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학 반대!" 헝가리 대규모 반중시위, 왜?
[경향신문]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5일(현지시간) 시민들이 중국의 푸단대학 캠퍼스 설립을 앞두고 대규모 반대시위를 열었다. 시민들은 정부가 자국의 교육에 쓰여야 할 예산을 정치적 계산에 따라 중국대학 분교 유치에 쓰는 것을 비판하며 중국 정부의 인권탄압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dpa통신은 이날 약 1만여명의 헝가리 시민들이 중국 푸단대학 캠퍼스 건설에 항의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고 보도했다. AFP통신도 시민들이 “노 푸단(푸단대학 반대)”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부다페스트 시내를 통과해 국회의사당까지 행진했다고 전했다.
헝가리 정부는 중국 국립대학인 푸단대 캠퍼스를 부다페스트에 유치해 2024년까지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푸단대학이 유럽지역에 분교를 두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수준 높은 국제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추진 의도를 밝혔지만 반대 여론이 거세다. 헝가리의 한 여론조사기관과 최근 실시한 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3분의 2가 중국 대학 유치에 반대 의견을 보였다. dpa는 “2018년 조지 소로스의 중앙유럽대학이 헝가리를 떠나도록 만든 오르반 총리가 2019년 ‘사상의 자유’를 헌장에서 삭제한 대학을 들여오는 것에 많은 이들이 못미더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대하는 이들은 엄청난 교육예산을 헝가리 시민들이 아니라 중국 대학 설립을 위해 쓰이는 것을 비판하고 있다. 푸단대 캠퍼스로 예정된 부지는 원래 헝가리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해 저렴한 주택을 지으려던 곳이었다. 푸단대 캠퍼스 공사에는 약 15억 유로(약 2조원)가 들어가는데, 이는 2019년 헝가리 총 고등교육 예산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헝가리 독립언론 Direkt36은 정부 자료를 입수해 “캠퍼스 건립 예산 중 13억 유로(약 1조7500억원)를 중국 은행에서 대출받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시위 주최측은 이날 페이스북에 “정부가 중국 독재정권의 대학을 들여오려고 헝가리 학생들의 집과 미래를 팔아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결정을 반대하는 이들은 극우 성향의 오르반 총리가 중국에 정치적 의존도를 높이며 또한번 어리석은 결정을 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시위에 참여한 한 시민은 “오르반 총리와 여당은 스스로를 반공산주의자로 묘사하지만, 실제로는 공산주의자들이 그들의 친구”라고 비판했다. Direkt36은 트위터에 “빅토르 오르반이 중국에 헝가리를 개방하면서 헝가리를 중국과 미국의 충돌지역으로 만들고 있고, 헝가리를 중국 정보기관에 우호적인 환경으로 조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대학 캠퍼스 건설을 명분으로 유럽 지역의 장악력을 높이려는데 헝가리가 이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dpa는 “오르반 총리는 중국에 충성심을 보이며 헝가리를 유럽연합(EU)과 나토(NATO)의 트로이목마로 제안했지만 지난 10년동안 (중국으로부터)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시위에선 중국의 인권탄압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커라초니 게르게이 부다페스트 시장은 이날 톈안문 시위 때 한 시민이 맨몸으로 탱크 앞에 맞서고 있는 사진을 들고 나와 함께 걸으며 “우리는 지금 공산주의와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게르게이 시장은 지난 주 부다페스트 거리에 중국의 인권탄압 피해자들을 기리는 뜻으로 ‘자유 홍콩 도로’, ‘달라이 라마 거리’ ‘위구르 순교자 도로’ 등의 이름을 붙이겠다고 밝혔다. 오르반 총리는 지난해 유럽연합에서 중국의 홍콩 인권탄압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할 때도 반대해 비판을 받았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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