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군대] 軍 급식 현장..지휘관이 달라지면 급식도 달라진다

김정근 기자 2021. 6. 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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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 대화방으로 격리장병 급식 점검..추가 반찬도
조리병 '혹사'..지원병력 운용해 설거지 등 도움

[편집자주]'요즘 군대'는 우리 군과 관련된 이야기를 소개하는 뉴스1의 연재형 코너입니다. 국방·안보 분야 다양한 주제를 밀도 있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3일 경기도 고양 소재 공군 3여단 8978부대 조리병들이 급식을 준비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김정근 기자 = 최근 불거진 '부실 급식' 논란에 군이 부대 내 급식 현장을 공개하고 나섰다. 현장에서 찾을 수 있었던 부실 급식 문제 해결책은 지휘관의 '관심'이었다.

국방부는 지난 3일 경기도 파주 소재 육군 9사단 참독수리대대와 경기 고양 소재 공군 3여단 방공포대의 취사 현장을 기자들에 공개했다. 두 부대는 같은 1급양대 소속이었기에, 당일 저녁 메뉴는 돼지불고기·쌈 채소·호박된장찌개·참외 등으로 똑같았다.

두 부대 모두 군 급식 모범 사례로 꼽을 수 있을 듯한 양질의 식사를 장병들에 제공하고 있었다. 최근 소셜미디어(SNS)상에 제보된 부실 급식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장병들의 급식 만족도도 높았다. 장병들은 "저희 부대의 급식은 평소에도 맛있었다"며 최근 부실 급식 사태 이후엔 "(급식이) 더 잘 나오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높은 급식 만족도…그 배경엔 지휘관 관심 있었다.

육군 9사단 참독수리대대에선 지휘관 주도하에 매주 병영급식위원회를 열고 있다고 한다. 부대 지휘관에 따르면 각 중대의 대표 병사를 비롯해 최근 격리에서 해제됐거나, 격리인원을 지원하는 병사 중 일부가 회의에 참석한다.

병영급식위원회에선 간부와 병사들이 다음 주 급식 메뉴를 두고 의견을 교환한다. 이들은 장병들의 선호·비선호 품목을 조율하고, 부대 자율부식비를 통해 어떤 메뉴를 마련하면 좋을지에 대한 얘기를 나눈다.

해당 부대 간부 중 한 명은 "로제 떡볶이가 먹고 싶다는 병사 의견을 받아들여 로제 떡볶이를 내놓은 사례도 있었다"며 병사들의 목소리가 급식에 적극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공군 3여단 방공포대 지휘관은 격리장병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격리 생활 중 애로사항을 직접 듣고 있다. 특히 격리장병 각각의 급식을 사진으로 확인하며, 혹여나 급식을 부실하게 받는 병사가 없는지 점검하는 모습이다.

자신을 육군 51사단 소속 격리장병이라고 밝힌 한 인원이 소셜미디어(SNS)에 제보한 '부실 급식' 사진.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 뉴스1

◇문제는 격리장병 급식…현장에선 어떻게 조치하고 있나

지난 4월18일 자신을 육군 51사단 소속 병사라고 밝힌 한 인원이 SNS에 찍어 올린 격리장병 도시락은 한눈에 봐도 부실했다. 이로부터 촉발된 부실 급식 제보는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달 3일 기자들이 방문한 공군 부대에선 격리장병 인원이 한 명도 없었다. 그나마 같은 날 찾은 육군 부대에선 1명의 병사가 격리돼 있어 도시락 제조·운반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해당 부대에선 전자저울을 이용해 격리장병 도시락의 정량을 맞추고 있었다. 일반 장병들에 제공되는 급식도 같은 방식으로 정량을 맞춘 뒤 취사장 입구에 전시된다. 장병들이 당일 급식 정량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다.

다만 격리장병 도시락엔 특별한 메뉴가 하나 더 추가됐다. 바로 계란후라이다.

