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반복되는 환자 입막음.. 교정 부작용 환자 고소한 유명 치과

김성호 2021. 6. 6.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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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명예훼손·업무방해 등 고소
최근 서울 송파경찰서 무혐의 종결
병원과 대화 녹취가 결정적 근거
부작용 호소 환자 고소로 압박↑

[파이낸셜뉴스] 병원이 치료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를 고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객관적인 수술 후기를 남기고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의 항의에도 법적 대응을 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대부분은 수사기관이 재판에 넘기지도 않을뿐더러 넘겨지더라도 무죄판결을 받고 있지만, 고소당한 환자들은 상당한 부담감을 토로한다. 사실상 겁주기 소송이 아니냐는 비판이다.

서울 송파경찰서가 지난달 말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모욕 혐의로 병원 관계자들로부터 고소당한 A씨 사건을 불송치 결정했다. fnDB.

■부작용 호소 환자 고소한 유명 치과
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송파경찰서가 지난달 말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업무방해, 모욕 혐의로 고소당한 A씨 사건을 불송치 결정했다. 명예훼손과 업무방해는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불충분하고 모욕죄는 아예 성립되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A씨는 지난 2015년 서울 강남 일대에서 이름난 W치과를 찾아 투명교정 치료를 받은 뒤 부작용을 호소해왔다. A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 병원이 진행하던 이벤트에 응모했고 시가보다 싼 가격에 투명교정 치료를 받게 되었다고 믿었다. 과거 W치과 계열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은 이력이 있었던 A씨는 교정치료 비용으로 총 320만원을 냈다.

이후 A씨는 병원이 부작용 설명을 충실히 하지 않고 장치도 제대로 검수하지 않아 치아시림과 입안 찢어짐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2019년 1월부터 수차례 병원 측에 피해사실을 알린 A씨는 지난해까지 병원이 그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결국 총 5년여에 이르는 교정 치료를 받았으나 그같이 교정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통지조차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A씨와 갈등을 빚던 W치과는 원장 B씨와 상담실장 C씨 명의로 송파서에 A씨를 고소했다. A씨가 병원에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로 항의한 점을 들어 업무방해로 고소했고, 수차례에 걸쳐 다양한 사이트에 글을 올린 사실을 문제 삼아 명예훼손죄에 저촉된다고 했다.

병원은 A씨가 “강남역 10번출구 치과에서 페이닥터에게 교정 받은 후 부작용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강남역 10번 출구 유명한 블랙성형외과(환자들의 피해사례가 많은 병원을 가리키는 은어) 교정사기 제발 피하세요” “서울 강남역에 공장성형외과 치과” “2014년 여대생 안면 윤곽으로 사망한 병원”이라는 글을 올리고 일부 사용자가 구체적인 병원 이름을 물어오면 쪽지로 병원을 특정해 알려주었다고 주장했다.

병원은 이밖에도 A씨가 온라인에 상담실장에 대해 “돈돈거리는 여자” “양아치” “싸가지 없는 여자, 사기꾼, 장사꾼” “어떻게든 돈만 받아먹으려고 하는 담당실장” 등의 글을 게시했다며 모욕죄로도 고소했다.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를 병원이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대부분은 무혐의 처분으로 종결되지만 고소 이후 환자들은 삶이 망가진다고 호소한다. 사진=픽사베이.

■고소로 입 막는 병원 多, 이제는 바뀌어야

혐의를 벗은 결정적 근거는 녹취였다. A씨는 그간 병원과의 상담 및 진료과정에서 나눈 대화 녹취 등의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다. 명예훼손에 대해서도 본인이 겪은 해당 병원의 상담미흡, 의료부작용 등에 대해 공익적 목적에서 글을 적은 사실이 인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모욕죄도 기각됐다. A씨가 돈을 밝히는 병원의 행태를 지적한 적은 있지만 병원이 주장한 것과 같이 직접적인 모욕을 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소 이후 수개월 만에 혐의를 벗은 A씨는 “병원하고 대화를 녹음한 것만 100여개 파일이 있는데 그런 녹음이 없었으면 속수무책으로 범죄자가 됐을 것”이라며 “병원이 말을 바꾸고 모욕적인 언사를 해놓고서는 도리어 제가 쓴 글이랑 말의 어감을 미묘하게 바꿔서 고소를 하니 당황스럽더라”고 털어놨다.

한편 경찰에 따르면 최근 수년 간 일선 수사기관에 접수된 병원 부정후기 관련 명예훼손 사건 중 상당수가 무혐의 처분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자유로운 정보공유가 공공의 이익에 합치하는 경우가 많고 의료소비자의 서비스 품질 향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수사기관 판단에 따른 것이다.

공익적 목적으로 환자가 개인의 부작용 경험을 적거나 일반 시민이 보도된 사실을 근거로 병원을 비판했다 피소된 사건에서 수사기관은 문제를 사실로 믿었을 만한 합당한 이유가 있고 공익적 목적이 인정된다면 죄를 묻지 않고 있는 추세다.

심지어 일부 비방목적이 인정된다 할지라도 공익적 문제제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면 비방이 단순한 의견표명에 불과하다고 보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법원 역시 2010년대 들어 온라인상에서 소비자가 후기를 작성하는 범위와 방식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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