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오를만큼 올랐다"며 정부는 계속 경고하는데.. 안 먹히는 이유 세 가지
정부가 연이어 집값 상승에 경고를 보내고 있지만 집값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서울 아파트 실질가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조정을 받기 이전 고점에 근접했다”고 했다. 2008년 5월을 기준점(100)으로 했을 때 물가상승률을 배제한 서울 아파트 실질가격이 올해 5월 99.4까지 올랐다는 의미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24일 열린 기재부 확대간부회의에서도 집값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잇따른 경고 발언은 부동산 시장에서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1% 올랐다. 이는 작년 7월 첫째 주 0.11% 상승 이후 47주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왜 정부의 경고 발언이 전혀 먹히지 않는 걸까. 전문가들은 크게 세 가지 이유를 꼽았다.
① “금융위기로 10% 떨어져도 오를 땐 2배 오른다”
일종의 경험치가 그렇다. 나라를 뒤흔드는 위기가 와도 집값이 잠시 하락했다가 오를 땐 크게 오를 것이라는 경험이다. 당장 홍 부총리의 발언이 이를 뒷받침한다.
홍 부총리는 4월 기재부 회의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후 1998년 전국주택매매가격은 1997년 말보다 12.4% 하락했고,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8년 9월부터 2013년 8월 사이 서울 아파트 가격이 11.2% 내려갔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 작지 않은 하락폭이다. 10억원에 산 집이 8억7000만~8억8800만원으로 내려갔다는 뜻이다. 1억3000만원의 평가손실을 봤다는 뜻인데 이는 신입사원 평균연봉(4121만원)을 3년 가량 모아야 하는 금액이다. 여기에 대출이자나 세금을 고려하면 손실은 더 크다.
하지만 최근 집값 상승률을 살펴보면 이 정도 하락률이 크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KB부동산 리브온의 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 서울의 3.3㎡당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4358만원이었다. 이는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인 2017년 5월2325만원에서 약 2032만원(87.4%) 오른 수준이다. 성동구(111.7%), 동작구(101.0%), 노원구(105.5%)의 집값은 2배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5년간 집값 급등세가 유지되면서 큰 경제위기가 와도 버티면 집값은 그보다 더 오를 수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집 한 채는 사는 편이 낫다는 판단을 실수요자들이 하게 됐다는 것이다.
고준석 동국대학교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고점은 맞지만 그래서 앞으로 떨어진다고 말하면 안 된다”면서 “2008년에는 공급이 늘고 미분양 물량도 있었지만 지난 10여 년 동안 재개발·재건축을 막아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고 이런 점을 투자자들이 감안하고 있다”고 했다.
② 잇따른 정책 실기로 결국은 허언된 경고
정부가 경고를 내는 식으로 구두개입을 한 경우가 번번이 틀렸다는 것도 약발이 먹히지 않는 이유다. 작년 8월 말 국회에 출석한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은 부동산 세제가 강화되면서 나온 다주택자 등의 매물을 30대 이하의 젊은 층이 ‘영끌(모든 대출을 다 동원해 집을 사는 것)’로 받고 있다며 안타깝다고 했다.
하지만 집값 추이를 보면 30대 이하 젊은 층의 영끌은 안타까운 게 아니라 옳았던 셈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 월간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지난해 7월 9억5033만원에서 5월 11억2375만원으로 10개월새 18% 올랐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차 3법,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한 수요억제정책 등 정책이 꼬이고 실기하면서 집값이 더 급등했다”면서 “제대로 된 정책, 시장을 파트너로 끌어안은 공급 확대 등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하고, 엉뚱한 해법과 구두 개입 등으로 상승세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된다”고 했다.
③ 공급 부족에 매물 잠김까지.. “불안 심리만 커진다”
정부가 부동산 심리전에서 효과적인 대응을 하지 못한 것도 이유다. 예를 들어 인천 계양지구의 지구계획이 확정되면서 3기 신도시 중 처음으로 7월 사전 청약이 제대로 진행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 실제 입주까지 최소 4~5년이 걸린다는 점이나 청약 경쟁률이 높아 기다려도 당첨되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당장 공급 물량이 줄어드는 것은 불안감을 부추기는 가장 큰 요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4만2000가구로 지난해 5만7000가구보다 35%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달부터 다주택자 등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도 시행되며 기존 아파트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하고 오히려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부동산114 통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5월 서울 아파트 상승률보다 6월 서울 아파트 상승률이 꾸준히 높았다. 2016년 0.46%에서 0.64%, 2017년 0.71%에서 1.58%, 2018년 0.21%에서 0.26%, 2019년 -0.04%에서 0.14%, 지난해 0.00%에서 0.45%로 확대됐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못해 안타깝다”면서 “6월 세제 기산일 이후 오히려 집값이 오르는 패턴은 상승기엔 지속될 수 밖에 없고, 이런 상황에서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 많지 않다”고 했다. 그는 “심리전에서도 정부가 중요한 유효타를 못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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