부대 지휘관은 "격리된 인원이 혼자 밥을 먹으니 신경을 써서 계란후라이나 햄을 더 주고 있다"며 "혼자 밥을 먹다 보면 생길 수 있는 외로운 마음을 달래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통상 격리장병 도시락 전달은 자원을 통해 선발된 8명 가량의 인원이 담당하고 있다. 부대에선 해당 인원들에게 포상휴가 등을 얻을 수 있는 '상점'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격리장병 생활관은 부대 4층에 마련돼 있었다. 최근 국방부가 내놓은 '건재 단위급 휴가' 정책 덕분에 한 층 전체가 격리시설로 활용되고 있는 모습이다.

4층 '안심생활관' 복도는 비닐을 경계로 반씩 나뉘어 있었다. 비닐 너머엔 동일집단 격리장병들이 모여 식사를 할 수 있는 휴게실이 마련돼 있었다. 컴퓨터를 쓸 수 있는 '사이버지식정보방'도 갖춰져 있어 눈길을 끌었다.

3일 경기도 고양 소재 공군 3여단 8978부대 조리병들이 급식을 준비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 뉴스1

◇조리병 '혹사' 논란…민간조리원·지원인력 확대 필요

최근 부실 급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군이 적극 개선에 나서게 되며 부대 내 조리병의 업무가 과다해지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육군 9사단 참독수리대대에선 통상 8명의 조리병과 2명의 민간조리원이 약 500인분의 급식을 만든다고 한다. 공군 3여단 방공포대엔 총 6명의 조리병이 있지만 휴가 등으로 3일엔 4명의 조리병과 1명의 민간조리원이 200인분 가량의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조리병들은 새벽 5시부터 일과를 시작해 저녁 식사까지 준비해야 한다. 일부 조리병의 팔엔 화상 자국 등이 보였다. 이들 중엔 조리학과를 전공해 조리에 익숙한 인원도 있었지만, 군에 입대해 처음 조리를 접해보는 인원이 더 많았다.

공군 3여단 방공포대에선 조리병들의 업무 강도를 덜어주기 위해 설거지와 청소를 담당하는 지원 병력을 4명 운용 중이라고 한다.

해당 부대 조리병들은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선 조리병의 컨디션이 중요하다"며 "설거지를 담당하는 병사가 있는 것만으로도 (업무가 줄어들기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기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민간조리원들은 조리병들의 업무를 덜어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음식의 맛을 높이는 데도 일조하고 있다. 조리병 여건 개선을 위해 조리 인원을 늘려야 한단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간조리원의 가세는 조리병 '혹사'를 멈추는 동시에 급식 질도 개선할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으로 풀이된다.

3일 경기도 파주 소재 육군 9사단 참독수리대대 병사들이 급식을 나눠주고 있다. (국방부 제공) © 뉴스1

국방부는 최근 부실 급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호 메뉴 증량'·'배식 시 간부 입회' 등의 개선책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현재 8790원인 장병 하루 급식비를 내달부턴 1만 원, 내년부턴 1만1000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여기에 조리병 여건 개선을 위해 민간조리원 확충과 '급식 외주화' 등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배달음식을 연 4회에서 월 2회로, 브런치 제공을 월 1회에서 2회로 늘려 조리병의 휴식을 보장하기로 했다.

이러한 대책에 현장 부대에선 실제로 육류 등 장병 선호 메뉴가 이달부터 늘었다고 한다. 지휘관들은 향후 급식비가 오르면 보다 양질의 식사를 준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었다.

지휘관들은 또 외부 조리지원 인력이 확충되면 급식의 질이 높아질 거란 기대도 내비쳤다. 특히 배달 음식과 브런치 제공 확대는 병사들의 급식 만족도를 높일 뿐 아니라 조리병들의 업무 과중도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휘관들의 설명엔 나름의 신뢰가 갔다. 다만 이러한 신뢰는 국방부가 내놓은 정책 때문이 아닌, 현재 지휘관들이 병사들에 쏟고 있는 관심과 정성에서 비롯된 부분이 컸다.

carro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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