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그 표지 장식한 '탈레반 피격 소녀' 말랄라에 파키스탄서 비판 여론 들끓는 이유

이윤정 기자 2021. 6. 6.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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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7월 영국 보그 표지 모델로 선정된 말랄라 유사프자이. 보그


탈레반 피격 생존자이자 최연소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말랄라 유사프자이(23)에 대해 고향 파키스탄에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패션잡지 ‘보그’의 영국판 7월호 표지모델로 선정된 이후 인터뷰 내용이 알려지면서다. 말랄라가 결혼을 하는 이유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한 발언이 이슬람 교리에 어긋난다며 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말라라가창피해(ShameOnMalala)’라는 해시태그가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말라라의 보그 표지모델 사진은 지난 2일 공개되며 주목을 받았다. 붉은색 스텔라 매카트니 드레스에 머릿수건을 두른 말랄라는 “(의상 콘셉트는) 파슈툰족의 문화적 상징”이라며 “황홀하면서도 겸손해진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표지사진 촬영과 함께 진행된 인터뷰에서 말라라는 코로나19 대유행 중 영국에서 옥스퍼드대학을 졸업한 이야기 등 일상을 전하기도 했다.

1997년 파키스탄에서 태어난 말랄라는 11살 때부터 파키스탄 탈레반에 맞서 여성 교육권을 주장하다 2012년 10월 하굣길에 머리, 목, 어깨에 총격을 받고 치명상을 입었다. 이후 영국 버밍엄에서 치료를 받고 기적적으로 회복해 여성과 어린이 교육권을 위해 계속 활동했으며,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17살이었던 2014년 역대 최연소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2017년 영국 옥스퍼드대로 진학해 정치학, 철학, 경제학을 공부했다.

문제는 인터뷰 도중 결혼에 대한 생각을 밝힌 부분이었다. 말랄라는 “나는 아직도 왜 사람들이 결혼을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만약 당신이 한 사람과 함께 하고 싶다면, 왜 결혼 서류에 서명해야 하는가, 단지 동반자 관계가 될 수 없는가?”라고 반문한 것이다. 파키스탄에서 남녀의 결혼은 신성한 순나(이슬람교 정통파의 교설)로 여겨진다. 결혼을 하지 않고 동거를 하는 것 자체가 간음으로 간주된다.

트위터에서 파키스탄 사용자들은 ‘#말라라가창피해’라는 해시태그를 달며 “말랄라가 파키스탄인인 것에 전 국민이 수치심을 느낀다” “말랄라가 결혼보다 개방적인 관계가 낫다고 말하는 것이 부끄럽다. 그가 파키스탄인이고 무슬림이라는 것이 부끄럽다” 등의 글을 남기고 있다. 파키스탄 젊은이들이 이슬람에 대항하도록 선동한다며 비판하는 사람들부터 말랄라를 살해하겠다는 갱단 협박까지 올라오고 있다.

말랄라의 아버지 지아우딘 유사프자이는 미 공영라디오방송(NPR)에 “SNS가 말랄라의 문맥을 잘못 해석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인터뷰에서 말라라는 친구들과 술집을 갈 때 히잡을 쓴다고 밝혔지만,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히잡은 쓰면서 결혼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 모순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이슬람 보수적인 문화가 지배적인데 대부분의 성인남녀는 중매결혼을 한다. 이슬람식 결혼을 하지 않고, 시민적 동반자 관계를 맺는 것은 음탕한 것으로 여겨진다. 파키스탄 작가이자 칼럼니스트인 비나 샤는 “말랄라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 인터뷰 내용을 통해 말랄라가 성실하지도 겸손하지도 않으며, 진정으로 좋은 파키스탄인이나 이슬람교도도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비판 여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SNS 사용자들이 말랄라 트위터에 “우아하다. 계속 피어나길. 우리는 당신이 자랑스럽다” “아름답다! 나는 말랄라에 대한 파키스탄인들의 증오심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그는 파키스탄 영웅이다. 말랄라는 파키스탄 사람들이 겸손하고, 친절하고, 동정심이 많고, 재능이 있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준다” 등의 댓글을 달고 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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