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수영장 사망사고에 당국 '사후약방문'.."안전요원 2명 이상 배치"

김수연 2021. 6. 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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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호텔리베라의 수영장. 호텔리베라 홈페이지 캡쳐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호텔인 호텔리베라에서 30대 남자가 수영장 시설 이용 중 사망한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당국이 뒤늦게 관련법 시행규칙 개정을 검토하기로 했다. 발생한 지 두 달이 훌쩍 지난 뒤에야 사고를 인지한 데다, 재발방지를 위한 시행규칙 개정 필요성도 이제서야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것이라, 당국의 '사후약방문'식 대처가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6일 호텔 수영장 등 체육시설의 안전과 관련한 법령을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문체부 체육국 스포츠산업과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체육시설법)'의 시행규칙 중 수상안전요원 의무 배치 조항에 '두 명 이상을 동시 배치'한다는 문구를 넣는 것을 검토할 예정이다.

현재 체육시설법 시행규칙 별표6 제2호 사목(9)에는 수영장 감시탑에 수상안전요원을 2명 이상 배치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두 명을 동시에 배치해야 한다는 내용은 없다.

문체부 스포츠산업과 관계자는 "사망 사고가 난 것을 최근 기사를 보고 알았다"면서 "수상안전요원을 두 명 이상 동시에 배치해야 한다는 것으로 개정하는 것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겠다. 법 체계상 수상안전요원에 대한 것이 다른 법에도 많이 있어서, 그런 부분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문체부는 시행규칙에 명문화된 규정이 없어도 '두 명 이상 동시배치'가 상식적이라는 입장이었다. 이에 따라, 해당 문구 명문화에 대한 검토 없이, 국민신문고에 관련 민원이 올라올 때, '두 명 이상 동시배치해야 한다'는 답변을 하거나 법제처 유권해석을 통하는 방식으로, 그때그때 대처해 왔다. 그러다 이번 호텔 수영장 사고가 터진 것이다.

현행 법 시행규칙에 수영장 감시탑 수상안전요원 배치 인원을 두 명 이상으로 규정한 것은 수상안전에 위험이 발생한 경우, 안전요원이 이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특히 수조 바닥 면적 규모에 상관 없이 2명 이상의 안전요원을 배치하게 했는데, 이는 안전사고 발생 시 안전요원이 한명뿐일 경우, 사고에 대응하느라 다른 수영장 이용자의 안전관리 업무에 공백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수상안전요원 두 명 이상을 동시에 배치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보니, 현장에선 안전요원을 한명만 배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배치된 요원이 자리를 비울 경우, 이용자에게 안전사고가 발생해도 현장에는 이에 대응할 인력이 아예 없게 되는 셈이다.

실제로 이번 호텔리베라 사고 역시, 숨진 남성은 안전요원이 부재한 가운데 수영하던 중 의식을 잃었고, 사망한 지 18분이나 지난 후 손님에 의해 발견됐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 남성은 3월 4일 오후 5시께 이 호텔 수영장에서 수영을 했는데 당시 안전요원이 자리를 비운 상태였고, 손님이 신고했을 땐 이미 숨이 끊어진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호텔에 고용된 안전요원은 1명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제2, 제3의 호텔수영장 사망 사고가 발생할 우려도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업장 운영자의 안전불감증이 여전한데다, 현장 관리감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호텔은 현재까지도 수상안전요원이 1명인 채로 영업 중이다. 이 호텔 관계자는 "안전요원 배치 인원은 시간대마다 달라서 항상 두 명이 있다고 말할 수 없다"면서 "안전요원 한 명이 퇴사했는데 아직 새 직원 입사 전이라, 현재 근무 중인 요원 한 명이 헬스장과 수영장을 왔다갔다하는 식으로 양쪽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영장 이용이 100%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고, 이용 여부는 고객 판단에 맡겨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한 강남구 체육시설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강남구청은 이제서야 관할 지역 소재 호텔수영장에 대한 점검을 시작한다. 안전요원을 두 명 이상 배치하지 않은 시설을 적발해 시정명령을 하고, 시정명령 불이행시 영업정지 조치할 계획이다. 점검 대상에는 지난 25일 개관한 '조선 팰리스'의 조선웰니스클럽이 포함됐다.

이상철 강남구청 문화체육과 체육시설팀장은 "관할 호텔수영장에 대해 7일부터 점검을 시작해 1~2주 안에 점검을 마치려고 한다"고 말했다.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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