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병 1명이 고기 500인분 볶느라 '뻘뻘'..군 급식현장 가보니
격리장병 늘며 간부 업무도 가중..'급식비 1만원' 대책엔 기대감↑
(서울=연합뉴스) 국방부 공동취재단 정빛나 기자 = 지난 3일 오후 4시께 경기도 파주에 있는 한 육군 9사단 예하 부대 조리장.
취재진이 조리장 안에 들어서자 조리병 1명이 저녁 식사 시간을 앞두고 조리용 삽을 이용해 500인분의 육류를 볶는 데 한창이었다. 반소매를 입긴 했지만, 조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느덧 이마에선 땀이 흐르는 모습이었다.
이날 저녁 메뉴는 잡곡밥, 호박된장찌개, 돼지불고기, 모듬쌈, 총각김치, 후식용 참외 등이었다. 장병들이 먹을 참외를 깨끗하게 씻어 일일이 깎는 것도 모두 조리병들의 몫이다.
부대원은 총 490여명. 휴가자 등으로 식수 인원이 다소 줄더라도 매 끼니 적게는 350인분에서 최대 450인분의 식사를 조리병 8명과 민간조리원 2명이 책임지고 있다.
조리병 인원으로만 따지면 1인당 약 55인분으로, '조리병 1인당 75∼110인분'으로 알려진 육군의 평균치보단 그나마 나은 상황인 셈이다.
하지만 이곳 조리병들 역시 주말에도 장병들의 삼시세끼를 책임지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해당 부대 대대장도 '조리병은 주말을 잘 활용하지 못한다는 얘기가 있다'는 말에 "사실이다. 그래서 이제는 주말엔 휴대전화를 가져와 쓸 수 있도록 한다"고 전했다.
또 조리병들의 주된 '애로사항'으로는 "일반 병사들이 조리병들에게 밥이 맛없다거나, 양이 적다고 불평하지 않도록 공지해달라고 한다"며 "일과 시간 중 체육활동을 허락해 달라거나, 오후 군마트(PX) 이용할 시간이 없으니 오전 중 이용하게 해 달라는 의견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조리병들의 업무는 비단 '조리'에 국한되지 않는다. 취재진이 둘러본 조리장 안에는 화이트보드에 '냉장고 청소, 창고 정리, 도시락 보관 및 주변 정리, 보일러실 정리' 등 조리병들의 할 일이 일곱 가지가 나열돼 있었다.
특히 조리병 상당수는 사회에서 조리 경험이 전무한 경우가 대부분으로 알려졌는데, 현장에서 만난 병사들은 그나마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도 쉽지 않은 임무라고 털어놨다.
이날 취재진이 찾은 또 다른 부대인 공군 3여단 예하 부대에서 만난 조리병인 유지헌 상병도 근무강도를 묻는 말에 "아무래도 사람이 많다 보니 힘든 편"이라며 "허리나 손목 등 부상이 많다"고 전했다.
입대 전 사회에서 호텔조리를 전공했다는 유 상병은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컨디션이 좋아야 맛도 난다"며 "설거지 등을 도와주는 근무자나 조리인력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부터 장병들의 휴가가 재개되면서 복귀 후 예방차원에서 격리되는 인원이 늘었고, 자연스레 조리병과 급양관리관(부사관) 등 간부들도 격리장병 도시락 포장부터 배송까지 업무가 늘어난 실정이다.
최근 페이스북 커뮤니티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를 통해 시작된 '부실급식 폭로전' 역시 격리장병이 급증하면서 나타난 측면이 있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견해다.
부대 급양관리관인 길은주 중사는 "격리장병의 경우 따로 도시락을 포장해 이동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양 조절부터 격리 시설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뒤섞이는 문제 등이다.
또 다른 병사도 "격리자 밥 배달을 나도 해봤는데 늘 인원이 부족하다"며 "조리병들이 더 여유롭게 돌아가야 한다고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부대 관계자들은 국방부가 부실급식 대책의 일환으로 내달부터 현재 8천790원인 장병 1인당 하루 급식비를 1만원으로 긴급 인상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서는 대체로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최소한 지금보다는 병사들이 선호하는 메뉴를 더 풍족하게 줄 수 있다는 기대감이었다.
다만 근본적인 해결하기 위해 군 급식을 민간위탁 등 외주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편 이날 일선 부대 급식준비 현장이 공개된 건 지난 4월 시작된 부실급식 논란 이후 처음이다.
국방부는 최근 추가 대책으로 내달부터 군 급식비를 1만 원으로 기존보다 13.8% 긴급 인상하기로 했으며, 조리병 처우 개선을 위해 민간조리원을 40% 확충하는 한편 조리 부사관과 조리병 편제도 보강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부실 급식과 조리병 혹사 문제의 대안으로 떠오른 민간위탁 시범사업을 육군훈련소 등 교육훈련기관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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