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강남 집중' 외국인 부동산..비트코인 환치기로 집값 흔든다

최현만 기자 2021. 6. 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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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32% 한번도 거주안해..176억 불법취득 61명 적발
보유 토지 4년새 78% 급등..1분기 건물 거래도 사상 최대¹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최현만 기자 = 최근 몇 년간 외국인들이 투기적 성격으로 보이는 부동산 투자를 늘리면서 국책연구기관조차 규제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아직 관련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취득을 규제하기 위해 발의된 법안도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해외에서는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에 대해 내국인보다 높은 세금을 부과하거나 실거주 목적이 아닌 주택을 매입할 수 없도록 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규제가 거의 없다 보니 외국인들의 부동산 투기가 만연하다고 입을 모았다.

6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하는 '외국인 토지 보유 현황'에 따르면 순수외국인 소유 토지 면적은 2016년 1199만8073㎡에서 2020년 2135만7867㎡로 약 78%나 급증했다. 순수 외국인이란 교포나 합작법인, 외국법인, 정부단체 등을 제외한 해외 국적 소유자를 의미한다.

올해 1분기 외국인의 건축물 거래 건수는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경제만랩이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외국인의 건축물(업무·상업·주거용) 거래 건수는 5280건으로 전년 동기(4979건) 대비 6% 늘어나 역대 가장 많았다.

문제는 외국인들의 국내 부동산 투자가 상당 부분 투기로 보이는 데다 외국인의 부동산 거래가 늘면 변동성이 커져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들의 부동산 거래는 집값이 크게 오른 수도권 지역에 집중됐다. 지난해 지역별 외국인 국내 건축물 거래량은 Δ경기 8975건 Δ서울 4775건 Δ인천 2842건 등 수도권이 전체 2만1048건의 79%를 차지했다.

서울에서는 강남구가 395건으로 가장 높았다. Δ구로(368건) Δ서초(312건) Δ영등포(306건) Δ종로(272건)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대부분 집값 상승률이 높은 지역이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0년 5월까지 외국인이 취득한 아파트 2만3167건 중에 소유주가 한 번도 거주한 적 없는 아파트가 7569건으로 32.7%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외국인들이 불법적인 자금을 통해 서울 아파트를 매입하는 사례도 있었다. 관세청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조사를 통해 최근 3년간 비트코인 환치기 자금이나 관세포탈 등으로 서울 시내 아파트를 불법 취득한 외국인 61명을 적발했다. 이들이 매수한 아파트는 16채로 무려 176억원 상당이었다.

이렇듯 외국인의 투기성 자본이 국내 부동산으로 몰리면 집값 상승을 부채질할 수도 있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교수는 "외국인들이 거주가 아닌 투기 목적으로 국내에서 집을 사면 집값은 당연히 오를수밖에 없다"며 "캐나다나 호주에서도 중국인들이 주택을 마구 매입해서 집값이 폭등했기 때문에 중국 바로 옆에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호주에서는 8개 주요 도시(시드니, 캔버라 등)의 주택 가격이 2012~2017년에 약 48.5%가 상승했는데 외국인의 부동산 투자가 그 원인으로 지적됐다. 2017년에 중국인 투자자가 사들인 호주 부동산은 무려 150억 호주달러(약 12조원)에 달했다고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약 4년간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가 75%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한 부동산 상가의 모습./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취득규제 법안는 상임위 계류…외국선 매입제한에 빈집 수수료도

아울러 외국인의 투자가 늘면 부동산 시장이 이슈에 따라 크게 변동해 불안해질 우려도 있다. 제주도에서도 중국인 중심의 외국인 건축물 거래가 증가하면서 주택가격이 상승했으나 사드배치 발표 이후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는 등 주택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다르게 외국인에 대한 부동산 취득 규제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최근 경기도에서 도내 일부 지역을 외국인·법인 대상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운영해 투기 목적의 부동산 거래를 제한하면서 규제가 강화된 편이지만, 다른 지자체나 국가 차원의 대책은 아직 없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외국인은 문화재보호구역 등 특정 지역 토지 매입에 제한이 있고 자금을 국내로 반입할 때 신고 의무가 부여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내국인과 거의 동일하게 부동산 거래를 할 수있다.

이와 달리 싱가포르는 외국인이 부동산을 취득할 때 20%의 취득세를 더 내도록 하며 홍콩은 부동산 취득세를 내국인에게 4.75%, 외국인에게 30%를 부과한다.

호주는 비거주 외국인에게 신규주택이 아닌 기존주택 구매에 제약을 두고 외국인이 자신이 소유한 주택에 6개월 이상 거주하지 않거나 임대하지 않으면 빈집 수수료도 부과하고 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우리나라는 외국인에 대한 부동산 취득 규제가 사실상 해제된 나라나 마찬가지"라며 "우리나라 사람들은 해외에 나가서 부동산을 사기가 어려운데 외국인은 우리나라에서 자유롭게 부동산을 사고 있으니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도 지난 5월 '국토정책브리프'를 통해 "외국인 투자로 주택시장 변동성이 커진 국가들은 외국인의 기존주택 구입을 제한하고 세금 및 금융규제 강화 등 체계적인 관리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외국인에 대한 촘촘한 정책설계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을 막아달라는 청원이 다수 올라왔다. 지난 3월에는 '아직도 외국인부동산취득금지가 입법이 안되었습니다.'라는 청원이 게시돼 1355명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아직도 외국인 부동산취득금지가 입법이 안 됐다니 너무 우려스럽다"며 "외국인 부동산 취득으로 피해를 본 후 금지하는 다른 나라들을 타산지석 삼아 하루빨리 자국민을 보호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국회에서도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을 규제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소관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 등 14명은 지난해 12월 국내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을 해당 국가의 규제와 비슷한 수준에서 규제하는 '상호주의' 내용이 담긴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현재도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제 7조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상호주의적 입장에서 외국인의 토지 취득 또는 양도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지만 정부는 아직 조항에 따른 대통령령을 제정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우리 국민은 중국에서 토지를 소유할 수 없는 등 외국에서의 부동산 취득에 각종 제한이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은 국내 부동산을 아무런 제한 없이 취득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국가적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법안 취지를 설명했다.

법률안은 Δ외국인에 대한 상호주의 적용 대상에 건축물을 포함하고 대통령령을 통한 상호주의 적용을 의무화 Δ주거용 부동산의 경우 해당 국가에서 대한민국 국민에 대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만 대한민국안의 주거용 부동산 취득 또는 양도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올해 1월에는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 허가 대상에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을 포함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이 역시도 소관 상임위원회에 머물러 있다.

chm646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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