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군복무, 젠더갈등 해결책 아냐" 2030男 열광 조던 피터슨 [인터뷰]

이향휘 2021. 6. 6.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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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美NFL 뛰지않듯
군복무하는 건 맞지 않아
한국 저출산 해결 위해선
여성 위한 문화·배려 필요
행복보다 선하게 사는게 중요
책임 통해 인생의 의미 찾아야

그는 두 차례 눈물을 보이고 "나는 안티페미(반(反)페미니즘)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 20대 청년의 뇌를 움직이는 가장 영향력 있는 남자, 조던 피터슨 토론토대 심리학과 교수(59)다. 피터슨 교수는 4일 오전 온라인 줌에서 매일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한국 젊은 층의 분노에 대해 들은 바가 있다"며 "하지만 여성도 군복무를 하는 것이 젠더갈등의 해결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중순 국내 출간된 '질서 너머'(웅진지식하우스)는 석 달 만에 8만부 넘게 팔렸다. 전 세계에서 영어권을 제외하곤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렸다. 3개월 전 개설된 그의 공식 한국 유튜브 채널 구독자만 5만명이 넘는다. 서구 젊은 남자들이 열광하는 '피터슨 현상'이 국내에서도 뜨겁다는 얘기다. 인터뷰 도중 가족 얘기를 하며 울먹인 그는 "한국 젊은이들을 직접 만나고 싶다"며 이르면 내년 여름께 한국을 방문할 계획도 내비쳤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 2030 남자들이 유독 당신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가족과 공동체, 넓게는 세계를 위해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명예로운 가치들 대신 오히려 반대의 것들이 청년들의 귀에 따갑게 들리고 있다. 성급하고 이기적이고 권력에 굶주려 있고 상대를 제압하려 하는 독단적인 행동들 같은 것 말이다. 우린 길을 잃었다. 한국의 많은 청년들이 이런 나의 메시지를 받아들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4월 서울·부산 보궐선거에서 20대 남녀의 정치적 성향이 크게 엇갈렸다.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이 표심으로 작용했다는 해석도 있다.

▷남자만 2년 군복무를 해야 하는 것이 젊은 남성들의 분노를 야기시켰다는 얘기를 들었다. 토론이 필요한 이슈다. 급진적 진보 세력은 모든 것에서 남녀가 평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것이 가능한가. 급진적 페미니스트들은 반대할 대상을 늘 찾는다. 장기적으로 해롭고 잘못된 것이다. 많은 젊은이들이 이에 반기를 든 것으로 보인다.

―페미니즘 반발이 글로벌 현상인가.

▷잘 모르지만 한국만큼 두드러지진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신중해야 할 것은 대부분 남자들은 동등한 파트너로서 성취적이고 역동적인 여성을 원한다는 점이다.

―여성도 군대를 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한국 사람들이 결정해야 하는 문제다. 하지만 내가 코멘트를 한다면 여성들이 전투의 최전선에 서는 게 맞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특히 특수전투부대와 같이 굉장한 체력을 요구하는 곳은. 여성들이 미국프로풋볼(NFL)에서 뛰는 걸 바라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여성들은 임신과 출산, 육아에 많은 시간을 쏟지 않는가. 한국의 저출산이 심각하다면 젊은 여성들이 출산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내가 아는 분명한 사실은 어머니와 아이를 숭배하지 않는 문화는 멸망한다는 것이다. 서구 기독교에서는 성모 마리아와 아기 그리스도에 대한 신성한 이미지가 있고 이를 가장 아름답게 표현해왔다. 여성이 군대에 가는 것보다 출산을 장려하는 문화가 더 필요하다. 왜 기피할까. 너무 많은 의무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부동산·주식 급등에 소외된 젊은 층이 비트코인 열풍에 가담하고 있다.

▷경제적인 능력 여부가 여자보다 남자들의 성적 매력을 크게 결정하고 있다. 여성들은 자신보다 소득이나 직업 면에서 우월한 남성과 결혼하려는 '상승혼'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남자들은 부자가 되기 위해 더 공격적으로 투자할 동기를 갖고 있다. 성공하지 못했을 때 지게 되는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돈에 대한 조언을 한다면.

▷돈에만 너무 집중하면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깎아내리게 된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랑과 신뢰, 진실을 말하는 능력 같은 것이다.

―인생의 행복보다 책임을 강조하는 이유는.

▷긍정적인 감정은 가치 있는 목표를 추구할 때 나온다. 행복한 것보다 선하게 사는 것이 더 낫다. 그것이 나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좋기 때문이다. 가족과 같은 친밀한 관계를 통해서 보다 더 깊은 인생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삶의 지속성을 획득하고 삶의 문제를 함께 풀 수 있다. 내 경우에는 내 아이들보다 더 친밀하고 더 가치 있는 관계를 가져본 적이 없다.

―종교와 이데올로기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보나.

▷종교적인 사람은 문제의 원인 혹은 악(惡)을 나 자신에게서 찾는 데 반해 이데올로기에 빠진 사람들은 외부 탓을 한다.

―전세계적으로 팬이 많은데.

▷나에게 팬은 없다. 난 '셀럽'이 아니다. 난 내가 말한 것으로 유명해졌다. 배우와 다르다. 그들은 시청자이자 독자이고 학생이다. 마치 새로운 이스라엘인과 같다. 이스라엘 뜻이 '신과 싸우다'는 뜻 아닌가. 그들은 어떻게 인생을 일궈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다. 팬으로 부르기보다 더 큰 의미다.

―악플에 대한 대처법은.

▷일부에서 나를 '슈퍼 나치' '가부장적 폭군' 등으로 패러디한다. 대부분 농담으로 여기지만 맥락과 진실에 벗어나 짜증스럽기도 하다.

―한국 청년들은 당신을 '인터넷 아버지'라 부른다.

▷감개무량하다. 좀전에 말하지 않았나. 그들은 팬이 아니다. 팬은 아버지라고 부르지 않는다. 내가 만나지도 못한 사람들에게 아버지라 불리니 정말로 영광이고, 엄청난 영광이다. 젊은 사람들의 기대감에 부응하고 싶다.

―한국 방문 계획은 있는지.

▷코로나19가 잠잠해지고 건강이 허락한다면 내년 봄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아시아 등 북투어를 할 예정이다. 한국은 아마 여름이나 가을쯤에 방문하지 않을까 싶다.

▶▶ He is...

△1962년 캐나다 앨버타주 출생 △1991년 맥길대 임상심리학 박사 △1993~1998년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 △1998년~캐나다 토론토대 심리학과 교수 △주요 저서='12가지 인생의 법칙'(2018) '질서 너머'(2021)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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