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북미 '탐색전'..美 '당근책' 없어서일까

노민호 기자 2021. 6. 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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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원칙대응 바이든, '당근책' 일부 공개도 가능성 낮아"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새로운 대북정책을 발표한지 한 달이 지났지만 북미간 '탐색전'이 장기화 될 조짐이다. 미국이 '외교 해법'을 강조하며 북한에 대화 손짓을 하고있지만 북한은 '호응' 대신 간헐적인 대미 비난에 일단 초점을 맞추는 모양새다.

지난 4월30일 베일을 벗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의 핵심은 '유연성'이다. '잘 조정된 실용적 접근'(calibrated practical approach)을 기치로 전 정부의 '일괄타결식' '전략적 인내'와의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대북정책은 행정부 출범 101일만에 나왔다. '초고속' 검토라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나왔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과의 대화도 발빠르게 시도했다. 지난 2월 중순 대북정책 검토 과정에서 북한에게 접촉을 시도했고, 지난달 초에는 완성된 대북정책을 설명하기 위한 목적으로 북한에게 만남을 제의했다.

북한은 '두 번째' 접촉 제의에만 반응했는데 '잘 접수했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전했다. 하지만 북미간 지지부진한 줄다리기가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 비춰, 북측은 아직 '만나자' 등의 확답은 내놓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신 북한은 지난달 31일 김명철 국제문제평론가의 글을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하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첫 반응을 내놨다. 김명철은 당시 글에서 "지금 많은 나라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고안해낸 '실용적 접근법'이니, '최대 유연성'이니 하는 대조선(북)정책 기조들이 한갓 권모술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이를 두고 김명철이라는 개인 명의 글이지만 북한의 체제 특성상, 고위 수뇌부의 생각이 담긴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북한의 부정적 반응에도 바이든 행정부는 대화 의지를 꾸준히 피력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21일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에 '북한통' 성김 주인도네시아 미 대사를 임명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북한에 대한 대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 2일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특별대표를 임명했다는 것은 북한과의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까지 말했다. 직간접적으로 북측이 대화 제의에 응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북미 대화 재개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는 평가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외교가 안팎에서는 김명철의 글이 지난달 초 바이든 행정부의 대화 제의를 거절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은 더욱 시간을 끌며 무력시위 등 향후 협상력 제고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있다"며 "아울러 북미 교착 국면이 길어지면 우리 정부가 전향적 조치를 미국에게 요구할 수도 있다는 것을 북한은 염두에 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견인할 수 있는 '당근'을 일부 제시할 가능성에 주목한다.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가 판문점·싱가포르 선언을 계승했지만, 대북 유인책은 사실상 부족했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현재까지 북한에게 줄 '외교 혜택'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북미 '협상안'을 미리 보여주는 격이 될 수 있기 때문.

그러나 일부에서는 북미 교착 국면이 더욱 장기화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결국 바이든 행정부가 일부 내용을 공개하지 않겠냐는 관측을 내놓는다. 구체적으로 남북 간 일부 경제협력 대북제재 유예, 기존 대북제재 조건부 해제 또는 완화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라인 인사들이 과거 오바마 정부에서도 활약한 경험이 있고, 대북전문가들이 많이 포진돼 있다는 점에서 원칙론적인 대응에 무게를 실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때문에 유인책 일부를 공개할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가 추가적으로 뭘 더 밝힐 것으로는 보이지는 않는다"며 "최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공은 북한한테 넘어갔다고 말했는데 그것은 자신들이 공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는 다했다는 얘기다. 미국은 (외교적 혜택 등) 그 이상 준비가 돼있고 최대한의 유연성을 발휘할 것이지만, 이에 대해서 알고 싶으면 대화에 나오라는 그런 얘기"라고 말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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