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은 불투명·금리인상은 호재..예보, 한화생명 지분 매각 딜레마

송상현 기자 2021. 6. 6.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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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생명 10% 지분 쥔 예보, 새 매각주관사 선정 착수..4년째 못팔아
현 주가 3000원대..1조원 회수하려면 주가 1만원 넘어야
한화생명 63빌딩 © 뉴스1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예금보험공사가 보유중인 한화생명 지분 10%를 팔기 위해 새로운 주관사 선정에 나섰다. 주가 하락으로 4년째 미뤄지고 있는 지분 매각이 속도를 낼지 관심이 모인다.

한화생명의 현재 주가(3000원대)가 투입된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주가 수준(1만원대)에 크게 못미치는데다 주식 처분 기한은 2027년까지로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금리 인상 기대감까지 있어 한화생명 지분을 당장 팔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있다.

다만 생명보험 업황이 구조적 침체를 겪고 있어 앞날이 밝지 않은 만큼 주식시장이 활황인 지금이라도 단계적인 처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보는 이달 초부터 한화생명 매각주관사 선정을 위해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매각주관사인 삼성증권·씨티증권과 체결했던 계약기간 2년이 오는 7월 종료된 데 따른 것이다.

예보 관계자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 결정에 따라 새로 매각주관사 선정을 하게 됐다"면서도 매각 시점 등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2017년 이후로 예보는 한화생명 주식 매각을 하지 못했다. 예보는 2017년 7330원에 한화생명 지분 약 5%를 처분한 이후로 추가 매각 기회를 잡지 못했다. 2018년 이후 주가가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작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1000원마저 깨지며 '동전주'라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지난 3일 종가 기준 3790원을 기록하는 등 3000원대로 회복했지만 예보가 기대하는 주가 수준은 아니다.

한화생명에 대한 미회수 공적자금은 약 1조원 가량이다. 이 금액을 맞추려면 주당 1만1500원에는 팔아야 한다.

문제는 한화생명의 주가가 1만원 이상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있느냐다. 예보 공적자금 상환대책에 따라 한화생명의 자금 회수 기간을 2027년으로 잡았다. 아직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문제는 생명보험 업황이 구조적으로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 포화와 기대수명 상승, 1인가구 증가 등으로 사망보험 등 보장성 보험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한화생명의 수입보험료는 2016년 말 약 15조18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4조7750억원으로 감소했다.

증권사 실적 컨센서스(전망치)에 따르면 한화생명의 순이익은 올해 37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7%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런 실적은 2017년(5849억원), 2018년(4152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향후 2년간의 순이익 전망치 역시 3000억원대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예보가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현시점에서 일부라도 매각을 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업권 특히 생명보험 업황은 쉽사리 탈출구를 찾기 힘들 정도로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인 데다가 IFRS17 등 신 제도 도입에 따른 불확실성까지 있다"며 "증시가 활황인 데다가 한화생명 주가가 작년 저점대비 4배 이상 올랐기 때문에 지금부터 매각을 시작하는 게 좋은 선택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리 인상 모멘텀이 살아 있는 만큼 매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보험업종은 금리 인상기에 대표적인 수혜주로 손꼽힌다. 최근 증권사들은 금리 인상 기대감을 반영해 한화생명 목표주가를 최대 5000원까지 높여잡기도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명보험 업황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우선 금리 상승기에는 주식 상승을 기대할 만하다"며 "한화생명이 제판 분리, 디지털 전환 등 보험업계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점도 기대를 높이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한편 예보는 1999년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된 한화생명(옛 대한생명) 지분 100%를 매입하기 위해 3조5500억원을 투입했다. 이후 2002년 한화그룹에 지분 67%를 1조1000억원에 매각했다. 2010년 한화생명 상장 때 지분 8.3%를 매각해 1590억원을 회수했고, 블록딜로 2015년 5000억원, 2017년 3300억원을 회수했다.

songs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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