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이춘재 잡은 '법최면', 정민씨 친구 기억 못 살린 이유는.."

김주현 기자, 임소연 기자 2021. 6. 6.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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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최면' 20년 베테랑, 박주호 검사관이 말하는 최면의 조건

'한강 대학생' 고(故) 손정민씨 사건에서 친구 A씨와 목격자, 휴대전화를 주운 환경미화원까지 법최면을 받으면서 '최면 수사'에 대한 국민적 관심사가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무의식 상태에서 연기를 하거나 자신도 모르게 거짓된 증언을 할 경우 신뢰성이 낮아진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이를 두고 2000년부터 법최면 수사를 진행해온 전북경찰청 과학수사계 박주호 검사관(법최면 수사 마스터·심리학 박사)은 최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법최면은 미국과 영국 등 외국에서도 인정하는 과학적 수사기법"이라며 "거짓으로 말해도 연기하는 뇌파가 다르다"고 말했다.

"약 15명의 이춘재 목격자, 30년 전 기억도 대부분 인출"…2시간에서 길게는 7시간도
전북경찰청 과학수사계 소속 법최면 마스터 박주호 경위/사진=본인제공

법최면 수사는 기억나지 않는 범행 현장이나 행동, 범인의 얼굴 등을 무의식 속에서 끌어내는 데 사용된다. 수사 협조 의지가 있지만 기억이 나지 않을 때 효과가 극대화된다.

박 검사관은 "한국에서도 미국 하버드와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만든 최면 유도문을 번역해서 사용한다"며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방송 프로그램에서 흥미 위주로 최면을 보여준 적이 있어서 국민들에게 장난같은 이미지가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최면 수사관들은 경찰수사연수원 전문가과정을 취득했다"며 "실시간 뇌파 상태를 체크해 피검사자가 거짓 연기를 하는지 깊은 최면에 빠졌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면 수사는 일반적으로 2시간 정도 진행한다. 상황에 따라 오랜시간동안 피검사자의 행적을 따라 가야 할 때는 7시간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고 박 검사관은 설명했다.

주로 피해자나 참고인에게 법최면수사를 한다고 알려져있지만 피의자가 최면 수사를 받는 경우도 많다. 박 검사관은 "흔히 블랙아웃이라고 부르는데 만취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거나 일시적인 충격으로 범행 당시가 기억나지 않는 경우 피의자 최면 수사를 한다"고 말했다.

10명 중 2명은 최면 안 걸려…"최면으로 기억하려면 '이 조건' 필요하다"
경찰이 지난달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고 손정민군 친구 A씨의 휴대전화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법최면이 모든 사람에게 유의미한 결과를 이끌어내는 건 아니다. 실제로 최근 한강 사건에서 친구 A씨는 최면 수사를 통해서도 잃어버린 기억을 되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검사관은 "일반적으로 피검사자 10명 중 2명 정도는 최면이 깊게 걸리지 않아 수사 진행이 어렵다"며 "심리적 방어기제가 심하면 접근 자체가 어렵다"고 했다.

이어 "'한강사건'은 친구가 사망했다는 트라우마로 인해 방어기제가 생겼을 수도 있고 자신에 대한 오해가 해소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두려움이 있었을 수도 있다"고 했다.

본인 의지로 최면에 걸리지 않거나 거짓 증언을 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얕은 최면에 들어갔을 때 그럴 순 있다"며 "협조를 하지 않고 최면에 걸리지 싫어하는 감정이 있다면 인위적으로 이야기를 꾸며내거나 기억의 오류가 있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이어 "최면에 걸린 척 거짓말을 하는 것은 신체적 신호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기 때문에 호흡이나 안구 운동 등으로 구별해 낼 수 있다"고 했다.

최면으로 기억나지 않는 장면을 떠올리기 위해서는 '이벤트'적인 상태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환경 미화원의 경우 휴대폰을 주운 기억이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다면 가능하겠지만 일상적인 일이라면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했다.

또 "평소 지나치는 모든 자동차 번호판을 최면으로 기억해낼 순 없다"면서도 "접촉을 했거나 특별한 사건이 발생해 당시 주목했던 숫자를 시간이 지나 까먹었을 땐 최면으로 되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면수사로 실마리 푼 사례…30년 전으로 돌아가 "이 사람 맞다"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실제로 도무지 실마리가 풀리지 않는 미제 사건에서 최면수사는 그 몫을 톡톡히 해냈다. '군산 비응도 살인사건', '화성연쇄살인사건' 등은 최면수사가 실마리를 푸는데 도움을 준 결정적 사례다.

7차 범행 이후 용의자를 본 것으로 알려진 버스 안내양 C씨는 법최면 수사에서 약 31년 전인 1988년 9월7일 오후 9시30분 화성 팔탄면 가재리에서 수원으로 가는 막차 버스 안으로 돌아갔다. 그는 용의자 모습과 당시 상황에 대해 31년 전 경찰조사와 유사한 진술을 했다. 또 최면 속에서 본 '수상한 이'의 얼굴과 진범 이춘재의 젊은 모습이 닮았다고 말했다.

2004년 2월 경기 포천시 배수로에서 발생한 '포천 여중생 살인사건'에서도 15년 만에 등장한 목격자가 2019년 법최면 조사로 범인 몽타주 작성에 기여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 재수사 당시 최면수사를 담당했던 박 검사관은 "당시 이춘재는 범인이었기 때문에 방어기제가 있는 편이었다"며 "이춘재 외에 다른 15명 정도의 목격자는 깊은 최면으로 30년 전 기억까지 대부분 인출에 성공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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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기자 naro@mt.co.kr, 임소연 기자 goatl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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