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부사관 조문한 文대통령 "국가가 지켜주지 못해 죄송"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6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해 추모 묵념을 하고 있다./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성추행 피해를 호소했지만 당국의 묵살 탓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이모 중사의 추모소를 찾아 조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6회 현충일 추념식’이 끝난 뒤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이 중사 추모소를 찾았다. 문 대통령은 이 중사 부모에게 “얼마나 애통하시냐”며 “국가가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고, 이 중사 아버지는 “딸의 한을 풀고 명예를 회복시켜달라”고 말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영현실에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 고(故) 이모 중사의 영정사진이 놓여 있다. 지난 3월 선임 부사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신고한 이중사는 두달여만인 지난달 22일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뉴시스

이 중사 어머니는 문 대통령에게 “철저하게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고, 문 대통령은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부모님의 건강이 많이 상했을 텐데, 건강 유의하시기 바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함께 추모소를 방문한 서욱 국방부 장관에게 “철저한 조사뿐 아니라 이번 계기로 병영문화가 달라지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엔 조화를 보내 이 중사 유족을 위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현충일 추념사에서 “최근 군내 부실급식 사례들과, 아직도 일부 남아있어 안타깝고 억울한 죽음을 낳은 병영문화의 폐습에 대해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군 장병들의 인권뿐 아니라 사기와 국가 안보를 위해서도 반드시 바로 잡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나는 우리 군 스스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변화하고 혁신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믿는다”고도 했다. 이날 추념사에서 한미정상회담 성과와 보훈 정책 성과를 소개하며 자신을 ‘저’라고 지칭했던 문 대통령은 이 대목에서 ‘나’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국군 통수권자로서 이번 사태 해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군에 하달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