성이 일정 수준 회복하기 전까지는 정부가 전기료 인상 억제 등의 경제 활성화 정책을 유지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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