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복수극 클리셰 뒤집은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
우리가 흔히 아는, 가족을 잃은 인물이 직접 복수에 나서는 이야기로 시작한 영화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 그런데 예상된 흐름으로 직진할 것만 같은 순간, 갑작스럽게 방향을 틀어버린다. 이 난데없는 듯한 방향성은 관객들을 독특하고 새로운 곳으로 안내한다.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는 복수극과 드라마, 블랙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가 잘 어우러진 작품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가족과 떨어진 채 지내던 현직 군인 마르쿠스(매즈 미켈슨)는 열차 사고로 갑작스럽게 아내를 잃고 실의에 빠져 있다. 그는 아내의 죽음이 그저 사고인 줄만 알았다. 통계학자 오토(니콜라이 리 카스)와 그의 친구 레나르트(라스 브리히만), 에멘탈러(니콜라스 브로)가 어떤 모종의 음모로 인한 사고라는 증거 자료들을 갖고 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오토는 열차 사고 당시 마르쿠스의 아내에게 자리를 양보했고, 그로 인해 폭발의 여파에서 벗어나 살아남을 수 있었다. 열차 안에서 그는 수상한 남자의 행적을 떠올리고 친구들과 조사 끝에 이 사고가 우연이 아닌 계획된 범죄임을 알게 된다.
아내의 죽음에 얽힌 사고가 계획된 범죄였음을 알게 되며 분노가 폭발한 마르쿠스. 그는 범인들을 뒤쫓아 목숨을 건 추격전을 시작하고, 자신만의 잔혹한 정의로 그들을 심판하기로 한다. 오토와 친구들 역시 그의 복수극에 동참하게 되면서 또 다른 사건과 얽혀 갈등이 빚어진다.
때로는 어두운 복수의 세계를, 때로는 가족의 문제와 심리를 들여다보는 글을 썼던 앤더스 토머스 옌센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각본과 연출을 맡아 그동안 자신이 선보였던 모든 것을 담아냈다. 여기에 북유럽 스타일의 블랙 코미디를 가미해 보다 종합적인 장르를 선보였다.
군인과 괴짜들의 만남, 그리고 이 안에서 발생하는 각종 상황과 트러블은 종종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시종일관 어두운 색채 속에서도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들의 기묘한 동행은 그 자체로 블랙 코미디다. 특유의 신랄하고 거침없고 직설적인 북유럽 유머까지 더해져 영화는 독특한 조화를 이뤄내는데, 그 조화가 어색하지 않게 다가온다.
겉보기에 이질적인 인물들의 조합이지만 우연하게도 마르쿠스와 그의 딸 마틸드, 오토와 레나르트, 에멘탈러 등은 모두 상처받고 트라우마를 지닌 채 살아가는 인물이다. 과거와 현재의 상처는 여전히 그들을 두렵게 한다. 누군가는 그 두려움을 표출하고 누군가는 이성이라는 이름 아래 억지로 꼭꼭 숨겨둔다. 또 다른 누군가는 두려움에 이끌려 다닌다.
이처럼 각자의 방식으로 아픔을 삼켜온 이들은 복수라는 하나의 계획 아래 뭉쳤지만 여전히 각자의 방식대로 휘청거린다. 이 아슬아슬한 각자의 내면은 계획된 범죄라고 믿었던 열차 사건이 정말 '우연'에 의한 것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결국 외부로 폭발한다.
이는 확률과 숫자를 가장한 우연으로 인해 결국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가장 어렵지만 최선의 방법이라 할 수 있는 드러내기와 마주하기로 이어진다. 그렇게 가족을 잃고 사회에서 도태됐던 이들은 마침내 하나로 뭉쳐 새로운 가족으로 거듭난다.
누군가를 죽이는 복수가 아픔을 치유하는 길인 줄 알았지만 사실 치유는 서로가 서로를 보듬어가는 과정에 자리잡고 있었다. 복수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 펼쳐진 상처받은 이들의 자기 고백, 이를 통해 서로를 알아간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상실의 아픔을 인정하지 않고, 딸의 상처마저 부정하려 했던 마르쿠스가 홀로 욕실에서 슬픔과 두려움을 격렬하게 토해내는 장면은 압도적이다. 겉으로는 강인한 모습을 보이며 감정의 톤을 일관되게 유지했기에, 내면에 쌓아둔 감정이 폭발하는 모습은 다른 이들의 모습보다 더욱 극적으로 다가온다. 이를 그려낸 매즈 미켈슨의 연기에 다시 한번 감탄할 수밖에 없다.
앤더스 토머스 옌센 감독은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에서 그동안 자신이 일궈온 작품 세계를 한데 모아 뒤섞어놓으면서도 혼란스럽지 않게 풀어냈다. 그가 다음 영화에서는 어떤 독특함과 새로움을 보여줄지 기대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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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zoo719@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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